새 교육과정 우려스러워… 역사에 이어 보건, 도덕 분야까지

이연재
2022년 09월 7일 오전 9:36 업데이트: 2022년 09월 7일 오전 10:23

2025년부터 학생들이 배우게 될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이 지난 30일 공개되자 학계와 교육계에서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좌편향 역사 알박기’라고 비판했다.

5일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정부 지출에 대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결산 심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역사 교과서 알박기’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2022 개정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에서 ‘자유민주주의’ 용어가 빠지고 6.25 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것이라는 설명이 빠진 것에 대해 교육부를 질타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은 6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문정부 교과서 알박기 대처방안’이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文정부, 더 개악된 교육과정 새 정부에 떠넘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경희 의원 | 에포크타임스

정 의원은 개회사에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박근혜 정부 때 만든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폐기하고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까지 입맛에 맞게 뜯어고쳤다”며 “이보다 더 개악된 내용의 교육과정을 (문재인) 정권 말기에 새로 출범한 정부에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육계를 장악한 전교조와 역사학계를 장악한 좌파 역사학자들은 친북 좌파 성향의 왜곡된 역사 교과서를 계속 만들어냈다. 박근혜 대통령 때 대한민국 정통성을 제대로 나타낸 역사 교과서를 만들었으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폐지해 버렸다.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까지 불법적으로 수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북한을 추종하도록 역사를 배우게 되면 우리 아이들은 좌편향 세력의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한다”며 “이제 우리가 나서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홍후조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김병헌 국사교과서연구소 소장, 박명수 서울신학대학교 명예교수, 신유아 인천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김신아 우리기독학교 교장, 이셀라 다음세대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안지선 다음세대교육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 반드시 수정돼야

전문가들은 특히 역사 교과서의 경우 대한민국 건국 주체와 건국이념에 대한 기술을 의도적으로 누락한 채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후조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에포크타임스

홍후조 교수는 내년부터 검정(檢定) 교과서로 바뀌어 적용되는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들에 대해 다양성을 내세우지만 사실상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교과서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6.25 전쟁에 대해 61개 유엔국들이 우리나라를 도와줬고, 이승만 대통령이 반공포로를 석방하자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됐으며, 그 결과 우리가 지금까지 전쟁 소강상태에서 안전을 누리는 것인데 이러한 사실에 대해 검정 교과서들은 언급을 하지 않는다”며 “이런 교과서로 배우니 ‘한미동맹 해체’ 주장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유’는 법철학적 개념으로 ‘가장 소중한 것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이지만, 문재인 정권의 검정 교과서들은 자유를 ‘방종’이라고 가르친다”며 “헌법에 어긋나는 이러한 교과서들이 어떻게 검정기준을 통과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교과서로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마약, 독극물을 먹이는 것과 같으므로 모두 가처분 신청해서 수거해야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병헌 국사교과서연구소 소장(좌)과 박명수 서울신학대학교 명예교수(우) | 에포크타임스

김병헌 소장은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의 ‘좌편향’ 문제를 우려했다.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기술하고 자유민주주의, 남침이라는 표현이 빠져 있어 대폭 수정·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소장은 “자유가 왜 중요한지, 국가라는 개념은 무엇인지에 대해 가르쳐야 하지만 이번 시안에는 이런 내용이 빠져 있다”며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후퇴시킨 것은 반드시 수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박명수 명예교수는 ‘한국사’는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국민 입장과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시안’ 내용에는 대한민국과 국민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안’은 대한민국 ‘헌법 정신’이나 ‘국민의 관점’에 대한 강조 없이 ‘다원적인 관점’을 강조하고, 심지어 북한이나 중국 입장에서 우리 역사를 바라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또 “ ‘시안’은 3.1운동과 임시정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또한, 일제시기를 1937년 중일전쟁을 기준으로 구분하고, 그 이전의 ‘협동전선’과 이후의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좌우 공통의 노력’만을 강조함으로써 중도좌파를 한국사의 중심에 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을 왜곡되게 명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 ‘한반도의 분단과 동아시아의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와 공존을 모색’이라는 표현은 헌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대한민국 주도의 평화적 통일’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대한민국이 어떠한 이념의 나라인지 언제 어떻게 건립됐는지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교육이 생략돼 있어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는 역사학자에게만 맡겨 놓아서는 안 된다. 경제학자, 사회학자, 교육학자 등의 객관적인 관점이 어우러져야 한다”며 세계사적인 흐름에 맞는 새로운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근대사 소홀히 하는 청소년 역사 교육

신유아 교수는 새 한국사 교과서 교육과정 시안에 대해 “전근대사에 비해 근현대사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신유아 인천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좌)와 이셀라 다음세대교육연구소 연구위원(우) | 에포크타임스

그는 “2022년 개정안 시안에 따르면 전근대사(개항 이전 역사)의 한국사 비중을 현행 25%에서 16%로 줄어들었다”며 “학생들은 고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약 1870년의 역사를 통 4개 단원 중 1개 단원에서 압축적으로 배우고 나머지 3개 단원에서 근현대사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전근대사의 비중이 25%인 현행 교과서조차 고려시대 팔만대장경, 최초의 금속활자인 직지심경,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내용 등이 있는 교과서는 9종 중  3~4종밖에 안 된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도 나오지 않는 교과서를 우리가 한국사 교과서라고 불러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사 교과서가 주로 근현대사로 채워지다 보니 요즘 대학생 중 고구려·백제·신라의 수도가 어디인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 세대의 기억에서 우리 역사가 지워져 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아주 교묘한 형태로 민족사를 말살한다는 생각마저 든다”며 “이렇게 해서 어떻게 우리 학생들에게 민족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길러주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이번 교육과정 시안은 폐기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연구진으로 새 팀을 꾸려야 한다”며 “시간을 들여라도 한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는 무엇을 넣을지 기본 틀부터 다시 짜야한다”고 했다.

보건 분야,낙태와 동성애 등을 정당화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역사는 물론 사회, 도덕, 보건 분야 등에도 편향된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 분야를 발제한 이셀라 연구위원은 보건 교과서 개정안의 문제점으로 ▲포괄적 성교육 ▲국민적 합의나 정서에 반하는 성교육 ▲젠더 이데올로기와 페미니즘의 이념적 세뇌교육 ▲성적 문란함을 조장하는 성애화 교육 등을 들었다.

특히 이 연구위원은 시안에서 나타나는 성 개념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개정 시안에 성을 어떠한 용어를 사용해 어떻게 기술하는지 눈여겨봐야 한다”며 “생물학적 성에 기반한 ‘양성평등’을 50여 가지 제3의 성을 포함하는 ‘성평등’으로 바꿨다”고 지적했다.

또 낙태를 재생산권이란 이름으로 정당화하고, 동성애자를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할 사회적 소수자로 여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30일 교육부가 공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보면 보건 분야 등에서 동성애를 옹호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표현이 두드러진다.

실제 2022 개정 중학교 교육과정 시안의 경우 “관계적 측면의 성 개념과 성인지 감수성을 인식할 수 있는 성가치관을 함양하도록 하며, 이 과정에서 성적 자기 결정권의 중요성을 이해하도록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 “정상 가족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족 유형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가지도록 하여, 다름을 존중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가치를 인식하도록 한다”고 표현했다.

고등학교 통합사회2 교육과정 시안에서는 사회적 소수자 차별 등 인권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했는데, 사회적 소수자의 사례로 장애인, 이주 외국인 등과 함께 동성애자를 포함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2015년 학교 성교육 표준안의 교과서는 기준을 벗어난 내용들로 학부모 단체들의 비판을 받아왔다”며 “그럼에도 문제가 되고 있는 내용들을 시정하는 방향이 아닌 포괄적 성교육 쪽으로 방향성을 잡고 있다. 권리 위주가 아닌 올바른 성가치관을 세워주는 성 윤리적 가치관 교육을 핵심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