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퇴근한 ’20대 쿠팡맨’이 욕조에 웅크려 앉은 채 숨이 멎었다

이서현
2020년 10월 18일 오전 11:19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25

최근 택배노동자들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번에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 물류작업을 하던 2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숨졌다.

지난 8일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가 과로로 사망한 지 4일 만이다.

16일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야간 근무를 마치고 새벽에 퇴근한 장모(27)씨가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유족에 따르면 장씨는 화장실에 씻으러 들어갔다가 물도 없는 욕조에 웅크려 앉은채 발견됐다.

사인은 ‘원인 불명 내인성 급사’다.

유족은 평소 지병이 없고 술·담배도 하지 않았던 그가 과로로 숨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장씨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1년 넘게 야간 물류작업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5일 혹은 6일 동안 매일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총 9시간을 근무했다.

업무량이 많으면 1~2시간 남짓 추가 근무도 이어졌다.

그는 배송할 제품이 7층으로 올라오면 운송기계인 자키로 물건을 옮겨 포장자들에게 배분하고 비닐, 박스 등 포장용품을 계속 지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 번에 옮겨야 하는 물건 무게가 1t에 가까웠고 7층에서 해당 업무를 맡은 유일한 직원이었다.

하지만 ‘로켓배송’이라는 쿠팡의 특성 때문에 제대로 쉴 틈조차 없었다고 한다.


16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쿠팡물류센터 노동자 과로사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 | 뉴스1

유족에 따르면 장씨는 쿠팡에서 일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몸무게가 15kg 줄었다.

최근 들어서는 주변에 가슴이 답답하고 통증이 느껴진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유족 측은 쿠팡이 고인의 과로사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고인의 사망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고인은 택배 업무와는 상관없는, 물류센터에서 비닐과 빈 종이박스 등 포장재를 공급하는 지원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이라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