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줘야 한다”라는 댓글이 가장 좋았다는 ‘색깔 유도선’ 개발자 윤석덕 차장

이서현
2020년 09월 1일 오전 11:55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6:00

운전자라면 고속도로 교차로나 분기점에서 본능적으로 색깔 유도선(이하 유도선)을 찾게 된다.

유도선만 따라가면 아무리 복잡한 길도 헤매지 않고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혁신적인 생각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지난달 26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유도선을 처음 도입한 한국도로공사 윤석덕 차장이 출연했다.

윤 차장은 방송을 통해 본인이 유도선을 만든 사람임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9년 동안 유도선을 본인이 개발했다고 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 유도선의 탄생 비화가 조금씩 누리꾼 사이에 알려지면서 그 억울함(?)이 조금 풀리긴 했다.

그는 “2020년이 되면서 윤석덕만 쳐도 노면색깔 유도선이 연관검색어로 나온다. 연예인이 되는 게 이런 기분인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유도선을 생각하게 된 데는 2011년 차선을 혼동해 사망자가 발생한 안산분기점 교통사고가 계기가 됐다.

당시 초등학생도 알 수 있게 대책을 만들어 오라는 지사장의 지시에 고민이 시작됐다.

그는 “집에 왔는데 8살, 4살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도로 위에 색칠하는 것이 초등학생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아이디어를 실제로 적용하자니 제약이 많았다.

도로에 흰색과 노란색, 청색과 적색 외에 다른 색을 쓰면 도로교통법 위반이 되기 때문이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그의 아이디어를 듣고 주변에서는 “너무 앞서간다. 왜 하냐. 하지 마라”며 반대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도로시설물을 미비하게 설치한 본인의 책임으로 사망사고가 난 것 같아 그럴 수도 없었다.

법을 위반할 수도, 그렇다고 단시간에 바꿀 수도 없어서 편법이라도 쓰기로 했다.

그는 인천지방경찰청에 협조를 요청해 처음으로 도로에 유도선을 적용해 볼 수 있었다.

마모에 강하면서 경제적이고, 선명한 도료를 찾는 것도 숙제였다.

여러 페인트를 실험했고, 편안함을 느끼도록 선의 폭과 모양도 고민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그렇게 2011년 5월 3일 안산분기점에 첫 유도선이 설치됐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연간 20여 건 정도 발생했던 사고가 이후 3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유도선의 효과가 알려지자 각 지사에서도 유도선을 긋기 시작했고, 올해 494개소로 확대됐다.

교통사고 감소에 큰 공을 세웠지만 그는 어떤 포상도 받지 못했다.

본사 경진대회에 출품했지만 ‘법률위반’을 이유로 결격됐고,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정부포상도 받지 못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도움이 됐다고 말해 주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유재석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그에게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소감을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제 내 거라고…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그 시대가 온 것 같다. 하늘을 날아갈 듯 기분이 좋다”라며 9년의 한(?)을 풀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시청자들은 “유도선 누구 아이디어인지 궁금했는데” “유도선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으로 운전할게요” “이분 상도 주시고 상금도 주세요” “길치들에게 축복을 내리신 분” 등의 댓글로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