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주민들 타지역 강제 이동… BBC “제로 코로나 관련성”

정용진
2022년 04월 30일 오전 11:58 업데이트: 2022년 04월 30일 오후 6:28

한 달째 봉쇄가 이어지는 중국 상하이시에서 주민 이동이 확인됐다.

확진자를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켜 ‘제로 코로나’를 달성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웨이보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지역 주민들에게 타 지역 이동을 명령한 방역당국 통지문이 공개됐다. 상하이 황푸구(黃浦區) 당국은 최근 일부 주민들에게 190km 떨어진 저장성 항저우의 격리시설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

이들은 핵산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이동 명령을 받았다. 항저우의 격리시설(호텔)에서 1주일 격리하면서 총 7회 핵산검사로 음성이 확인되면 다시 상하이로 복귀할 수 있다는 내용도 안내됐다. 다만, 아동이나 고령자는 이동 대상에서 제외됐다.

영국 BBC는 이번 주민 이동이 중국 정부가 고수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칭링·淸零) 정책은 단 한 건의 코로나 발생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목표 달성을 향한 의지 뒷면에 강압적 수단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경고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재확산이 속출하면서 제로 코로나가 무산되자, 중앙정부는 용어를 세분화하겠다며 올해 1월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왔다. ‘사회면 제로 코로나’다.

이는 신규 감염자가 격리시설 내에서만 발생해, 코로나가 지역사회로 번지는 것은 차단했음을 나타내는 중국식 방역 용어다. 코로나를 격리시설 내에만 가두는 데 성공했으니 사회(면)에서는 제로 코로나를 달성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사회면 제로 코로나는 중앙에서 지시한 명령만 어떻게든 이행하면 된다는 공산주의 중국 특유의 관료주의와 맞물려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중앙정부가 상하이의 제로 코로나 달성을 강하게 요구하자, 압박감을 느낀 상하이 관리들이 감염된 주민들을 타 지역으로 옮겨 명목상 ‘사회면 제로 코로나’를 달성했다고 보고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상하이 당국이 주민들에게 타 지역 이동을 명령한 일이 외부로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6일에는 상하이 푸둥신(浦東新)구의 한 마을 주민 전원에게 상하이를 벗어나 격리시설로 이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개와 고양이 등 동물들은 그대로 집에 두고 가야 한다는 지시도 내려졌다. BBC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1천 명 이상이 마을을 떠나 격리됐다고 추산했다.

앞서 올해 1월 베이징과 인접한 허베이성에서는 주민 2만 명이 지방정부 정책에 따라 타 지역으로 강제 이동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