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중국, 블랙리스트 만들어 대만 연예계 통제

강우찬
2019년 08월 9일 오후 1:28 업데이트: 2019년 08월 9일 오후 1:28

쯔위부터 헤이자자까지, 중국의 대만 연예인 길들이기
홍콩 시위 사진에 ‘좋아요’ 눌렀다가 봉변

최근 대만과 홍콩 연예인들이 홍콩 시위를 옹호하다 된서리를 맞고 있다.

2018년 중국 최고 인기 드라마 ‘연희공략(延禧攻略)’에 출연한 홍콩 여배우 사시만(佘詩曼)은 인스타그램에 올려진 홍콩 시위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웨이보에서 우마오당(중국 공산당이 고용한 댓글 알바 부대)의 공격을 받았다.

“본토에서 돈을 벌더니 돌아서면 홍콩 독립이라니”, “연기를 오래하더니 정말 두 얼굴”라는 등 살벌한 댓글에 사시만은 결국 “홍콩 시위 사진인 줄 모르고 ‘좋아요’를 눌렀지만 취소했다”고 백기를 들었다.

사시만이 겪은 일은 3년전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인 멤버 쯔위 사건의 데자뷰라 할 만하다.

2016년 초 쯔위는 한국의 한 방송에 출연해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 이를 본 대만 통합파 연예인 황안(黄安)이 자신의 웨이보에 쯔위의 행동이 ‘대만 독립’을 옹호한 것이라고 썼고, 중국 네티즌들이 몰려들어 쯔위를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던 트와이스 소속사인 JYP와 쯔위는 사과 영상을 올리는 등 수습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영상은 대만 총통 선거 전날에 공개됐고, 대만인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가 압승해 8년 만의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대만의 인기 바둑기사인 헤이자자는 2017년 중국 바둑대회 참가를 위해 공항으로 향하면서 소셜미디어에 ‘출국’이라는 포스팅을 남겼다가 “하나의 중국인데 출국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며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당했다.

홍콩과 대만 연예인들은 성공만 하면 최고의 보상이 따르는 중국 무대에 서고 싶어 한다.

실제로 대만을 대표하는 스타들은 새해가 되면 신년 맞이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중국 본토로 달려간다.하지만 이들이 중국 본토에 진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른다.

중국 문화부가 베이징 영상업계에 배포한 블랙리스트에는 대만 연예인 55명이 포함돼 있다. 중국 진출을 선망하는 대만 연예인이라면 중국 당국의 눈밖에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31조 대만혜택조치’, 이른바 ‘혜대 31조’를 발표했다. 중국과 대만을 차별하지 않고 문화 산업의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내용이다.

중국이 대만 영화, TV 드라마 수입 편수 제한 철회, 영화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의 대만인 참여 인원 제한 폐지, 대만에서 수입하는 도서 심사과정 간소화 등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대만 관계자는 ‘그림의 떡’이라는 반응이다. 반드시 연예인이 ‘대만 독립 반대’를 공개적으로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연예인들이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거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6년 중국 당국이 ‘한한령’을 내려 한국의 문예창작물 수입을 금지하고 한류 스타들의 중국 공연을 금지시킨 것처럼 조금만 눈밖에 벗어나도 발을 붙이기 어렵다.

대만의 문화계 인사들은 1987년까지 40년간 지속된 대만의 계엄시기에 늘 ‘검열’ 공포에 시달렸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 최우수상, 금마장 대만 최우수 드라마상 수상 감독 정원탕(鄭文堂)은 문화계의 공포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비록 대만이 개방됐다고 하지만 작품마다 중국 대륙에서 판매 가능한지를 기준으로 작가의 붓을 옥죈다는 것이다.

대본을 쓰는 단계에서부터 그런 기준이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다는 장원탕 감독. 그는 “출자부터 시나리오까지 내용은 한정될 수밖에 없고, 작품의 미래까지 영화계가 타협하고 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