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하루 전, 어린이집 구석에 힘없이 앉아 있는 16개월 정인이의 모습

이서현
2021년 01월 3일 오후 3:01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12:18

지난 2일 방송된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정인이는 왜 죽었나?’ 편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정인이는 생후 7개월 무렵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이후 271일 만에 온갖 학대로 뼈가 부러지고 장기가 손상된 채로 세상을 떠났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정인이가 학대를 받고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추적했다.

정인이와 관련해서는 사망 전 이미 세 차례나 학대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한 이들은 정인이의 몸에 난 상처를 본 소아과 의사와 어린이집 선생님들 그리고 정인이가 차량에 방치된 모습을 본 이웃이었다.

안타깝게도 양부모는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통역사인 양모와 방송국에서 일한다는 양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정인이를 입양하기 전부터 주변에 입양 계획을 알리고, 입양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며 누구보다 정인이를 사랑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얼굴에 멍이 든 정인이를 안고서 “입양은 축하받을 일”이라며 입양을 권장하기도 했다.

입양 전 해맑았던 정인이의 얼굴은 어느새 어둡게 변해 있었다.

제작진은 이런 양부모의 양면적인 모습이 경찰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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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는 2020년 10월 13일, 세 번의 심정지 끝에 응급실에서 숨을 거뒀다.

사망 원인은 이미 찢어져 있던 배가 당일에 한 번 더 충격을 받아 장간막 파열이 왔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사망 당신 정인이의 CT 결과에 대해 “(배에 가득찬) 이 회색 음영 이게 다 그냥 피다. 그리고 이게 다 골절이다. 나아가는 상처, 막 생긴 상처. 이 정도 사진이면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아동 학대”라고 말했다.

양모는 정인이가 사망하자 무릎을 꿇고 울면서 “우리 아이가 죽으면 어떡하냐”고 소리를 크게 내어 울었다고 전해졌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날 방송에서는 정인이가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 어린이집 CCTV에 담긴 정인이의 모습도 공개됐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정인이의 옷을 들춰보고는 불룩한 배 상태에 놀라 계속 보살피기도 했다.

정인이는 선생님이 주는 음식을 거부했고, 우유만 겨우겨우 한 모금 삼켰다.

또 어린이집 구석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한참을 무기력하게 혼자 앉아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한 의사는 정인이의 모습에 “장이 터져서 장 안에 있던 공기가 바깥으로 샌 거다. 공기가 새어 나가고 이러면 통증 중에는 최고의 통증이다. 아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굉장한 고통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정인이는 고통을 호소하거나 울음조차 터트리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표진원소아청소년과의원 표진원 원장은 “의학적으로 무감정상태라고 한다. 정서박탈이 심해서 정말 무감정인 상태일 때 저런 행동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피해자 정인 양을 위로하기 위한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를 제안했다.

방송 직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엔 ‘정인아 미안해’와 함께 ‘양천경찰서’가 오르내렸다.

시청자들뿐 아니라 프로그램 진행자인 김상중 및 류현진-배지현, 심진화-김원효 부부, 황인영, 김준희, 서효림 등 연예인들도 챌린지를 통해 정인 양을 추모했다.

또 많은 누리꾼이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세 차례나 부실 처리한 양천경찰서 홈페이지에 몰려가 비난 여론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