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ㅏㅇ려0ㅔ요’ 장난 같은 신고 문자에도 ‘역추적’으로 쓰러진 사람 구조한 소방장

이서현
2020년 08월 3일 오전 11:50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전 9:42

지난달 19일 오전 강원도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로 의문의 문자신고가 잇따라 들어왔다.

이날 오전 7시 47분께 ‘ㅅ00ㅏㄹ0ㅕ줴0애요0’라는 내용으로 첫 문자가 왔다.

1분 뒤에 ‘ㅏ0사ㅏㅇ려0ㅔ요’라는 문자가, 그 후 7분 뒤에는 지명으로 보이는 두 글자와 세 자리 숫자가 추가로 접수됐다.

소방 문자신고 | 연합뉴스

문자를 확인한 김웅종(41) 소방장은 처음에 오인 신고를 의심했다.

문자메시지를 통한 119 신고 중에는 휴대전화 버튼을 잘못 누르는 등 부주의로 인한 신고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

그러나 문자는 ‘살려주세요’라는 의미를 반복적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전화를 걸었지만, 신고자가 받지 않자 김 소방장은 긴급상황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마지막 문자 내용이 주소일지도 생각에 이를 토대로 신고지를 역추적했다.

문자 신고를 하기 전 같은 번호로 무응답 전화가 걸려온 기록까지 찾아냈고, 유력한 신고지를 특정했다.

김 소방장은 곧장 해당 지역에 구급대를 출동시키고 경찰에 공조 요청했다.

강원소방 119종합상황실 김웅종 소방장 | 강원도소방본부=연합뉴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은 거주자에게 신고자 A씨가 가족임을 확인하고서 집안을 살폈다.

A씨의 방문이 잠겨 있어 창문으로 확인해보니 A씨는 방문 앞에 쓰러져 있었다.

대원들은 창문으로 진입해 상태를 살폈고, 호흡곤란과 경련 증상을 보이는 A씨를 병원으로 곧장 옮겼다.

산소투여 처치를 하며 65㎞ 떨어진 대형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A씨는 병원 도착 전 의식과 호흡이 돌아왔다.

장난 같은 문자에서도 구조 메시지를 포착한 김 소방장과 구급대원들의 노력 덕분에 A씨는 무사히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김 소방장은 “실수로 신고하면 ‘잘못 보냈다’고 알려오는데 전화도 받지 않아서 말 못 할 상황에 부닥쳤거나 범죄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선을 다해 환자를 살려 다행이다”라고 전했다.

119 다매체 신고서비스 | 소방청

강원소방은 앞으로 ‘119 다매체 신고 서비스’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119다매체 신고서비스란 119종합상황실 요원과 신고자 간 영상통화와 문자,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신고가 가능한 서비스이다. 아울러 외국인이나 청각장애인 등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음성통화가 곤란한 경우에도응급 상황을 전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