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 소재 한국영화 ‘기생충’ 중국서 돌연 상영 취소

Tong Yijia
2019년 07월 31일 오후 2:07 업데이트: 2019년 08월 1일 오후 5:54

한국 천만 관객 흥행작 ‘기생충’(중국명 기생상류·寄生上流)이 중국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다가 하루 전 상영이 취소됐다. 실망한 중국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상영취소의 이유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27일 중국 서북부 칭하이성 ’퍼스트(FIRST) 청년영화전’ 주최측은 공식 SNS를 통해 “28일 폐막작으로 상영 예정이던 한국영화 ‘기생충’이 갑자기 상영취소됐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기술적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술적 문제는 중국 당국이 영화 상영이나 개봉을 취소시킬 때 쓰는 관례적 표현이라는 게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 29일자 보도 내용이다.

앞서 쩡궈샹 감독의 영화 ‘샤오녠더니(少年的你·소년이었을 때의 너)’ 장이머우 감독 작품 ‘1먀오(1秒·1초)’가 베를린영화제 본선에 진출했다가 ‘기술적 문제’로 참석이 취소된 바 있다.

중국에서도 기생충 상영 소식은 큰 화제였다.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한국감독 봉준호의 영화 상영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영화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되기도 했다.

주최 측은 ‘기술적 이유’라고 해명했지만, 중국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빈부격차와 사회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문제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영화 상영만 손꼽아 기다리던 중국 관객 1만명은 온라인 공간에서 강렬한 반응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또 기술적인 이유…못 보는 좋은 영화일수록 더 보고 싶다”고 전했다. “앞으로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금지된 영화 목록에서 찾자. 단 국산 필름을 쓰지 않도록 주의”라며 재치있게 꼬집은 이도 있었다.

“웃겨 죽겠어. 상영하기 싫다고 하면 되지, 무슨 기술 핑계 대고 있어” “알았어, 어디서부터 편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기술 문제’지?” “기술 : 나는 누명 쓰고 싶지 않아”라며 ‘기술적 이유’라는 핑계를 지적한 댓글도 많았다.

빈부격차는 세계적 현상이지만 중국에서는 그 정도의 차이가 극단적이다. 2009년 중국의 한 보고서에서는 “중국은 0.4%의 인구가 70%의 부를 쥐고 있다. 인구 5%가 부의 60%를 차지한 미국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본지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의 옌단 논설위원은 이번 영화 ‘기생충’ 상영 취소를 중국의 정치 상황과 맞물려 해석했다.

옌단 논설위원은 “0.4%의 인구란 중국 권력층과 친인척”이라며 “당은 공산주의 혁명으로 노동자와 농민의 공동의 부를 누릴 것이라고 했지만, 오늘날까지 노동자와 농민은 여전히 최하층이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그는 “부패집단인 공산당이 빈부격차만 더 키웠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영화 ‘기생충’을 접한 이들도 있었다.

이들이 중국의 영화리뷰 사이트 ‘더우반’에서 영화 ‘기생충’에 매긴 평점은 9.2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