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 매달려서라도…” 목숨 걸고 탈출 시도하는 아프칸 시민들

이서현
2021년 08월 18일 오전 3:07 업데이트: 2021년 08월 19일 오후 3:36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했다.

아프간 정부는 저항 없이 항복했고,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차량 4대에 자산을 싣고 해외로 도피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하면서 탈출하지 못한 시민들이 16일 새벽부터 도로와 공항으로 쏟아져나왔다.

16일 카불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차량들로 인해 교통 대란이 벌어진 모습을 촬영한 모습 | EPA연합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은 몰려든 차량과 인파로 근처가 난장판이 됐다.

수도 카불 공항 내 활주로에도 수많은 사람이 아프간을 떠나는 비행기에 탑승하려고 몰려들었다.

“미군이 공항 질서 유지하려고 발포해 시민들 사망” | 트위터 @sidhant

수천 명의 시민이 한꺼번에 활주로로 몰려들자 이들을 해산하려고 미군이 발포하면서 일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한 미국 관리는 로이터에 “공항에 몰려든 군중이 통제 불능 상태였다. 발포는 혼란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전해진 분위기는 월남 패망 당시 ‘사이공 탈출’보다 더 급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16일 카불 국제공항 내 활주로에 모여든 인파를 촬영한 모습 | EPA연합
16일 카불 국제공항 내 활주로에 모여든 인파를 촬영한 모습 | AFP연합

시간이 지날수록 공항에는 더 많은 인파가 몰렸고, 시민들이 활주로를 장악했다.

문이 열린 여객기 안으로 밀고 들어가거나 탑승 계단에 거꾸로 매달린 절박한 모습도 보였다.

항공기 바퀴에 매달려서 탈출을 시도했다 추락하는 이도 포착됐다.

아프간 카불 국제공항 활주로에 들어온 시민들 | 트위터 @Khan_Ha55a
카불 공항 활주로에서 이륙을 위해 이동 중인 미 공군기에 기어오르는 사람들 |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외신에 따르면 탈출을 위해 세 명이 바퀴에 매달린 채 비행기가 이륙한 상황에서 두 명이 추락해 숨진 것으로 확인했다.

밀려든 인파로 도저히 여객기가 뜰 수 없는 상태가 되자, 공항 당국은 모든 민항기의 운항이 중단됐다고 이날 오후 발표했다.

카불 영공 통제가 군에 넘어가면서 여러 외항사는 아프간 영공을 피하기 위한 항로 조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AP 통신은 이날 익명을 요구한 미국 고위 당국자의 말을 빌려 카불 공항에서 비행기에 매달렸다가 추락한 3명을 포함해 총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과거와 다른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겠고 약속했지만, 과거 탈레반이 통치했던 5년을 기억하는 시민들은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다.

한편, 몰려든 아프간인들로 이륙이 미뤄졌던 교민과 공관원을 태운 항공기는 17일 오전 9시 무사히 카불 공항을 이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