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中 ZTE 내부고발한 법률고문 “모든 것 걸었다”

사만다 플롬(Samantha Flom)
2022년 12월 21일 오후 4:07 업데이트: 2022년 12월 21일 오후 5:11

야심만만한 젊은 변호사 애슐리 야블론은 대기업 사내 변호사로 일하는 것을 꿈꿔왔다. 그렇기에 그가 중국 거대 통신 기업 ZTE로부터 사내 변호사직을 제안받았을 때 그는 어떠한 의문도 갖지 않고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가 꿈꿔왔던 직업을 얻은 대가가 자신의 조국에 대한 배신이란 점을 깨닫게 되자 그의 꿈은 곧 악몽이 됐다.

야블론은 자신의 책 ‘중국에 대항하기: 한 내부고발자의 조국을 위해 무릅쓴 위험(Standing Up to China: How a Whistleblower Risked Everything for His Country·국내 미발간)’을 통해 ZTE가 미국의 무역 제재에 대해 회피 계획을 세우고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아직 내가 절대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며 ZTE의 보복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15일(이하 현지시간) 방영된 에포크TV 시사프로그램 ‘미국의 사상 지도자들(American Think Leaders)’에 출연한 야블론은 자신이 중국의 ZTE, 더 나아가 중국 공산당에 어떻게 저항하게 됐는지 상세히 설명했다.

“中 빅테크에 ‘준법’은 그저 선택지”

야블론은 지난 2011년 10월부터 ZTE 사내 변호사로 일했다. 그는 대기업 사내 변호사가 되기 위해 다양한 로펌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는 “변호사가 로펌에 있으면 한 가지 분야에서만 많은 사건을 맡아 전담하게 된다. 반면 사내 변호사는 고객이 회사 하나뿐이다. 그러나 다뤄야 하는 법률 분야는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어 “로펌에서 일하는 것보다 사내 변호사로 일하는 것이 비즈니스를 더 잘 돕는 방식이라 생각했고 흥미로웠다”며 직장으로서 로펌과 ZTE의 차이를 비교했다.

야블론은 ZTE의 사내 변호사가 되기 전 안티바이러스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인 맥아피(mcafee),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는 “그때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세계적인 대기업에서 수석 변호사가 된 일을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내가 수행할 업무가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미국과 중국 간 문화적 차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야블론은 중국인들이 ‘도덕성’에 대해 미국인과 매우 다른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전했다.

그는 화웨이에서 근무하던 시절 중국인 동료 변호사가 “법을 준수하는 것은 그저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라고 말한 것을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흔히 일종의 ‘도덕적 나침반’을 가지고 있거나 도덕적 사리분별을 할 줄 압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그렇지 않다. 중국인들은 우리처럼 도덕적 기준으로 사업하거나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블론은 나중에서야 중국인 동료의 말속에 자신이 불법적인 일에 연루될 수 있다는 숨은 뜻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 그러나 당시 그는 커리어 쌓기에 눈이 먼 상태였다.

“그러한 경험이 내게 의문점을 남겼지만 사내 수석 변호사가 되고자 하는 나의 자만심이나 욕망은 멈추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분야 전시회 MWC의 화웨이 부스 위쪽에 설치된 대형 화웨이 로고. 2022.2.28 | David Ramos/Getty Images

ZTE, 미국 상대로 위험한 도박

그러나 야블론이 근무를 시작하고 얼마 뒤 ZTE가 미국 하원으로부터 국가 안보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조사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정적 계기는 ZTE가 이란과 거래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 대상 국가다. 야블론은 곧 자신이 위험한 직장에서 일하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그는 “당시 로이터 통신이 ZTE와 이란 사이의 계약서 사본을 입수했다는 보도를 했다”면서 “ZTE는 수억 달러 규모의 통신 감청 장치를 이란에 판매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ZTE가 이란에 보낼 감청 장치 생산에 미국산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ZTE는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수입한 미국산 부품으로 중국에서 감청 장치를 생산해 이란에 보내고 있었다. 이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이다.

당시 회사는 수석 변호사인 야블론에게 단 15분 만에 계약서를 검토하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피해를 예측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계약서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관한 부분을 펼쳤는데, 페이퍼컴퍼니 목록과 각각의 역할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쓰러질 지경이었다”라며 “뭔가 하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 싶었다”고 했다.

“내부고발은 시련이었지만…통과했다”

야블론은 회사 측에 “미국 정부 조사에 응하라”고 자문했다. 하지만 회사는 그의 자문에 따르지 않았다.

그는 “ZTE는 거짓말을 하려 했고, 내가 그들의 불법적 행위를 부인하고 변명해주길 원했다”며 “그럴 수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야블론은 ZTE를 위해 거짓말하는 대신 내부고발자가 되는 쪽을 선택했다. 그는 “미 연방수사국(FBI)에 ZTE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알려줬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제재를 피해 제품을 판매하려는 ZTE 계획을 폭로하는 32페이지 분량의 진술서를 FBI에 전달했다. 그러고는 아내와 함께 도망길에 올랐다. ZTE의 배후로 여겨지는 중국 공산당이 직접 자신을 노릴지 모른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야블론 부부의 도주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ZTE는 근로계약서를 근거로 야블론에게 회사에 복귀할 것을 강하게 압박했다. 경찰의 출입통제 테이프로 봉인된 자신의 사무실에 돌아온 야블론은 화이트보드에 ‘죽어라!’라고 쓴 메시지를 발견했다.

야블론은 이후 자신과 아내에게 중국인으로 보이는 미행자가 붙었다고 했다. 그는 한 미행자에게서 “우리 ZTE가 너를 죽일 것이다. 네 가족은 물론 자손 대대로 계속 죽이겠다는 협박을 들었다”고 에포크타임스에 말했다.

중국 중싱통신(ZTE) 전 수석 변호사(general counsel) 에슐리 야블론. 2022.11.19 | 잭 왕/에포크타임스

2017년 ZTE는 불법 선적 등의 수법으로 미국산 제품을 이란에 수출해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하고 이 사실을 감춰 위증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고는 미국 정부와 합의해 총12억 달러(약 1조6천억원)의 벌금 등을 지불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달 25일 ZTE, 화웨이 제품을 포함한 중국 통신 장비들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지정해 미국 내 수입과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한편 야망의 계단에서 내려온 야블론은 현재 새로운 직장을 찾아 기업들을 상대로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야망은 우리 모두에게 열정을 주는 위대한 원동력이지만, 야망을 제멋대로 놔두면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야망의 대상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일은 내가 올바른 일을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아보는 테스트였다”며 “내부고발을 위해 일자리와 경력, 재산 그리고 목숨까지 걸어야 했다. 그리고 나는 그 테스트를 통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에포크타임스는 ZTE 측에 반론권 보장을 위한 의견을 요청했으나 기사 송고 시간까지 답장을 받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