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공연 봤다고 ‘블랙리스트’? 中 혐한 불씨 살아나

최창근
2023년 05월 25일 오후 5:45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5:45

중국에서 반한(反韓)‧혐한(嫌韓) 여론이 확산 중이다. 한국 유명 아이돌 그룹 콘서트를 관람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유명 연예인들이 네티즌들의 ‘블랙 리스트’에 올라 악플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가 지난 5월 20~21일 마카오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본 핑크(BORN PINK)’라고 이름 붙인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홍콩, 마카오, 대만 등 중화권 순회 공연에서 블랙핑크는 K-팝의 위력을 보여 주었다.

현지 언론들은 블랙핑크 공연에 대해 “팬들을 경외에 빠뜨리고 음악계에 혁명을 일으키며 세계를 강타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예술성을 증명했다.” “블랙핑크의 경이로운 성공을 목격하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등의 호평을 쏟아냈다.

대만 공연에서는 정가 38만 원인 입장권이 암표 시장에서 1700만 원에 거래되어 대만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중화권 스타들도 공연장을 찾았다. 이 사실을 안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 걸그룹 공연을 왜 보는가?” “매국노(漢奸) 같은 행태”라며 분노를 쏟아내기도 했다.

이어 다른 자국 연예인들이 블랙핑크의 응원봉을 들고 응원하는 인증 사진을 올리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배포하고 블랙핑크 콘서트에 초대받은 연예인 좌석의 사진과 콘서트장에 들어가는 연예인들의 사진을 공개하며 ‘블랙핑크 팬 찾아내기’ 운동까지 일으켰다.

블랙 핑크 공연을 관람한 것으로 알려져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화권 연예인 명단. | 웨이보 화면 갈무리.

걸그룹 ‘우주소녀’ 출신 성소가 휠체어를 탄 채로 블랙핑크 콘서트를 관람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네티즌들은 “아픈 와중에도 한국을 응원하러 가네, 눈물겹다” “한국 다녀오더니 완전 한빠가 다 됐네”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톱스타 안젤라 베이비(Angelababy‧楊穎)도 지난 1월 홍콩 공연에 이어 마카오 공연장을 찾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의 집중 표적이 됐다.

안젤라 베이비의 웨이보 계정에는 “중국 배우가 한국 걸그룹 콘서트에 왜 가느냐?” 등의 악플이 줄을 이었다. “내오(內娛‧중국 연예계 내부 지칭) 사람들이 앞장서는데 ‘한한령(限韓令)’이 제대로 될 리가 있나?” 등에 이어 결국 ‘매국노’라고 비난하는 글도 등장했다. 관련 내용은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가운데 안젤라 베이비와 런자룬(任嘉倫)이 공동 주연한 멜로 드라마 ‘모색심약(暮色心約‧Twilight)’이 돌연 방영 취소됐다.

지난해 1~4월 사전 제작을 마치고 5월 말 방영 예정인 40부작 드라마의 방영 취소 배경을 두고서 홍콩 매체들은 “안젤라 베이비의 지나친 첨한(舔韓)과 관련 있어 보인다.”고 보도했다. ‘첨한’은 ‘한국을 혀로 핥다.’ 혹은 ‘혀로 빨다.’는 뜻의 비속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