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휴전협상에서 “키이우 군사 활동 축소” 발표한 러시아 속내

김정희
2022년 03월 30일 오후 6:20 업데이트: 2022년 03월 30일 오후 6:48

29일(현지 시각)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5차 평화협상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북동부 체르니히우에 대한 군사 활동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회담 후 군사 활동 축소는 상호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CNN 등은 미군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이 키이우 주변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시사 평론가 친펑은 러시아군의 자발적 부분 철수에 4가지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예상을 빗나간 고전 ▲주변국들과 영토 분쟁 재점화▲서방 국가들의 대규모 경제 제재 ▲중국 공산당 정권에 대한 불신 등이다.

러시아는 160개 대대급 전투단(BTG) 중 120개를 이번 전쟁에 투입했다. 이들은 러시아 육군의 주력이며, 이들과 정면 충돌하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승산이 없지만, 러시아가 전략적인 측면에서 우크라이나의 저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비롯한 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도를 과소평가했고 자국의 군사력을 과대평가하는 실책을 저질렀다고 친펑은 분석했다.

그는 “전술적인 측면에서 러시아군은 60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전역 여러 주요 대도시에서 동시에 침공을 가했다. 그 결과 러시아군의 전선은 지나치게 길어지고 병력이 분산되었으며 후방 보급 공급도 난항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또한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병력을 작은 규모로 편성한 후 러시아군의 주력을 피해 그들의 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상대방의 작전 능력을 대폭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군 지휘관 8명을 사살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은 키이우를 포위했지만, 위협을 하거나 우크라이나군의 반란을 선동해 우크라이나 정권을 교체할 수는 없었다. 정면 침공과 어려운 시가전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현재 키이우 주변에 주둔한 러시아 병력과 군수품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키이우를 쉽게 손에 넣기는 힘들어진 상황이다.

이를 틈타 러시아와 역사적으로 영토 분쟁이 있는 몇 나라가 러시아에 영토 반환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일본, 아제르바이잔, 폴란드 세 나라가 러시아에 영토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8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러시아와의 분쟁 지역인 남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 4도)은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주장했다.

27일에는 아제르바이잔 군대가 러시아 ‘평화 유지군’이 통제하는 아르메니아 지역에 진입했다.

폴란드 전 육군 사령관 발데마르 스크지프차크는 26일(현지 시각) 폴란드 언론 ‘슈퍼 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1945년부터 지배해온 칼리닌그라드 지역은 프로이센과 폴란드의 한 부분이었다. 폴란드는 러시아에 해당 지역의 합법적인 소유권을 요구해야 한다”라고 했다.

만약 이 나라들이 실제로 군사행동에 나서면 러시아는 골치 아픈 상황에 빠지게 된다. 러시아는 서방 국가가 러시아에 가한 대규모 경제 제재에 대한 해결책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지난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과 자국 기업에 비우호적 행동을 한 국가들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하고, 천연가스 대금을 달러 대신 러시아 루블화로 지급하도록 압박 하는 등 서방의 경제 제재를 돌파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그러나 G7(주요 7개국)과 유럽연합(EU)은 이러한 요구를 만장일치로 거절했다.

경제회복센터 등이 최근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매일 약 200억 달러(약 24조80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소모하고 있다.

중화권 군사 전문가 핑커푸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매일 소모하는 전쟁 비용은 8000만에서 1억 달러로 추측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전쟁 자금과 물자는 국제 사회의 지지로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러시아는 설상가상이지만 우크라이나는 오히려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정을 맺어도 영국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백악관도 바이든 행정부와 유럽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의 소모를 계속 추가하겠다”라고 밝혔다. 동요 없이 제재를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28일 중국 방문 전 러·중 관계가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 달했다”라고 말했지만, 중국 정부는 전면적으로 국제 제재를 위반할 용기와 능력 모두 부족해 보인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이번 평화협정에서 자국의 안보 보장을 전제로 중립국 지위를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안전보장 체계 안에서 이스라엘, 폴란드, 캐나다 및 터키 등이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국이 될 것이며 러시아,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도 포함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영어권 보도에서 중국도 보장 제공국 리스트에 올랐지만,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보도에서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