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미중회담 먼저 제안한 中, 왜 얼굴 붉히며 판 깼나

강우찬
2021년 03월 27일 오후 4:00 업데이트: 2021년 03월 27일 오후 4:59

중국 공산당이 정권 안정을 위해 중국의 외교정책에 무분별하게 개입, 외교정책을 마구잡이로 치닫게 하면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직 미국 국무부 중국정책 수석 고문 마일스 위(余茂春·위마오춘) 박사는 지난 25일 대만중앙통신(CNA)과의 인터뷰에서 공동 성명 없이 사실상 파국으로 끝난 미중 회담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위 박사는 “미중 회담은 중국이 미국에 간곡히 요청해 이뤄진 것”이라며 “그런데도 중국 공산당(중공) 관리들이 회담장에서 대놓고 자기 주장만 펼친 것은 미국의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졌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 시절 국무부 중국 정책 수석 고문을 지낸 위 박사는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에서 퇴임한 뒤 폼페이오와 함께 워싱턴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에 들어갔다.

중공, 회담 먼저 제안하고 막무가내 외교

지난주 미∙중 알래스카 회담을 앞두고 자오리젠(趙立堅) 중공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측이 미국 관리들과의 고위층 전략 대화에 초청받았다”고 발표했다.

위 박사는 CNA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주 알래스카에서 열린 회담은 중국 측이 미국에 간곡히 요청해 성사됐다며 그들은 ‘중국엔 아무런 잘못이 없고 전부 트럼프 정부 내 몇 명이 휘저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베이징의 주된 목적은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 시절의 대(對)중국 정책을 뒤집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 박사는 베이징은 회담 몇 주 전부터 이미 미국의 대중 정책에 대한 반전이 무산됐음을 인지했다며 “바이든 정부가 기본적으로 신장∙티베트∙대만∙홍콩, 무역 및 대만해협, 남해지역 안전성 등 핵심 이슈에서 EU와 Five Eyes 연합 국가들과 긴밀히 연계하는 등 트럼프 정부 정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베이징은 희망이 깨지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알래스카 회담을 통해 ‘떼쓰기’를 했다”며 미국에 한바탕 욕설을 퍼붓는 것으로 국내 선전 효과를 거두려 했다고 말했다. 또한 회담에 참여한 양제츠(楊潔篪) 중공 중앙 외사 판공실 주임이 ‘과거 온화했던 모습에서 전랑(戰狼)으로 바뀐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시진핑의 의중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위 박사는 미∙중 다툼은 나쁘지 않다고 봤다. 알래스카에서 중국 측의 감정이 터져 나오면서 빚어진 추태는 중공 외교의 실패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미국인과 여러 나라에 가르침을 줬다며 “예전에 중공에 약간의 환상을 가졌던 이들에게서 환상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 변화 없어…공산당 위기 지속

위 박사는 미∙중 관계의 미래에 대해 “베이징이 바뀌지 않으면 미국 어느 당이 백악관에 들어가든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거의 바뀌지 않을 것이고, 바이든 정부는 전임 트럼프 정부와 마찬가지로 중공과 접촉하길 원하지만, 접촉 이후 관계의 흐름은 전적으로 중공 자신의 행위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국민은 중공의 통치와 미∙중 관계의 성격에 대해 새롭게 인식했으니 미국의 외교 정책에 있어 매우 강력한 초석이자 추진력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민의를 반영하는 미국 의회는 중공에 대한 인식이 거의 일치하고, 지난 몇 년간 통과된 중국 관련 법안 역시 높은 일관성이 있어 “어떤 미국 대통령이든 어느 당에 속하든 이런 현실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제정한 중국 정책의 지속성과 생명력이 쉽게 사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위 박사는 예측했다.

위 박사는 중국이 레닌주의 사상을 포기한 뒤 무역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서양의 산업 및 군사기밀 훔치기를 그만두는 등 평화∙평온∙규칙을 통해 세계 각국과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 규범을 인정하는 선에서 경쟁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고, 중공이 이러한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고립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공산주의는 허황한 약속이고 이론적으로는 통하지 않으며 실행하는 것은 더욱더 파멸적이기 때문에 중국에는 미래가 없다고 직언했다. 그는 “이 정도는 중국 국민도 다 알고 있다’며 “공산당 안에서도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만,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진실을 말하듯 현실을 일깨울 용기와 배짱이 있는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민주주의 대만, 중국인들에게 좋은 본보기 될 것

위 박사는 중국의 민주체제 전환에 대만이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인은 모두 대만을 배워야 한다”면서 “미국의 대만 방어 약속은 중공의 세력 확장을 저지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만이 대표하는 이념과 가치에 공감하고 이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올해 퇴임을 10여일 앞두고 수년간 유지됐던 미국과 대만의 고위급 관리들의 왕래 제한을 해제한 바 있다.

위 박사는 이 과정에 “매우 깊이 관여했다”고 소개하며 “여러 사람의 의견을 참고해 결정한 미국의 중요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결정은 옳았다. 미국의 현 대중국 정책, 대만에 대한 정책과 외교 전반의 초석을 반영한 현실적인 변화였다”면서 “대만의 운명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안보이익과 직결됐다”고 했다.

대만이 민주주의 체제로 남아 있어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박사는 “대만 국민 절대다수는 중국과의 통일이 아니라 현상유지를 원한다”며 새로 출범한 미국 정부가 대만을 동맹으로 여긴다면 대만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