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창과 방패의 싸움’…中 대약진 2.0 vs 美 반도체 봉쇄

불붙은 美·中 반도체 전쟁 ㊤

린란(林瀾)
2022년 10월 8일 오후 1:22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9

중국 공산당의 반도체 산업 굴기 프로젝트인 ‘반도체 대약진운동’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반도체 핵심 기술 돌파”를 외치는 등 다시 한번 대약진운동으로 공세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를 구성하고, 중국 반도체 기업에 미국과 서방의 반도체 생산 장비 판매를 금지하는 등 적극적으로 중국 견제에 나섰다.

권토중래를 노리는 중국 공산당의 대약진운동이 성공할까, 미국의 대대적인 반도체 봉쇄 전략이 성공할까? 국가 명운이 걸린 ‘미중 간 반도체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진핑 “역량 집중해 돌파하라” vs 미국, ‘반도체 봉쇄’ 강화**

9월 6일 시진핑 총서기는 중앙위원회 전면심화개력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사회주의 시장경제하의 핵심 기술을 돌파하기 위한 신형 거국체제 건설에 대한 의견’을 심의 통과시켰다. 시진핑은 회의에서 “모든 역량을 집중해 큰일을 이뤄낼 수 있는 사회주의 제도의 현저한 장점을 발휘해 중대 과학기술 혁신에 대한 당의 지도력을 강화하고 국가의 전략적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과학기술의 핵심 중 핵심은 단연 반도체다. 베이징 당국은 한때 1000억 달러를 투자해 거국체제로 중국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켜 세계 패권을 장악하고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서방에 ‘목이 조이는’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역량을 집중하고 돈도 퍼부었지만 큰일은 이뤄내지 못했고 목은 갈수록 더 조이고 있다.

8월 31일,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미 상무부로부터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인 A100(코드명 암페어), H100(코드명 호퍼)의 중국(홍콩 포함) 수출을 중단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중 A100은 2020년 출시돼 데이터센터에서 까다로운 AI 계산을 수행하는 데 사용되고 있고, H100는 엔비디아가 올 연말께 출하할 최신 제품이다.

반도체 업체 AMD도 상무부로부터 ‘AMD 인스팅트 MI250’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은 AMD가 수출 금지 통보를 받은 뒤 중국 내 모든 데이터센터에 MI250보다 전 세대 제품인 MI100과 MI200 반도체의 출하를 일시 중단하고, MI100와 MI200를 구매하는 중국 고객 리스트 및 출하량 등을 집계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도 출하를 일시 중단하고 텐센트, 바이두,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등 중국 바이어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나중에 ‘미국 정부가 내년 3월 말까지는 특정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승인하는 등 일부 완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중국 언론은 지금은 이미 수출 계약이 된 물량을 송출하도록 일시 유예한 것일 뿐, 곧바로 본격적인 제재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미국 상무부는 인텔 CPU와 엔비디아 GPU 등의 반도체를 중국의 슈퍼컴퓨터센터 4곳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이 개발한 슈퍼컴퓨터 ‘톈허(天河) 1호’와 ‘톈허 2호’가 ‘핵 개발 연구’에 사용됐다고 명시했다. 톈허 1호와 톈허 2호는 모두 인텔 고성능칩 ‘제온(Xeon)’을 사용했고, 톈허 1호는 엔비디아 칩도 사용했다.

슈퍼컴퓨터 톈허 2호. | 위키피디아

이번 수출 금지로 중국의 퍼블릭 클라우드와 AI 알고리즘 훈련 등을 취급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예외 없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A100은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쓰이고 있고, 위챗의 검색 효율도 A100을 사용해 크게 향상됐다. 레노버와 인스퍼(浪潮·Inspur) 그룹도 엔비디아 고객이다. 엔비디아는 심지어 중국의 일부 감시 회사를 위해 이미지 인식 알고리즘 교육을 돕기도 했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 수출 규제가 정말로 중국 공산당의 목을 조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 중공은 대체품을 찾을 수 없을까? 시장조사업체 존 페디 리서치(Jon Peddie Research)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글로벌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 점유율은 81%에 달하고 나머지 19%는 AMD가 차지했다. 마찬가지로, 데이터센터를 위한 첨단 GPU 시장도 엔비디아와 AMD가 양분하고 있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현재 중국 기업들과 엔비디아·슈퍼마이크로사 등 미국 기업의 기술 격차는 10년 이상 벌어졌다. 그리고 미국이 슈퍼컴퓨팅과 스마트컴퓨팅 분야에서 공급을 차단함으로써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동수서산(東數西算)’ 전략은 혼란에 빠졌다.

‘동수서산’ 프로젝트는 대규모 디지털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수’는 데이터를, ‘산’은 연산능력 즉, 데이터 처리능력을 뜻한다. 중국 당국은 지난 2월 베이징 인근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 장강 삼각주 등 중국 8개 지역에 국가 컴퓨팅 허브를 건설하고 10개 국가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매년 4000억 위안(약 80조원)의 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 상무부가 중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에 GPU 수출을 하도록 승인하지 않으면 데이터 인프라 구축이 지연될 수 있고 저가형을 수입하거나 중국 제품을 사용하면 AI 모델의 효율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동수서산’의 8개 국가 컴퓨팅 허브와 10개 국가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중공, 2027년까지 ‘軍 AI화’ 추진

미국 정부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금지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최고 수준의 반도체와 관련 제품이 중공군에 넘어갈 위험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사이버안보·신흥기술국(CSET)’은 지난 6월 브리핑에서 중공군과 방위기업 간의 2020년 구매계약 24건을 분석한 결과, 중공군은 미국 회사가 설계해 대만과 한국에서 만든 AI용 칩을 구매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중공군의 구매 기록에 나오는 97종의 AI용 칩 중 거의 대부분은 엔비디아, AMD에 인수된 자일링스(Xilinx), 인텔이 설계했다.

중국 공산당은 2027년까지 군대의 전면적인 ‘기계화, 정보화, 지능화’를 실현할 계획이다. ‘지능화’는 AI용 칩에 의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 AMD의 AI용 칩은 무기나 기지를 식별하기 위해 위성 이미지를 검색하고, 정보 수집 목적의 디지털 통신을 걸러내고, 폭탄·모의모델링·무기 설계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고성능 반도체가 제공하는 빅데이터 처리 기술은 중국 공산당이 중국 국민을 감시하는 데도 사용된다.

2017년 9월 26일, 엔비디아가 베이징에서 개최한 회의에서 이 회사의 창립자이자 CEO인 젠슨 황(黃仁勛)은 중국의 안면 인식, 인공지능, 데이터 수집 기업들은 엔비디아 제품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이 언급한 기업에는 알리바바, 화웨이, 하이크비전, 다화(大華), 센스타임 등이 포함됐다. 이 중 하이크비전, 다화, 센스타임 등은 중국 공산당의 국민 감시와 인권 탄압에 일조해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안면 인식, 인공지능, 데이터 수집 기업들은 엔비디아 제품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을 채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 STR/AFP/Getty Images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이미지를 고속 처리할 수 있는 칩의 수요가 많다. 2019년 기준 중국 공산당의 감시 시스템 ‘톈왕(天網, 하늘의 그물)’은 중국 전역에 약 2억 개의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고, 이 중 충칭·선전·상하이의 카메라 수가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카자흐스탄 인권활동가 세르크잔 빌라시(Serikzhan Bilash)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신장에서는 감시카메라가 소수민족 가정에까지 들어갔고, 얼굴인식 기술이 신장 재교육 캠프의 거의 모든 과정에 사용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 미국이 중국 공산당의 첨단 반도체 획득 경로를 차단한 조치가 국제사회와 중국 국민의 권익 수호에도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돌파구는 기술 도둑질

중국 공산당의 ‘커브길에서 추월하기(彎道超車)’ 전략은 이제 웃음거리가 됐다. 반도체 관련 장비, 칩, 기술에 대한 수출 규제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미국이 과거의 규제로는 중공의 기술 절도를 막는 데 한계가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 간의 총성 없는 전쟁은 이제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캐나다 반도체 설계자산(IP) 회사 알파웨이브 IP(Alphawave IP)가 미국 오픈파이브(OpenFive) 인수를 완료했다고 발표하자 마르코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 등 여러 상원의원이 반대하고 나섰다. 중국 사모펀드 ‘와이즈 로드 캐피털(Wise Road Capital·智路資本)’이 알파웨이브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고, 양측은 2021년 알파웨이브의 IP를 중국 회사에 승인해주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도 포위망을 뚫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리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거듭 강조하는 ‘커브길에서 추월하기’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인재를 스카우트하거나 회사를 인수하거나, 이른바 협력을 통해 미국의 제재와 규제를 피해 노리고 있던 서방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상투적인 수단은 훔치는 것이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최근 양산에 성공했다는 최선단 공정인 7nm 제품이 대만 TSMC의 기술을 훔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외신에 따르면 SMIC는 몰래 7나노 공정기술을 확보하고 1년간 7나노 칩을 제조해 암호화폐 채굴 장비 업체에 제공했다. 이 업체는 캐나다에 등록돼 있지만 등록된 이사는 모두 중국인이어서 외부의 의혹을 사고 있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최근 양산에 성공했다는 최선단 공정인 7nm 제품이 대만 TSMC의 기술을 훔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 VCG/VCG via Getty Images

아이러니하게도 CCTV, 신화망, 환구시보 등 관영 매체들은 이처럼 중대한 기술적 돌파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제사회가 이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전문 분석기관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는 SMIC 칩은 TSMC의 7나노 공정의 복제판에 가깝다(a close copy of TSMC)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도체 제조 전문가이자 SMIC 최고경영자(CEO)인 량멍쑹(梁孟松)은 TSMC에서 17년간 연구·개발 처장을 지냈다. 량멍쑹은 2020년 12월에 쓴 사직서에서 자신이 엔지니어 팀 2000명을 이끌고 SMIC에서 7나노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면서 SMIC가 2021년 4월에 시험 생산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언론들은 정보를 종합해 SMIC의 7나노 칩이 TSMC의 디자인을 베낀 것으로 보고 있다. TSMC는 SMIC에 세 번째 지식재산권 침해 고소를 할 가능성이 크다. TSMC는 이미 2002년과 2006년 SMIC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침해소송을 냈다. 2009년 SMIC가 2억달러를 지불하고 TSMC에 지분 10%를 매각하는 것으로 소송은 일단락됐다.

이번에 또다시 SMIC의 지식재산권 침해 혐의가 불거지면서 지금까지 실시한 미국의 제재에 허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허점을 중국 공산당은 십분 이용하고 있다. 하나는 미국과 같은 개방된 자유 사회를 활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공산당이 포획한 중국 출신의 과학자와 기술자를 이용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또 한국과 대만에 미치는 영향력을 이용하기도 한다.

반도체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일본·한국·대만 등 4개국이 주도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이들 국가와 연대해 대중국 반도체 공급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일부 반도체 회사들은 당장 중국 시장을 포기하거나 중국과의 협력을 포기하기를 꺼리고 있다. 대만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들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이 점을 이용해 경제, 외교, 스파이 등 전방위적인 수단을 동원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공은 점점 더 곤경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미국은 SMIC가 7nm 미만의 초미세 반도체 양산에 필수 장비로 꼽히는 EUV 노광장비를 도입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