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중국, 지방정부 돈줄 ‘토지 사용료’ 징수기관 변경

왕허(王赫)
2021년 06월 11일 오후 5:02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4

징수권, 지방당국서 중앙정부 직속 세무부서로 이관
지방정부 재정수입 절반 이상 차지…강력 반발 예상
“시진핑, 중앙집권 위해 지방정부 돈줄 죄기 시동”

중국 재정부 등 4개 부처는 지난 4일 합동으로 토지 사용료 등 지방정부의 4가지 비세수입 징수기관을 시범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징수기관 시범변경 대상 지역은 허베이, 내몽골, 상하이, 저장, 안후이, 칭다오, 윈난 등 7개 성·시이며 시행 일자는 다음달 1일부터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중국 31개 성·시를 대상으로 전면 확대시행에 들어간다.

총 9개 항에 걸친 통지문은 △토지 사용료 △광물자원 개발 허가 수익 △해역 사용료 △무인도 사용료 등 4가지 비세수입의 징수기관을 기존 자연자원부서에서 세무부로 변경한다는 게 골자다. 세금이 아닌 지방정부의 수익을 세무부가 거둬들이게 하겠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정부 발표를 둘러싸고 중국 관계에서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자 정부는 “이번 결정은 징수기관을 조정하는 것으로, 토지 사용료의 귀속권 조정이 아니다. 지방정부 수익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원천적으로 토지의 사유권이 인정되지 않으며, 모든 토지는 국가(공산당) 소유다. 대신 기업과 개인은 사용료를 내고 지방정부로부터 국유지의 사용권을 양도받아 사용한다.

지난해 중국 31개 성·시에서 거둬들인 토지 사용료는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의 8.3%인 8조4천억 위안(약 1462조원)에 달할 정도로 막대한 금액이다.

중앙정부는 “단순한 징수기관 조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지방정부 핵심 돈줄이라고 할 수 있는 토지 사용료을 건드린 중앙정부의 조치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이는 아무도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토지 사용료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개발이 활발한 주요 도시에서는 한 해 지방정부 수익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작년 중국 44개 주요 도시에서 토지 사용료와 일반 재정 수익 비율은 상위 5곳의 경우 푸산 180%, 창춘 153%, 난징 153%, 우한 150%, 광저우 150%였다. 100% 이상 도시도 20곳이 넘었고 50% 미만은 5곳에 그쳤다.

올해 1~4월 관련 통계에서도 지방정부 재정수입 100위안 중 토지 사용료는 평균 52위안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정부의 ‘징수기관 변경’에 지방정부가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중앙정부는 왜 토지 사용료에 손을 대려 할까.

해마다 중국 당국은 토지 사용료를 통계 내고 있지만, 실제로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걷고 있는 만큼 중앙정부는 확실하게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지방정부의 채무 문제가 심각하다. 당국은 감독을 위해 우선 정확한 데이터부터 확보하기 위해 징수기관을 각 지방정부 세무부서로 이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담당 정부부처에 지시해 2011년부터 지방정부 채무에 대한 전면 심사, 부분 심사 등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2015년 지방정부 채무 한도 관리 제도를 수립하는 등 최근 수년간 지방 채무위기 해소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중국 지방 채무는 여전히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중국 지방정부 채무가 3~5년 주기로 폭증하고 있다. 더는 통제할 수 없는, 고삐 풀린 말 같다”고 평가했다.

재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1월 말까지 중국 지방정부 채무액은 26조 208억 위안(약 4704조원)으로, 연말 가처분 재정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0% 정도다. 국제 평균 수준이 80~120%임을 감안하면 ‘위험 수위’는 아니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난 채무일 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산에 따르면 2019년 중국 지방정부의 ‘숨은 채무’는 42조1700억 위안(약 7341조원)으로 같은해 ‘공식 채무’인 21조 3100억 위안의 2배에 달한다. 이를 합산한다면 부채 비중은 247%다.

중국 중앙정부는 먼저 지방정부의 비세수입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 추가 대응에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중앙 집권화 강화하는 시진핑, 세금으로 게임 벌이는 지방정부

세무는 국가 운영의 주요 수단의 하나다. 중국 공산당은 1994년 세제개혁으로 국세와 지방세를 분리했다. 이는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시행하는 방법이다. 싱가폴, 노르웨이, 스웨덴 등은 아예 독립적인 조세기구를 설립해 징수관리를 맡겼다.

그러나 2013년 집권한 시진핑은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 징수 개혁을 통해 국세·지방세 통합 관리를 추진했다. 표면적 이유는 ‘징수 및 관리 효율성 향상’이었지만, 실제로는 중앙정부의 재정자원 장악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다.

최근 2년간 시진핑 당국은 지속적으로 정부의 비세수 징수·관리 업무를 세무 분야와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예를 들어 2019년 1월 1일부터는 각종 사회보장비 징수를 세무 분야에 이관했고 작년 2020년 1월 1일부터는 지방정부와 관련 부서가 징수하는 국가 중대 수자원 건설 기금 등을 세무 분야로 이관했다.

내년 1월 1일에는 수몰토지 보상비, 댐건설에 따른 이주민 지원금, 오염물 배출권 양도 수입 등의 징수를 세무 분야로 이관한다. 여기에 이번 조치로 토지 사용료 등의 징수도 세무 분야로 이관된다.

토지 사용료는 다른 모든 비세수입을 압도하는 뭉칫돈이 걸려 있다. 차례로 재정수입을 중앙에 빼앗겨온 지방정부의 만만치 않은 저항이 불보듯 뻔하다.

필자는 올해 초 중국의 정세를 전망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순’이 중국 공산주의 체제의 치명적 결함으로 점차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지방정부는 마구잡이 재정으로 채무를 폭증시키는 한편,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중공 바이러스) 확산 사태 기간에는 중앙정부의 지시를 무시하고 ‘각개전투’를 벌여 시진핑 당국을 시름에 빠뜨렸다.

시진핑 당국은 시진핑을 ‘중국 공산당 중앙 영도 핵심’으로 내세우며 중앙정부에 바짝 따를 것을 지방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요 요직 인사권을 이용해 지방정부를 압박하는 등 다양한 정치적, 이념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해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재정적으로도 지방정부 길들이기에 한창이다. 리우쿤(刘昆) 재정부장(장관)은 2020년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18차 학습모임에서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전국 재정수입 중 중앙정부 수입은 46.9%, 지방정부 수입은 53.1%”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 재정지출에서 중앙정부 지출은 14.6%에 그쳤다. 같은 기간 지방정부 지출은 85.3%에 달했다. 이 비대칭은 어찌된 일일까? 중앙정부가 세수를 반환해 가계와 기업의 소비지출을 확대하거나 지방에 이전한 것으로 설명된다.

2019년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이전한 수익은 지방정부 재정지출의 36.5%였다. 이는 1994년의 15%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즉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재정에 대한 통제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의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는 또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기득권 집단이라는 점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중앙정부라는 기득권과 지방정부라는 기득권이 세수와 토지 사용료를 놓고 파워게임을 벌이는 것이 지금 중국의 상황이다.

시진핑 당국은 중국 공산당의 기존 시스템에 계속 칼을 대는 개혁을 시행해왔다. 토지 사용료에 대해서도 직접 관리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다만, 사안이 매우 크다보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이 파국에 이르는 것을 피하려 천천히 손을 쓰려 한다.

그 첫 단계가 징수기관 조정이다. 토지 사용료 징수기관을 지방정부 산하 자연자원부에서 중앙정부 직속인 세무 분야로 시범 이관하는 조치다.

중국에는 ‘위에 정책이 있다면 아래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는 말이 있다. 노골적으로 하진 않겠지만 지방정부도 은밀한 반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중앙정부가 사회보장비 징수기관을 세무 분야로 이관하자 베이징, 상하이 등 다수 지방정부는 ‘세무 대리 징수’라는 제도를 만들어 대응했다. 이는 지방정부 담당기관이 징수액을 결정하면 세무 분야는 징수만 하도록 하는 제도였다. 이로 인해 중앙정부가 기대했던 재정 중앙화는 실제보다 효과가 크게 떨어졌다.

시진핑은 내년 20차 공산당 당대회를 앞두고 3연임과 중앙집권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국유지 소유권 양도 수익의 징수기관 이관 카드를 내놨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파워게임에 공산당 간부와 정부 관리들 사이에 만연한 부패, 여기에 당 내부 파벌 간 권력암투가 얽히는 가운데 올해 지방정부 고위층에서는 물갈이가 한창이다.

공산주의 중국은 명조, 청조 등 중국 왕조로 비유하면 홍색 왕조(紅朝)로 불린다. 붉은색과 피로 얼룩진 혁명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 때문이다. 홍조의 중앙정부와 지방 제후국 간 ‘봉건경제’는 유화기를 완전히 끝내고 이제 치열한 알력다툼의 격화기를 맞이하고 있다.

/왕허(王赫)·중국 문제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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