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자아혁명”만 12번, 시진핑은 왜 분노했나

류정엽 객원기자
2022년 01월 20일 오후 1:53 업데이트: 2022년 06월 3일 오후 3:05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제6차전원회의가 18일 열렸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중공 내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위법 행위에 대해 조사와 감찰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이번 회의는시진핑 중공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20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열려 더욱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진핑 주석의 연설에서 중공의 내부 분열 조짐이 드러난 것으로 분석했다. 시 주석은 이날 ‘형형색색의 이익 집단이 뭉쳤다’, ‘보이지 않게 변이된 부패수단’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게다가 ‘자아혁명’(自我革命)이라는 표현을 무려 12번이나 거론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공산당이 무너지기 직전 수준인 ‘공황’ 상태에 빠졌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중공기율위 발표에 따르면 2021년 1~9월 47만 건의 반부패 사건이 접수돼 41만4천 명이 처벌받았다. 부부장(차관)급 이상이 22명이다.

시진핑, “당이 당을 관리해야”…“자아혁명” 12차례 언급

중공 관영 신화통신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연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부패와 반부패의 대결이 여전히 격렬하게 진행 중”이라며 “부패를 청산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이 당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연설은 중공이 늘 하던 일관된 진부한 표현을 사용하며 ‘무관용’ 원칙을 고수했지만, 특이하게도 이번에는 ‘자아혁명’을 무려 12차례나 언급했다.

자아혁명은 시진핑이 지난 100년의 역사에서 중공이 인민의 지지를 얻게된 원동력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는 자신에게 존재하는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혁명이라는 이름하에 개선함을 의미한다.

당이 당을 관리해야 한다는 부분에서만큼은 강제성을 띠고 있지만, 자아혁명에서는 당원이 자율성을 갖고 관리당하기 전에 스스로 변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진핑 연설=공산당 붕괴 위기 반영”

미국 시사평론가 정하오창(鄭浩昌)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이 12번에 걸쳐 ‘자아혁명’을 언급한 것은 자신이 역사에 뛰어들 수 있다는 믿음을 반영한 것이며 공산당 붕괴 위기에 직면해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시진핑이) 부패수단의 보이지 않는 변이, 혁신 및 업그레이드 등을 언급했지만 이를 위한 방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패닉에 빠진 시진핑이 또다시 완전히 잘못된 길을 갔다”고 평했다.

2022년초 베이징 당국은 소위 3마리 호랑이라고 불리는 류훙우(劉宏武) 광시(廣西)자치구정부 부주석, 장융쩌(張永澤) 티베트(西藏)자치구정부 부주석, 왕빈(王濱) 중국생명보험(그룹) 회장을 표적 삼았다. 당 기율 위반 및 위법 혐의로 기율심사 및 감찰조사를 벌인 것이다. 공직자였던 류훙우, 장융저는 낙마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 염분 있는 토양에 식량 재배”

앞서 시진핑은 지난 11일 “당 기율과 법에 의거해 누구를 막론하고 문제를 일으키면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고 당원들에게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줄곧 당원들에게 무관용을 강조해 오고 있다.

정하오창은 “중공의 부패가 정점에 이르렀다”며 “근본적으로 말하면 이는 공산당이 간직해 온 사악하고 유독한 사상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표면적 원인은, 중공이 모든 외부 감독을 억압하는 체제, 당이 법 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부패한 토양은 공산당 그 자체”라며 “시진핑은 염분이 있는 토양에 식량을 재배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는 그 땅에 계속 소금을 뿌려대고 있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공산당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데 근원을 해결하기는커녕 도리어 ‘역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진핑 ‘새시대’에 적신호?

시진핑 중공 주석이 부패에 대해 “영용인(零容忍)”이라는 표현으로 무관용을 강조한 데는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30일 연말특집 형식으로 중공 중앙기율위와 국가감찰위 웹사이트에 공고한 게시물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10월까지 시진핑의 중요지시와 중공의 결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건수는 24만 7천 건에 달했다. 말을 안 들으니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미 시사평론가 탕징위안(唐靖遠)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0개월간 통계만 봐도 중국에서 시진핑의 지시를 비효율적으로 이행한 사례가 너무 많다”며 “시진핑은 중공 관리들의 부드러운 저항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공 주석은 연설에서 “부패와 반부패의 대결이 여전히 격렬하게 진행 중이다”, “형형색색의 이익 집단이 함께 뭉치고 있다”는 말을 하며 스스로 공산당 내부 상황을 대외에 폭로했다. 부끄러운 것을 없었던 것처럼 둔갑시키는 데 탁월한 중공이 감춰야 할 치부를 폭로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역대 최연소 공안부 부부장 기소…다큐멘터리까지 제작

지난 15일 기율위는 CCTV를 통해 쑨리쥔(孫力軍) 전 국무원 공안부 부부장 관련 이야기가 담긴 5부작 다큐멘터리 ‘링롱런’(零容忍·무관용)를 방영하면서 시진핑의 영도에 어긋난 쑨리쥔과 관련된 ‘정치적 갱단’을 낱낱이 폭로하기 시작했다. 53세의 쑨리쥔은 2018년 역대 최연소 공안부 부부장에 올랐다.  13일 최고인민검찰원에 의해 기소된 그는 수뢰, 주가 조작, 불법 총기 소지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불법 수수한 액수가 상당히 거대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그가 장쩌민(江澤民) 전 중공 주석 라인이었기 때문에 정치적 함의가 있다는 추측도 제기됐다.

정치적 갱단 멤버로 장쑤(江蘇)성 전 정법위 서기 왕리커(王立科), 전 충칭(重慶)시 공안국장 덩후이린(鄧恢林), 전 산시(山西)성 공안청장 류신윈(劉新雲), 상하이(上海)시 공안국 전 국장 궁다오안(龔道安) 등이 포함됐다. 모두 공산당 정치, 법조계의 큰손들이다. 쑨리쥔이 이들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이 당국의 공식 설명이다. 푸정화(傅政華) 전 공안부 부부장(차관)도 쑨리쥔 갱단에 연루되어 있으며, 반부패 다큐멘터리에도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쑨리쥔이 차관급 인사인데 어떻게 다른 이들의 차관급 임명을 도울 수 있었겠느냐는 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에포크타임스 중문판 칼럼니스트 왕허(王赫)는 이에 대해 “시진핑이 쑨리쥔을 무너뜨리면서 상하이파의 인력 배치를 무너뜨렸다”며 “이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은 정치적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 반대파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중국 공산당의 내부 투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이 기사는 닝하이중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