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임 총리 기시다, 어떤 정치 펼칠까…대만 전문가 “반공 역량 강화할 것”

한동훈
2021년 09월 30일 오후 6:10 업데이트: 2022년 05월 31일 오후 1:18

일본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의 새 총재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무상이 선출된 가운데, 그를 총리로 하는 일본 차기 내각의 외교적 향방이 관심을 모은다.

지난 29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가 나오지 않아 승부가 결선으로 이어졌다.

기시다 전 외무상은 1차 투표에서 전체 764표 중 256표를 얻어 1위에 올랐고, 결선 투표에서 257표를 얻어 170표에 그친 고노 다로(河野太郞) 전 행정규제개혁담당상을 누르고 총재로 선출됐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총리로 선출된다. 다음 달 4일 스가 요시히데 현 총리에 이어 차기 총리로 확정될 기시다의 임기는 3년, 오는 2024년 9월까지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고노파 대 반대 진영의 대결로 압축됐다.

대만 단장(淡江)대 일본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인 차이시쉰(蔡锡勋·채석훈) 교수는 “또 다른 후보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 진영은 총재 선거 전날 기시다 진영과 누가 결선 투표에 진출하든 서로 밀어주기로 합의했다”며 “두 세력은 반(反)고노로 뭉쳤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사나에 전 총무상은 예상과 달리 1차 투표에서 188표를 얻으며 3위로 선전했다. 사나에가 상당수 표를 가져가면서 대중의 인기가 높은 고노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했고, 국회의원들의 영향력이 막대한 결선투표에서는 기시다-사나에 연합이 뒷심을 발휘했다.

차이 교수는 “1차 투표에서도 기시다가 고노를 1표차로 이겼다. 예상 밖의 일이다. 결선 투표는 의원들의 지지가 높은 기시다가 유리했고 결국 총재 선출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며 “기시다 승리에 기여한 사나에가 차기 내각에서 어떤 직책을 맡게 될지 주목된다”이라고 말했다.

차이 교수가 예측한 기시다-사나에 연합의 최선은 사나에를 일본 사상 첫 여성 부총리로 임명하는 선택지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여성 부통령을 뒀다. 자민당 역시 여성 부총리를 내는 그림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전했다.

“기시다 내각, 아베와 비슷…외교·안보서 차이 나타낼 것”

차이 교수는 기시다 내각의 정책 기조를 “경제는 아베와 비슷, 외교·안보는 다소 차이”로 예측했다.

그는 “사나에는 보수적인 아베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했다. 기시다 역시 기존에 제시해온 정책들을 보면 경제적인 면에서는 아베와 별 차이가 없다”며 “하지만, 외교와 안보 측면은 조금 다르다. 기시다와 사나에는 적(敵)의 기지를 상대로 한 공격능력 보유를 지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적기지 공격능력’은 일본이 북한, 중국 등 일본을 적대하는 국가의 미사일 기지 등 군사시설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공격능력을 말한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뜨거운 논란이 됐던 이슈이지만, 공산주의 중국의 위협이 커지고 북한이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자민당 안팎에서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시다 전 외무상은 이달 7일자 마이니치 신문과 인터뷰에서 “중국의 군비는 계속 증강되고 있으며 일본은 방위와 대응 능력은 부족하다”며 “일본의 적기지 공격능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대만 해협에서 유사시 대만을 방어할 수 없다. 본토 방위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도 베이징의 공격적 외교와 경제적 공격에 대해 경악했다며 “당선될 경우, 중국에 대항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중국 등 권위주의 정권의 확장에 맞서 우리의 주장을 확고히 하면서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해야 한다”면서 “자유·민주·법치·인권 등 기본 가치관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유럽·인도·호주 등 같은 가치관을 가진 국가들과 협력해 전제제도를 반대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일본 해상보안청의 능력 강화 방침도 밝혔다. 이는 동중국해 도서지역을 놓고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선거 공약서 ‘세 가지 결의’…세계 보편 가지 수호 다짐

차이 교수는 기시다 전 외무상은 자민당 총재 선거 전 공약 발표 과정에서 ‘세 가지 결의’를 두 차례 언급한 점도 지적했다.

세 가지 결의는 △자유·민주·인권·세계 보편적 가치 수호 결의△일본 영토·영해·영공 수호 결의 △글로벌 의제에서 주도적 역할과 인류에 대한 공헌 결의 등이다.

차이 교수는 “첫 번째 결의가 중요한데, 그는 13일 기자회견서 첫 번째 결의와 관련해 대만해협의 안정, 홍콩의 민주주의 등을 언급했다. 자유민주주의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해 이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3월 미일 외교·국방장관 2+2 회담이 열렸을 때, 기시다는 일본 대표들이 논의할 의제로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적 방법에 의한 해결을 거론했다”며 “과거 일본 정치인들은 대만에 대한 직접 언급을 피하고 우회적으로 말하곤 했다. 그런데 기시다는 대만을 두 번이나 직접 언급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전 외무상은 대만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의지를 밝히자 이를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CPTPP를 체결한 국가는 일본, 캐나다, 호주, 베트남 등 11개국이며 중국은 빠졌다. 대신 중국은 한국, 일본, 아세안 등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며 대만을 따돌리고 있다.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과 인터뷰에서도 기시다 전 외무상은 “대만은 미중 대치의 최전선에 있다”며 대만에 대한 언급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홍콩과 위구르인들의 상황을 보면 다음번 큰 문제는 대만해협이 될 것으로 강하게 느낀다”고 했다.

기시다는 또한 중국 공산당의 민감한 이슈 중 하나인 위구르족 인권 탄압과 관련해, 일본 국회의 중국 공산당 규탄 결의안 통과를 지지했으며, 위구르족 인권 상황을 감시할 전담 보좌관을 총리 직속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차이 교수는 “기시다가 총리에 선출되면 가장 먼저 마주할 시급한 사태는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회복이다. 현재 도쿄도를 포함해 일본의 19개 도도부현은 다음 달부터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전면 해제하기로 했다”며 중국 공산당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이 첫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시다 자민당 총재 당선자는 히로시마 출신으로 와세다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내각부 특명 담당상, 외무상을 거쳤으며, 현재 자민당 내 5위 파벌인 기시다파 수장이다.

닛케이는 기시다를 일본 정계에서도 ‘온건하고 진실된 인물’로 평가하며, 유권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정치인이라고 설명했다.

기시다 당선자는 4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총리에 선출되면 ‘소신 표명 연설’을 통해 향후 정책 방향성과 중점 과제를 설명할 예정이다.

* 이 기사는 뤄야, 청징차이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