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시진핑의 신 쇄국정책…외부와 담 쌓고 3연임 박차

2021년 08월 21일 오후 3:00 업데이트: 2021년 08월 21일 오후 5:01

매년 8월 초에 열리는 중국 공산당 고위층의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는 공산당 최고 지도자가 당 원로들과 향후 정국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다.

특히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는 공산당 지도부를 교체하는 내년 10월로 예정된 제20차 당대회(20대)를 한해 앞두고 열리면서 계파 간 힘겨루기를 하는 중요한 전장이 됐다.

공산당 중앙지도부는 지난 11일 ‘법치정부 건설을 위한 5개년 시행요강(2021~2025년)’이라는 1만자에 달하는 문서를 발표해 향후 5년간 시행할 정책의 방향성을 예고했다. 이번 요강은 2015년에 내놓은 ‘2015~2020년’ 버전의 업데이트 버전이다.

중국 평론가들은 이번에 업데이트 버전이 나온 것과 관련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진핑의 연임이 확실해졌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시진핑의 3연임이 확정됐다면 마오쩌둥 이후 전례 없는 장기 집권자가 탄생하는 것이지만 놀라운 일은 아니다. 현재 당내 권력이 시진핑에 집중됐고 도전할만한 인물도 거의 없다. 시진핑 역시 후계자를 발표하지 않았다. 쿠데타 외에 그의 연임은 거의 기정사실이다.

그렇다면 연임 자체보다 장기 집권에 성공한 시진핑이 중국과 공산당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가 하는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공산당은 최근 연달아 지시를 내려 민영기업 때리기를 해왔고, 외부에서는 이 혼란상에 난색을 표명했다. 시진핑의 의중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단계적 쇄국으로 본다. 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방 세계에 자신감을 나타낸 시진핑의 행보와 맞지 않는 듯 보인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시진핑은 중앙정치국 제30차 집단학습에서 “중국의 이야기를 잘 말하고 중국의 목소리를 잘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장웨이웨이(張維為·63) 푸단대 교수가 강사로 참석했다.

장 교수는 최근 중국에서 유행하는 ‘동양이 부상하고 서양은 쇠퇴한다’는 동승서강(東升西降)론을 제시한 인물로 알려졌다. 시진핑 역시 동승서강론에 동의하며 “때와 형세는 우리 편”이라는 말로 영향력을 세계로 확장할 것을 주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3연임을 확보한 시진핑이 다시 쇄국을 한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는 전략 수정의 측면으로 받아들이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중국 공산당은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용해 마스크 외교, 백신 외교로 영향력 확대를 추진했다.

또한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로 발언권을 강화하며 중국에 따르지 않는 국가들을 압박했다. 이 역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지나친 공격성은 역풍을 맞았다. 세계적으로 반중(反中), 반공(反共) 정서가 급속히 확산됐다. 미국은 물론 유럽은 1989년 베이징 톈안먼 사태 이후 처음으로 인권유린을 이유로 중국을 제재했다. 이는 공산당이 자신들의 역량과 영향력을 과대평가하고 국제사회의 반발을 과소평가했음을 나타낸다.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은 왕조 창업과 천하 통일 위업 달성에 조급했으나, 초야에 머물던 주승에게서 “성을 높이 쌓고, 식량을 비축하고, 왕을 서둘러 칭하지 말라(高築墻, 廣積糧, 緩稱王)”는 조언을 듣고 이를 받아들여 결국 통일왕조를 세울 수 있었다.

내부적으로 권력을 다진 시진핑은 세계 패권국이라는 야욕을 달성하기 위해 비슷한 전략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진핑이 이전까지 정세를 오판했음을 시인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각국의 책임 추궁에 공격적으로 반응했고 오히려 위기를 이용해 패권을 잡으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호주, 아시아와 국제단체 모두 점차 중국에 반대하는 쪽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중국의 거칠고 사나운 외교는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으로 귀결됐다. 특히 관리들에 대한 제재와 해외 자산 동결은 당내 반발을 고조시켜 시진핑 자신의 연임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닫게 했다.

시진핑은 다시 성을 쌓고 문을 걸어 잠가 정권을 보전한 뒤, 훗날 세계정세가 중국에 유리해지면 다시 세를 확장하고 패권을 잡아 ‘중국몽’을 실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쇄국을 추진할까. 최근 일련의 조치를 보면 시진핑과 공산당 지도부가 크게 6가지의 장벽을 설정했음이 드러난다. 이 장벽은 외부의 침입을 막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외부 문물과 접촉을 차단해 여론을 장악하려는 목적이다.

베이징 서점가에 있는 시진핑 사상 관련 책 |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처/연합

사상 장벽

공산당이나 전체주의 정권에 있어서 인민의 사상을 통제하는 것은 정권의 안전을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방어선이다. 인민의 사상이 폐쇄적일수록 당의 안전이 더 굳건히 확보된다.

중국 공산당은 창당 100주년을 맞아 선전 시스템을 총동원해 공산당이 어떻게 빈곤 퇴치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는지, 시 주석이 어떻게 훌륭하게 지휘했는지를 선전했다. 이는 국민에게 당과 당 지도자에게 영원히 감사해야 하고 영원히 당을 따라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또한 ‘시진핑 사상’을 초중고 교육의 필수과목에 포함했다. 이는 당이 모든 사람에게 ‘마오(毛) 사상’과 ‘마오 어록’을 읽도록 강요하던 문화대혁명 시기로 회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당 지도자의 의지를 모든 사람에게 주입하고 모든 사람이 어릴 때부터 당 지도자와 ‘사상적 일치성을 유지’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래야 조종하고 선동하기 쉽다.

아울러 학교 교과서를 통일하라고 지시했다. 2022년 가을 개학 때는 전국적으로 정부 당국의 심사를 거친 통일 교재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산당이 국민의 지식 범위와 사고방식을 통일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사교육을 단속하고 있다. 양육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를 댔지만, 사교육이 제거되면 학생들은 학교 교육 외에 다른 사상과 지식을 접하는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중국이 이미 설치한 인터넷 방화벽과도 맞물린다.

중국 공산당은 또한 상하이에서 시범적으로 초등학교 영어 시험을 폐지했다. 알리바바 마윈 전 회장은 자신이 영어를 몰랐다면 어른들이 알려주는 것만 진리로 믿었을 것이라며 중국 사회의 폐쇄성과 우민화 교육을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다.

당국의 영어 교육 규제는 어려서부터 영어 교육을 통해 서양의 자유사상과 보편적 가치를 쉽게 접하지 못하도록 차단한 것이다. 그러면 학생들은 중공의 독재와 인권 침해 문제를 해외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못할 것이다.

노래방 ‘블랙리스트’도 사상 검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중국 문화관광부는 주권이나 영토 보전, 민족 단결을 저해하는 ‘해로운 내용’을 담은 노래를 금지하는 새 노래방 규정을 오는 10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법치정부 건설을 위한 5개년 시행요강’에는 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기술 수단을 이용한 행정 추진도 명시됐다. AI를 활용한 첨단기술로 국민 감시, 사상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사상 장벽은 16억 중국인들의 사상적 자유를 제한하고, 외국의 정보와 문물을 접할 능력을 차단해 선전에 취약한 대중으로 만들겠다는 ‘정신의 쇄국’이다.

디지털 위안화 | 웨이보

경제 장벽

중국 경제는 지난 40년간 대외무역과 외국 자본에 의존해 급속히 성장했다. 그런데 쇄국을 하면 무역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 경제가 돌아가야 한다. 인민의 기본적 생활이 유지돼야 당의 안전도 보장된다. 이에 공산당은 최근 몇 가지 중요한 조치를 내놓았다.

하나는 중국 기업의 해외 상장 심사 강화다. 최근 중국판 우버라 불리는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은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했으나 그 직후 금융 당국의 응징을 당했다. 이유는 정보 유출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중국 기업의 해외상장을 위축시켰다.

이는 장쩌민(江澤民) 전 총서기 집단의 해외 자금줄을 차단하며, 재계에 반시진핑 세력에 전하는 경고로도 해석된다.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는 효과도 있다. 쇄국으로 인한 추운 겨울을 나려면, 공산당은 자금과 외화를 보존해야 한다.

정보통신(IT) 기술기업에 대한 독과점 규제도 비슷한 맥락이다. 알리바바는 장쩌민 전 총서기 재임 시절 성장했다. 텐센트, 메이퇀 등의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은 조직 깊숙한 부분부터 장쩌민 계파와 이익집단으로 맺어졌다.

시진핑 진영은 이들 거대 기업의 독과점을 차단해 이들의 경제적 영향력을 축소하고, 자신들과 가까운 새로운 기업을 키울 필요성이 있다. 이는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로 여겨진다.

가상화폐 규제도 자금의 해외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로 판단된다. 중국 당국은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소탕 작전을 벌였다. 가상화폐는 국경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얼마든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

반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디지털 위안화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디지털 위환화의 최대 경쟁자는 위챗페이 등 민간 디지털 결제시스템과 가상화폐다. 이미 위챗페이 등에 대해서는 규제가 시작됐고 가상화폐는 중국에서 거래가 금지됐다.

디지털 위안화는 개인정보가 달린 화폐라고 할 수 있다. 동전 한 닢까지 국민 개개인의 자산 흐름을 훤히 들여다보고 감시하고 소비 패턴 등 행동까지 추적해 더욱 강화된 감시 사회 구축을 실현케 한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출국 제한, 국유기업의 중국산 구매 비율 상향 등도 각각 명분은 다르지만 국내 소비를 촉진하고 자금의 해외 유출을 막는 효과를 냈다.

이밖에 증세,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재분배 강화를 내세운 ‘공동부유’ 등도 경제적 쇄국의 준비 단계일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의 한 거리 전광판에 지난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주석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 NOEL CELIS/AFP via Getty Images

사회 장벽

지난 3일 중국 관영매체는 “게임은 정신적 아편”이라며 당국의 강력한 규제를 촉구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게임업체 텐센트는 이 보도로 주가 폭락 사태를 맞았다.

외신들은 중국이 게임산업을 규제한다는 사실에만 시선이 팔려, 왜 이런 정책을 내세웠는지 배경에는 정작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관영매체는 “많은 청소년들이 온라인 게임에 중독돼, 그들의 성장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이를 “한 세대를 파괴하는 방식의 발전”이라고 비판했다.

비슷한 시기 단행된 사교육 규제에서도 당국은 ‘가계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최근 다자녀가 허용됐지만 한 자녀만 낳아 기를 수 있었던 중국의 교육열과 자녀사랑은 유별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온라인 게임과 사교육 업체를 규제한 당국의 발표는 밤늦도록 게임에 빠진 자녀를 걱정하고 높은 사교육 비용에 절망하는 중국 부모들에게 적잖은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당국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인구 고령화, 인구 감소라는 현실은 향후 수십 년에 걸쳐 세계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 외부의 그 어떤 적대 요소보다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거대한 인구는 지금까지 중국이 힘을 유지할 수 있었던 중요한 원천이기도 했다.

정신의 쇄국, 경제의 쇄국을 단행하며 중국인들에게 힘든 시기를 견디도록 강요해야 하는 중국 공산당은 내부적으로 강한 결속을 이끌 구실이 필요했고, 지나친 반감 없이 내부의 거대한 세력을 뒤흔들 수 있음을 과시해야 했다.

한국의 유명 아이돌 그룹 엑소 전 멤버 크리스(중국명 우이판·吳亦凡)의 성폭행 의혹에 관한 당국의 대응도 눈여겨 볼만하다.

8월 초 크리스의 팬들은 베이징 차오양구 파출소를 둘러싸고 포위 시위를 벌이며 크리스 석방을 요구했다. 웨이보에는 “중국의 군인과 경찰은 5백만명밖에 안된다. 우리 5천만 팬이 충분히 크리스를 파출소에서 구출해 낼 수 있다”고 말한 팬도 있었다.

치기 어린 주장일 수도 있지만, 인기 연예인이 엄청난 군중 동원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단 몇 명만 모이는 집회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공산당 정권으로서는 그냥 웃어넘길 농담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실제로 크리스의 웨이보 계정은 시위 이후 삭제됐고 5천만 팬덤은 순식간에 공중분해 됐다. 팬들이 크리스를 떠난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외형적인 조직을 유지하기는 어렵게 됐다.

베이징 당국은 또한 각 연예기획사와 관련 부처에 ‘연예계 팬덤 문화를 정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이 군중을 대규모로 동원해 항명함으로써 당의 위상에 도전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회 장벽은 내부에 쳐 놓은 칸막이와 비슷하다. 공산당에 도전하거나 정책에 저항하는 집단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벽이다. 그것이 게임 업계든, 사교육이든 연예인 팬덤이든지다.

이 같은 자국민 갈라놓기는 중국 역사에서 여러 차례 등장했다. 티베트나 신장 등 소수민족 탄압을 제외한 비교적 최근의 주요 사례는 1999년 7월 시작된 중국의 심신수련(단체) 파룬궁(法輪功) 탄압이다. 탄압은 지금까지도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당시 수련 인구는 당국 추산 7천만~1억명으로 어린이들을 제외하면 중국인 열 명 중 한 명꼴이었지만, 공산당 지도부는 미신 확산 및 사회 안정 저해 등의 이유를 댔다.

미신은 할리우드의 판타지 영화 검열 때도 자주 붙는 ‘딱지’다. 사회 안정 저해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내부 고발자와 시민 기자들이 끌려가 고초를 겪을 때, 이런 혐의를 받았다.

규모가 공산당(당시 약 6천500만명)을 넘어선 게 탄압의 진짜 이유라고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내부적 쇄국은 권력을 향한 공산당의 집요한 추구의 결과물이다.

중국 CCTV가 1월 공개한 지난해 6월 중국과 인도 국경 지역인 자러완 계곡에서 양국 군대의 충돌 장면. | AFP/연합

군사 장벽

중국 공산당이 쇄국 정책을 추진하는 근본적 이유는 정권 안정이다.

사상, 경제, 사회 장벽이 내부 안정을 위한 장벽이라면, 군사 장벽은 바깥을 향한 장벽이다.

중국 공산당은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군사 장비 확충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군사적 위협을 키워가고 있다.

이 위협은 미국과 일본, 호주 등 동맹국들을 일차적 목표로 하고 있다. 역으로 미국과 동맹국은 중국 공산당에 가장 큰 군사적 위협이다.

동맹국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을 해소할 수 없는 중국 공산당의 가장 큰 우환은 북쪽으로 국경을 맞댄 러시아와의 군사적 충돌이다. 전선이 둘로 나뉘면 중국은 대응이 어려워진다.

중국은 최근 러시아와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겉으로는 중앙아시아 안보 문제에 대한 결속을 과시했지만, 실제로는 러시아를 끌어안아 두 개의 전선을 마주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이다.

서쪽으로 국경을 맞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한 뒤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자, 중국은 이를 반기고 있다. 중국은 탈레반의 승리를 “아프간 국민의 선택”이라고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탈레반과 중국 공산당 정권과 직접적인 관계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중국이 오랫동안 중동 지역 테러조직을 지원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탈레반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7월 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톈진에서 탈레반 지도부를 만나 “중국의 친구”라고 말해 테러조직을 지지한다는 빈축을 샀고,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편집장은 역시 “탈레반과 중국은 영원히 좋은 친구”라고 논평했다.

군사적 쇄국은 적을 향한 벽은 두텁게 하고 적의 적에게는 다가서는 이중적 쇄국이다.

지난해 9월 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방역 표창대회’ | CCTV 화면 캡처

방역 장벽

중국의 방역 대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봉쇄’와 ‘제로(0) 감염자’다. 최근 델타 변이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여러 지역이 봉쇄에 들어갔다.

다른 국가들과 중국 공산당의 봉쇄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공산당의 봉쇄는 ‘가둬서 전염병과 사람이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제로 감염자’ 원칙이 더해지면, 감염 의혹만 있어도 해당 지역을 통째로 봉쇄하는 식으로 발전한다.

아파트 공동 현관문을 철문으로 용접해 막아버리거나, 해당 아파트 단지 전체를 2주 혹은 4주까지 봉쇄해 죽거나 살아나오거나 하게 놔두는 것이 중국의 방역 장벽이다.

안에 갇힌 것은 사람이고 국민이지만, 중국은 위험 요소가 소멸될 때까지 나오지 못하게 막는다. 매우 비인도적이다.

상하이시 코로나19 치료 전문가팀 팀장이었던 장원훙 (張文宏) 푸단대 부속 병원의 감염병학과 주임은 지난달 29일 웨이보에 “바이러스를 완전히 박멸할 수는 없다”며 코로나 공존론을 주장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고 20일만에 이를 철회했다.

바이러스를 완전히 박멸할 수 없다는 것이 중국 의료 전문가들의 솔직한 견해일 것이다. 그러나 정권은 이를 절대 수용하지 못한다. 중국 공산당은 이미 방역 표창대회까지 개최하며 코로나 승리를 선언해버린 상태다. 이제 와서 공존론을 수용하면 “세계의 방역 모범”이라고 선전하던 방역 성과가 거짓임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장 주임의 글이 논란이 되자, 가오창(高强) 전 보건부장(장관)은 인민일보 기고문에서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체제 내 전문가 혹은 전직 관리의 기고문을 통해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중국의 관행이다.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한 방역 장벽은 인간과 인간성에 대한 쇄국이 됐다.

식량 장벽

식량 비축, 음식 절약 캠페인 역시 쇄국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여겨진다.

중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막대한 홍수 피해를 입고 있다.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지만, 지난해 시작된 음식 낭비 막기 캠페인이 단순히 절약에만 초점 맞춘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지난 6월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가 발표한 5월 식량가격지수는 전월대비 40% 급등하면서 10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브라질의 가뭄과 함께 중국의 치솟는 곡물 수요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시작한 식량 대거 구매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작년 곡물 수입량은 직전 5년 평균치보다 19%나 증가했고, 올해 1~4월 곡물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8%나 늘었다. 다만, 자연재해에 따른 생산량 차질을 메꾸기 위한 것일 수도 있어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의 쇄국이 가시화되는 것은 빠르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외국과의 경제·외교·민간 왕래를 축소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 10월 시진핑이 3연임을 안정적으로 성공시킨 후 중국 안팎의 정세에 따라 해제 시점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이나뉴스팀
* 이 기사는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 중국전문 선임기자 탕하호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