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앞두고 다시 바빠진 ‘방역영웅’ 중난산…수상한 행보

류지윤
2021년 02월 2일 오후 3:00 업데이트: 2021년 02월 2일 오후 4:55

봉쇄조치는 도시 집중됐는데…중난산 “농촌이 중심”
방역대책 발표 없이 “농민, 이상 느끼면 검사 받아야”

지난달 31일, 중공 당 매체 신화통신은 중난산(鍾南山) 중공 공정원 원사가 전염병 사태에 관해 이야기하는 짧은 동영상 4편을 잇달아 올렸다.

신화통신은 중난산이 언제 어디서 발언했는지는 밝히지 않았고, 동영상에서는 중난산이 테이블 앞에 앉아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모습만 보였다.

이들 동영상에는 각각 ‘중난산: 현재 전염병 방역에서 감염 사례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바이러스가 변이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중난산이 농촌 방역이 중점이라고 말하다’, ‘중난산이 전 세계 전염병 추이를 말하다’, ‘중난산이 중국 백신의 유효성과 안정성을 말하다’라는 제목이 붙었다.   

중국이 변종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농촌 등지에서 방역에 힘쓰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전염병 확산이 심각한 데 비해 상대적으로 중국은 안전하며 특히 백신이 주된 방역 대책임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중난산은 중공의 정치 장기말이다. 중공 매체들은 우한 사태 당시 중난산의 일거수일투족을 밀도 있게 보도하고 영웅화하면서 전염병 확산에 대한 불만 여론을 무마하고 ‘방역 성공’으로 몰아 대중을 세뇌했다.

따라서 중난산의 당 매체 노출이 빈번해진 것은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도 된다. 이는 중국의 전염병 상황이 통제를 잃어가고 있거나 혹은 이미 잃은 것으로, 중난산이 재차 바람막이로 나선 것이다.

중공 당국은 작년 1월 20일, 사람 간 전염을 더 은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중난산을 CCTV 출연시켜 사람 간 전염을 용감하게 인정하는 듯한 연출로 대중을 기만했다.

그 후 기다렸다는 듯 1월 23일 인구 1100만 대도시인 우한시 전체를 기습적으로 봉쇄했다. 이미 수백만 명이 빠져나간 뒤였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봉쇄로 각국에 충격을 안겼다.

이제 1년여 시간이 지나, 중난산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대중들 사이에 우려감이 팽배하다.

중난산은 지금까지 중공 당국의 방역에 찬사만 내놨다. 그리고 우한 봉쇄 7개월 반 만인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공 바이러스 관련 표창 행사에서 시진핑 중공 총서기로부터 최고 영예인 ‘공화국 훈장’을 받았다.

그랬던 중난산은 이제 ‘변종 바이러스의 도전’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중공은 현재의 전염병 재확산에 대해 ‘중공 바이러스는 성공적으로 종식시켰는데, 외국에서 들어온 변종 바이러스 때문에 이 사태가 났다’는 식으로 떠넘기려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 탓으로 책임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

중난산 또 현재 방역은 농촌이 중점이라고 했다. 동영상을 글로 정리한 기사도 났다.

이 기사에서 중난산은 “최근 발병한 경우를 보면 60~70%가 농촌이다”, “불편하면 반드시 의사를 찾아가야지 병세가 심각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며 제때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난산의 이 같은 발언은 첫 번째 영상인 ‘변종 바이러스의 도전’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변종 바이러스의 도전’ 영상에서는 현재 재확산의 원인이 ‘해외 유입’이라고 했는데, 발언에서는 주된 발병 지역이 농촌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해외 유입이 원인이라면 주요 발병지는 도시 지역이어야 한다.

이는 이번 재확산의 진정한 원인은 해외 유입이 아닌 내부적 요인에 있음을 시사한다.

당국은 변종 바이러스를 강조하지만, 현재 중국 지방의 낙후된 의료시설과 의료 수준으로 변종 바이러스를 제대로 판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동영상에서 중난산은 “60~70%가 농촌에서 발생”한다고 명확하게 말하진 않았다. 이 수치는 중공 당 매체가 정리해 발표한 것으로, 현재 도시 곳곳의 폐쇄 조치와는 상당히 모순된다.

현재 중공의 강제적인 방역은 기본적으로 도시에 중점을 두고 대규모 검사, 폐쇄, 격리를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도 “농촌이 중점”이라면 농촌에서 확산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중난산은 동영상에서 실제로 이렇게 말했다.

“허베이성 농촌에는 최근 의료진이 다녀갔지만, 아직 조금 심각하다. 하지만 곧 다시 좋아질 것이다. 조금 심각한 정도인데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 장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긴 하다.”

실제 중국 농촌 지역의 발병 상황이 어떤지는 정확히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중공 당 매체는 “60~70%가 농촌에서 발생했다”면서도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보도가 사실이라면 농촌에서 강력한 방역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도시 지역에서의 격리 조치 외에 별다른 방역 조치는 내려지지 않고 있다. 중난산의 발언에 안심 대신 불안감이 고조되는 이유다.

중난산은 중국 내부는 어물쩍 넘기고 세계 각국의 사태가 3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는데,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중국도 3월 전까지 사태 종식이 불가능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난산은 중국산 백신에 관해서도 대중의 불신감을 해소하려 했지만 의외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지는 못했고 “국산 백신이 외국 백신보다 못한 것인지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만 밝혔다.

그는 중국산 백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거쳤는지는 언급하면서도 백신의 효율성과 안정성에 대한 핵심적인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4편의 영상에는 최근 중공이 선전한 ‘성공’ 방역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중공 당국의 사례들에 비춰 볼 때 “대확산의 전주곡 아니냐”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