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백악관은 “원하지 않는다”는데…中은 신냉전 돌입

중위안(鍾原)
2021년 11월 3일 오후 3:11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2

한 달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중국과의 신냉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며칠 전 중국이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시험을 하자, 마크 밀리 미국 합동의장은 ‘스푸트니크 순간(Sputnik moment)’을 언급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57년 10월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해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을 떠올린 것이다.

미국의 메시지는 혼란스럽다. 미국은 신냉전을 거부하고 있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무역전쟁으로 파탄난 미중 관계가 완화되길 희망한다며 적극적으로 구애까지 했다. 그러나 신냉전은 현실로 찾아왔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G20 정상회의 화상 연설에서 이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신냉전을 원치 않는 미국

9월 22일,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당연히 중공을 겨냥한 것이다. 바이든은 (중공과의) ‘치열한 경쟁’ 개념을 또다시 언급하면서 충돌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나의 새로운 행정부는 세계를 더 평화롭고 번영된 미래로 갈 수 있도록 이끌 것”이라고도 선언했다.

사흘 뒤 25일 화상 연설에서 시진핑은 미국의 리더 지위에 공개적으로 도전했다. 시진핑은 “세계에는 하나의 시스템, 하나의 질서, 하나의 규칙만 있을 뿐이다. 어떤 국가도 반드시 UN의 틀 안에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개발도상국의 대표성과 발언권을 높여야 한다”며 세계 양대 강국의 하나이면서도 여전히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고 있는 중국의 주도적 역할을 표방했다.

바이든은 미중이 신냉전을 벌이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시진핑은 미국에 공개적으로 도전하는 상황이다.

외교 베테랑인 바이든이 미중 대결의 치열함을 모를 리 없다. 아마도 미국이 아직 신냉전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해 대결 강도를 낮춤으로써 가장 껄끄러운 이 문제를 최대한 늦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타이 대표는 “미중 관계는 마른 장작더미 같다”면서 “하나의 오해가 큰 화재로 번져 우리 모두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중국과의 대화 목표에 대해 “양국 간 (과열된) 온도를 낮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타이 대표는 무역대표로서 미국인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미중 관계를 전체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은 외교를 총괄하는 국무부 몫이다.

다만, 타이 대표의 이 발언은 중공과의 대결 강도를 가급적 높이지 말라는 것이 백악관이 주도하는 노선임을 시사한다. 그래서 대(對)중국 관세를 완화하면서까지 열기를 낮추려는 것이다.

미국 재무부도 이런 노선을 따르고 있다. 10월 26일,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화상 회담에서 트럼프 때 고율 관세와 제재를 철폐하는 문제 등을 논의했다.

블룸버그는 이 상황을 “미중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묘사했다.

9월 25일, 미국 법무부는 멍완저우(孟晚舟) 화웨이 CFO를 기소 유예로 석방했다. 백악관의 일련의 양보 행위는 얼어붙은 미중 관계를 완화해 신냉전을 최대한 늦추려는 것이다.

두 달이나 참다가 터뜨린 ‘스푸트니크 순간’ 발언

10월 1~4일, 사상 최대 규모의 중공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침입했다. 이어 미 정보기관이 중공군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 발사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은 8월에 실시한 이 실험을 즉시 파악한 게 분명하지만, 두 달 후에야 공개했다. 미국은 자국민과 세계 각국에 이 사실을 곧바로 알렸어야 했다.

10월 27일, 밀리 의장은 중공이 극초음속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데 대해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며 “지금이 ‘스푸트니크 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의 모든 관심을 끌고 있다”고 했다.

밀리 의장이 이를 1957년 구소련이 발사한 첫 위성인 ‘스푸트니크’에 빗대 언급한 것은 미국이 미소 냉전 시기와 같은 엄청난 위협에 직면했음을 깨달았다는 의미다. 밀리 의장은 두 달 전에 이 실험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두 달 뒤에 스푸트니크 순간을 언급했다.

밀리 의장은 중국의 실제 국방예산은 공개된 것보다 훨씬 많다며 중국의 일부 국영기업이 참여하는 방위산업의 생산‧연구개발 비용은 군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또 미중 양국의 사병 급여를 제외하고 비교하면, 양국의 국방비는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중공이 미국과 군비 경쟁을 하고 있어 미국은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존 커비(John Kirby) 미국 국방부 대변인도 “우리는 중국의 지속적인 군사개발에 대한 우려를 분명히 밝혔으며, 이는 중국 주변 및 다른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다. 이는 우리가 중국을 최우선 도전 대상으로 삼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10월 21일, 바이든 대통령은 CNN 타운 홀 미팅 행사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이 대만을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그럴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그동안 유지해온 ‘전략적 모호성’을 깬 것이다. 이어 미군의 대만 주둔 사실과 미군이 대만군을 훈련하고 있다는 사실도 속속 공개됐다.
10월 26일, 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장관은 대만의 유엔 내 활동 참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신냉전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고 또 ‘스푸트니크 순간’ 발언도 중공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직후 곧바로 하지 않았지만, 신냉전은 찾아왔고 미국은 응전할 수밖에 없게 됐다. 대만은 미중 신냉전의 최전선 중 하나가 됐다.

아직 신냉전 대책 못 내놓은 미국

바이든이 10월 26일 밝힌 대만 관련 발언은 한때 논란이 됐고 백악관은 이 발언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전략적 모호성’에 변화를 선언한 것이 아니라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이는 미국이 아직 전면적인 신냉전에 대응할 준비가 안 됐음을 의미한다.

과거 미소 냉전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양국은 각각 군사동맹을 결성하고 전 세계에서 핵무기 경쟁, 우주 경쟁, 첩보전, 선전전을 펼쳤다. 하지만 핵전쟁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양측 모두 노력했다. 결국 1991년 소련이 해체됨에 따라 냉전은 종식됐다.

오늘날의 미국인과, 서방을 포함한 대다수 국가의 국민들은 이런 냉전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정상적인 사회의 정상적인 사고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중국 공산당 정권과 중국 공산당 지도자의 비정상적인 사고 때문에 신냉전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대비하지 못해 염려하는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물며 오늘날의 신냉전 범위는 더욱 넓고 미국에 대한 위협은 더욱 크다. 현재 미중 간 공급망 부족으로 인한 영향은 시작일 뿐이다. 더구나 일부 미국인들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자금이 얼마나 많이 중공을 돕는지, 얼마나 많은 기술이 중국의 무기 발전에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차라리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일부 사람들은 코로나19 사태를 야기한 중공에 책임 추궁을 하는 문제를 손대기 어려워한다.

최근, 미 국방부의 첫 최고소프트웨어책임자(CSO)인 니콜라스 차일란(Nicolas Chaillan)은 에포크타임스의 ‘미국 사상가들’ 프로그램에 출연해 “관료주의, 고립된 섬 같은 상태, 자만심이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AI)과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중공이 미국을 대체하고 있으며, 미국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고도 했다. 그는 또, 중공은 미국의 적이지 경쟁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중공의 가치관은 미국과 배치되고 또 중공이 작전 능력 제고에 거액을 투자하는 목적은 위협을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직면한 다음 큰 문제는 대만 문제로, 대만은 주요 반도체 생산지로 인공지능 전쟁과 관련돼 있으며, 이 중 반도체가 핵심이고 중공도 이 때문에 대만을 겨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각계는 신냉전을 직시하는 문제를 놓고 여전히 우왕자왕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10월 28일, 미국 상원은 화웨이와 ZTE 통신 등 중국 회사 5곳의 장비가 미국 통신망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안전장비법(The Secure Equipment Act)’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마코 루비오 공화당 의원과 에드 마키 민주당 의원이 공동으로 발의했다. 루비오 의원은 “화웨이나 ZTE 같은 중국 국유기업은 잘 알려진 국가안보 위협으로, 우리 통신망에서 설 자리가 없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 위험한 구멍을 중국 공산당이 더 이상 이용하지 못하도록 신속히 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계는 중공의 위협을 이미 인지하고 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를 막으려고 움직이고 있다. 최근 결성된 미국·영국·호주의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가 그 예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아직 신냉전에 대한 전면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 정부가 보여주는 우왕좌왕하고 수동적인 모습은 중공 지도자가 상황을 오판하게 해 실력이 부족함을 알면서도 계속 도발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미국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됐다.

중공, 신냉전 일환으로 미국과 미국 동맹국 이간

시진핑의 3연임을 둘러싸고 중공 내부에서는 치열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공은 표면적으로는 미중 관계 완화를 위해 9월 새로운 기후공약을 내놓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을 상대로 한 ‘공격을 최선의 수비로 삼는(以攻為守)’ 전략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10월 8일, 시진핑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신임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 이 통화에서 시진핑은 미일 관계를 이간질하고 중일 관계를 완화하려 했지만 후미오 총리는 양국 간의 문제를 솔직하게 제시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 군함 10척(중국 5척, 러시아 5척)이 일본 열도 주변을 한 바퀴 돌며 무력시위를 했다. 10월 18일 쓰가루 해협, 22일 오스미해협을 통과했다.

중공은 일본에 대해서는 강온 양책을 번갈아 쓰고, 유럽에 대해서도 새롭게 포섭 작업을 시작했다.

시진핑은 10월 13일 퇴임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통화했고, 10월 15일에는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통화했다. 또 10월 26일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했다. 중공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거듭 내세웠지만 상대방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10월 29일, 시진핑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통화에서 ‘전략적 동반자’라는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차이점을 적절히 처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중공은 미국의 동맹국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역시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10월 30일, 시진핑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화상연설에서 “중국이 100개 이상의 국가와 국제기구에 약 16억 회분 이상의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했다”고 자랑했다. 중공은 여전히 백신 외교를 통해 미국을 압도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진핑은 또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무역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산업체인과 공급체인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산업체인과 공급체인의 회복력과 안정성에 관한 국제 포럼을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G20 국가들과 관련 국제기구들이 적극 참여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시진핑은 G20 정상회담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공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무역 규범을 지키지 않고 G20 밖에서 그룹을 만들어 미국과 주도권을 다투려 하고 있다.

시진핑은 일대일로, 디지털 경제, 후롄후통(互聯互通·상호 연결과 소통)을 또다시 소개하며 미국을 겨냥해 “인위적으로 소그룹을 만들거나 이념으로 선을 긋는 것은 간격을 만들고 장애를 늘릴 뿐”이라고 했다.

10월 29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은 EU의 주요 국가로서의 이탈리아의 지위와 역할에 큰 중요성을 두고 있으며 이탈리아와의 파트너십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마이오 장관은 이를 정면 대응하지 않은 채 양국 간 직항 복원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있어서 “인권수호, 인도적 지원 및 대테러 방면의 국제적인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이오 장관은 “중국이 인권 대화에 복귀하기를 희망한다”면서 신장과 홍콩 정세에 대한 이탈리아의 깊은 우려를 특히 강조했다. 대만 문제에 있어서 대화를 통해 갈등을 완화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주요 7개국(G7) 중에서 중공은 미국과 캐나다를 빼고 잇따라 5개 국가와 접촉했다. 중공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서방의 동맹을 깨고 미국과 전면적인 대결을 하려 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미중 간의 신냉전 사실을 인정하든 안 하든 중공이 일으킨 신냉전은 갈수록 사실로 드러나고 있어 백악관은 이에 응전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더 이상 피동적으로 대응하면 안 되며, 능동적인 승리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