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미중 신냉전과 동아시아 정세, 일본 정권 ‘친중 3인방’

박상후 /국제관계,역사문화평론가
2021년 12월 24일 오후 7:24 업데이트: 2022년 05월 31일 오전 11:35

일본 정치를 보면 국제정치의 맥락을 이해하기가 상당히 쉽다. 현재 중국 공산당(중공)으로 인해 격변하고 있는 국제관계에 대해 일본 국제정치학자 시마다 요이치 후쿠이현립대 교수가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시마다 교수는 일본 국가기본문제연구소위원, 북한에 의한 납치자를 돕는 단체의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국제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며칠 전 ‘미국 해체, 자위대가 단독으로 센카쿠 방위를 하는 날’이란 책을 냈다. 이 책에서는 진보·보수 간 쟁투가 격화돼 피폐해진 미국이 중공과의 싸움에서 일본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마다 교수는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중공의 패권을 막기 위해 일본카드를 본격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현실을 냉철하게 지적하며 “국가 존망이 달린 싸움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책의 머리말에서는 “일본은 서방 선진 7개국 가운데 중국과 가장 접해 있는 나라다. 소련과의 냉전시기에는 유럽이 최전선이었지만 중국과의 신냉전에서는 동아시아가 정면”이라며 동아시아에 위치한 일본의 현실을 서술했다.

여기에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대만의 유사(有事)는 일본의 유사, 나아가 미일동맹의 유사”라고 한 것과 같은 지정학적 관점이 투영됐다. 미국이 대(對)중공 포위망을 좁히고는 있지만 자국 정치 상황으로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당 부분을 일본이 맡게 됐다고 지적했다.

시마다 교수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구소련 말기의 서기장 체르넨코의 이미지를 느낀다고 했다. 체르넨코는 고르바초프 바로 전 정권 과도기의 서기장이다. 구소련이 체르넨코 다음 고르바초프 때 해체된 것처럼 미국 바이든 정권도 과도기란 것이다.

그러면서 다음 지도자가 나올 때까지 그사이의 혼란을 참고 극복하는 게 자유주의 세계의 과제라고 조언했다. 브레즈네프 전 서기장의 측근으로 그를 맹종했던 체르넨코는 몰락해가는 소련을 속절없이 지켜보고만 있었던 인물이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 AP/연합

일본 새 정권 주요인사에 대해선 ‘친중 트리오’ 평가

시마다 교수는 새로 출범한 일본 집권 세력에 대한 시각도 드러냈다. 그는 기시다 신임 총리, 하야시 외무대신, 모테기 자민당 간사장 등 3명을 ‘친중 트리오’로 봤다.

이 대목에서 아베 전 총리의 역할이 주목을 받는다. 그는 비록 총리직에서 물러난 상태지만, 현재 국제무대에서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공에 유화적으로 대응하는 기시다를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아돌프 히틀러에 강경하게 대처하지 못한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 같다는 비판도 나온다. 반사적으로 정부 밖에서 광폭 행보로 중공을 견제하는 아베 전 총리에게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시마다 교수는 아베 전 총리가 미국 공화당과의 긴밀한 관계를 활용해 중공에 압력을 가하고 미일동맹 강화, 대만 정세에 대한 적극적 관여를 위해 밀사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기시 노부오 방위대신(국방장관 격)에게도 비슷한 역할을 당부했다.

시마다 교수는 아베의 역할이 부각된 결정적 이유로 지난 21일 임시국회 폐막 때까지 기시다 총리가 중국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일본은 24일 정부 대변인인 마쓰로 히로카즈 관방장관의 입을 통해 정례 기자회견에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했다.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시기를 늦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아시아에서 대중 강경외교를 주도하는 모양새는 아니다.

시마다 교수는 아베 전 총리를 미일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기존 일본 정치의 틀을 깬 인사라고 극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좋은 미일관계를 구축했고 G7 정상으로서는 선배 역할을 하며 자칫 고립될 뻔했던 트럼프를 적극 도왔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오바마 정권 때인 2015년 미군과 자위대의 협력을 강화한 ‘평화안전법 정비법안’을 개정했다. 2017년 북한 위기 때는 군사적 압력을 강화한 트럼프의 노선을 전면 지지했다. 주일미군기지 사용권을 비롯해 후방지원 방침을 명확히 했다.

시마다 교수는 아베 정권이 화웨이의 5G를 퇴출시키려는 트럼프 정권의 방침에도 서방 선진국 중 가장 먼저 동참했다는 점도 높게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2021.9.24 | Evelyn Hockstein/Reuters/ 연합

“바이든 정권, ‘동맹과 협조’ 강조하지만 속내는…”

시마다 교수는 바이든 정권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공식적으로는 동맹국과의 협조를 중시하지만, 속으로는 미국은 살짝 물러서고 동맹국이 전면에 나서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 군부와 야당인 공화당은 강경파가 많아 대만 문제에 아주 적극적이라는 점,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약진할 것이 확실하다는 점 등을 들어 아베 전 총리가 구축한 공화당 유력인사 들과의 파이프라인을 일본이 십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마다 교수는 기시다 총리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이다. 아베 정권하에서 4년 7개월 동안 외무대신(외무장관 격)을 역임한 기시다가 겉으로는 그럴 듯하지만 실제로는 별것 없다고 평가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술로 겨뤄서 지지 않았다’는 무용담이 외교가에 전해지지만 딱 거기까지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덧붙여 당시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실질적인 전략을 구상하고 외교를 살린 것은 어디까지나 아베 총리였다”고 평가했다.

시마다 교수는 자민당 간사장 모테기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대중 비난 결의안은 타이밍의 문제”라면서, 인권 문제와 관련해 당과 국회가 정부보다 먼저 나서면 안 된다며 중공의 눈치를 본 모테기 간사장을 “역시 셰셰(謝謝·감사하다는 뜻의 중국어) 모테기”라고 꼬집었다. 중공에 너무 저자세라는 것이다.

한편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서는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올림픽을 후원하는 기업들이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요타, 파나소닉 등 올림픽 스폰서 기업들이 미국의 엄중한 조치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골절로 베이징 올림픽 참석이 불발된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언급하며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 올림픽과 관련을 맺지 않게 돼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고노 타로 전 일본 방위대신에 대해서는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같이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2번이나 올리는 등 중국 공산당의 선전관을 연모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인물로 혹평했다.

-박상후의 시사논평 프로그램 ‘문명개화’ 지면 중계

*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표현은 원저자가 쓴 ‘중공’ 대신 중국, 중국 공산당으로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