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미중 갈등 속 한미 ‘워싱턴선언’과 동북아 정세 전망

차이나뉴스팀
2023년 05월 5일 오전 11:25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30

4월 26일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워싱턴 선언’에 합의했다. ‘한·미 핵협의 그룹(NCG)’을 창설하고 미군 전략핵잠수함(SSBN)을 한반도에 수시 배치하는 합의도 끌어냈다. 그동안 미·중 대결에서 변수로 작용했던 한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는 게 중화권 평론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로써 동북아 정세, 나아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NTDTV 프로그램 ‘전문가 포럼(菁英論壇)’은 에포크타임스 주필 스산(石山), 중문 에포크타임스 편집장 궈쥔(郭君), 대만 전 공군 부사령관 장옌팅(張延廷)과 함께 이에 대해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은 이 내용을 지면 중계한다.

“미 전략핵잠수함 한반도 전개, 글로벌 지형 바꿀 것”

스산(石山) 주필은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가 글로벌 지형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핵미사일을 탑재한 전략 핵잠수함이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과 구소련·중국·한국·일본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하나의 암묵적 합의를 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전체 전략의 핵심이다. 물론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에 의해 파괴됐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점점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은 물론 일본과 주한 미군에도 큰 위협이다.”

“미군의 전략핵잠수함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은 미국의 전체 전략 구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미군의 군사력은 북한만 겨냥하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중공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다. 따라서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사실상 글로벌 지형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장옌팅 전 부사령관도 이에 공감을 표했다.

“미국이 이번에 전략 핵잠수함을 한국에 보내기로 한 것은 핵실험을 여섯 차례나 한 북한을 겨냥한 것이지만 실제로 동북아 전략적 구도 전체에 변화를 가져온다. 한일 관계가 개선되고 한국이 미국 측에 서는 등 이미 동북아 정세 전반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스산은 한국의 지리적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국의 지리적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한 전문가가 지도에 한국을 중심으로 비행거리 30분을 기준으로 원을 그리면 몇 개국의 수도가 들어오느냐고 물었다. 중국의 베이징, 북한의 평양, 일본의 도쿄, 대만의 타이베이가 그 안에 들어왔다. 다시 말해 동북아시아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모두 그 안에 있다.”

한국을 중심으로 비행거리 30분을 기준으로 원을 그리면 중국의 베이징, 북한의 평양, 일본의 도쿄, 대만의 타이베이가 그 안에 들어온다. | 영상 캡처

“지금 동북아의 전체 국면을 보면 양 진영이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쪽은 북한·중국·러시아가 하나의 삼각형을 이루고, 다른 한쪽은 한국·미국·일본이 다른 하나의 삼각형을 이룬다. 이 두 삼각형이 마주하고 있는 끝은 하나는 북한, 다른 하나는 남한이다.”

북·중·러 전체주의 진영이 이룬 삼각형을과 한·미·일 자유민주주의 진영이 이룬 삼각형의 끝이 북한과 남한에서 마주하고 있다. | 영상캡처

“미국과 한국이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삼각안보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과연 북한을 상대하기 위함일까? 북한을 상대하는 데 과연 전략핵잠수함을 보내고 최신예 전투기를 보낼 필요가 있을까? ‘사기’에 ‘항장이 칼춤을 추는 목적은 패공 유방을 죽이는 데 있다(項莊舞劍意在沛公)’는 말이 있다. 진의(眞意)는 다른 데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 견제를 이유로 내세우지만, 진정한 타깃은 중공과 러시아이다. 그래서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아시아 전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거점이다.”

“한국은 미국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한국은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을 내세우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왔다. 하지만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으로 한국은 완전히 미국 편에 섰다.

중문 에포크타임스 총편집장 궈쥔(郭君)은 한국은 미국 편에 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은 미국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한국은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고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하는 단계에서 다른 나라보다 중국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나 세계가 불안해지고 위기가 닥치면 한국도 미국을 찾을 수밖에 없다. 지금 아시아 지역의 긴장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고, 특히 대만해협의 위기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대만을 침공하면 세계 경제는 큰 영향을 받을 것이고, 한국은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을 것이다. 한국이 미국 편에 서지 않는다면 치명적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어서 그는 한국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밖에 없는 근거를 제시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2018년 사상 최고치인 56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뒤 점차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2년에는 흑자가 12억 원으로 뚝 떨어졌고, 2022년 5월부터는 적자로 돌아섰다.”

“중국 시장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2014년에서 2019년 사이, 특히 2017년 이전에 한국의 많은 중소기업이 중국을 큰 기회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중국이 한국 기업의 기술을 훔친 다음 값싼 제품으로 뒤통수를 치고 심지어 짝퉁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교란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산업 고도화가 시급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제조업은 3차 산업혁명(Industry 3.0)에서 4차 산업혁명(Industry 4.0)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한국에 제공할 수 있는 도움은 크지 않다. 한국으로서는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금속 소재 등이 필요하지만 대체품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첨단 기술과 고급 소재 분야의 연구개발 등은 일본과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20년간 192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에 11개의 반도체 공장을 더 지을 계획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5월 20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로 평택 삼성전자 단지를 둘러보고 있다. | KIM Min-Hee/POOL/AFP/연합

‘전문가 포럼’은 한국이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고 완전히 미국 편에 선 것이 대만해협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물었다.

미국, 동남아와 동북아 동시 강화

장옌팅은 한국이 ‘워싱턴 선언’에 합의하면서 제1도련선의 북쪽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서는 한반도에 전략핵잠수함을 전개하고, 동남아 지역에서는 대만과 가까운 루손섬을 포함해 필리핀 4곳에 미군 기지를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다. 심지어 루손섬 북단에 다연장로켓 M142 하이마스(HIMARS)도 배치한다. 이처럼 미국은 동남아와 동북아 양면에서 공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제1도련(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강화하게 됐다.”

스산은 한국의 전략적 전환은 한반도는 물론 대만해협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이번에 미국을 방문한 윤 대통령은 ‘우리는 어떤 형식이든 무력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고 했다. 한미 군사동맹 조약의 제5조에 따르면 한쪽이 공격당했을 때 다른 한쪽도 동시에 공격당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렇다면 대만해협에 전쟁이 발발해 미군이 공격받을 경우 한국군이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이 또한 대만해협 전체의 정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