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망한다던 중국 경제, 어떻게 지금까지 버텼나

허칭롄(何淸漣)
2021년 10월 29일 오후 5:50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2

중국 경제의 내재적 문제는 몇 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국이 처한 국제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흥미로운 점은 3년 전 중국 경제에 대한 관점은 ‘내부는 차갑고 외부는 뜨겁다’는 것이었는데, 외신들은 중국 경제가 밝을 것으로 전망했고 중국 스스로는 ‘회색코뿔소(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와 ‘블랙스완(예상하기 힘든 대형 위기)’을 경계했다.

지금은 중국 당국이 언론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 중국 내에서 가치 있는 토론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외신들은 한목소리로 전망이 좋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미국 야권에서는 ‘미중 디커플링’에 대한 토론이 뜨겁다. 하지만 정작 디커플링 여부를 결정하는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에게 오히려 리커플링(re-coupling) 의사를 밝혔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지속돼온 위기 요인, 이를테면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는 등의 위기 요인을 분석하기보다는 중국 경제가 어떻게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는지, 그리고 중국 경제를 지탱하는 요인이 앞으로도 계속 작용할 수 있을지 따져보고자 한다.

GDP 증가율, 중국 경제 전망에 참고 안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중국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나다니엘 타플린(Nathaniel Taplin)의 기고문을 실었다. 타플린은 중국 경제를 움직이는 3대 축인 부동산 투자·소비·수출 부문에 불안하고 불확실한 요소들이 나타났다며 중국 정부가 가까운 시일 내에 강력한 완화 정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 요소들이 겹쳐 2022년 중반에 경제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타플린은 전력난, 부동산 채무 위기, 해운 물류 대란, 그리고 델타 변종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 재확산 등 몇 가지 사실을 들어 중국 경제가 사면초가에 빠졌음을 입증했다. 그는 이런 요인들로 인해 중국의 올 3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은 4.9%에 그친 것도 결코 놀라울 일이 아니라고 했다.

필자는 지금까지 중국의 GDP 증가율을 중요한 지표로 보지 않았다. 중국의 GDP 성장률은 당국이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하는 중국 경제 관련 수치는 신뢰할 수 있을까? 사실 필자는 늘 의문을 품는다. 기초 데이터를 중국이 제공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현 IMF 총재가 2017년 세계은행 최고경영자(CEO) 시절 세계은행 기업환경평가 보고서 내용을 중국에 유리하게 수정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중국 경제의 4대 악재와 그 원인

중국 경제는 현재 4대 악재에 직면했다. 부동산 채무 위기,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력 대란, 해상운송 정체다.

부동산 채무 위기는 사실 일찍이 나타났다. 부동산 개발업계의 ‘맏형’인 헝다(恆大)그룹의 위기는 작년에 이미 예고됐고, 필자도 이에 관해 글을 쓴 바 있다. 당시는 당국이 ‘구제 안 함’ 버튼을 누르지 않았기에 외부 채권자들은 요행을 바랄 뿐이었다. 설령 ‘구제함’ 버튼을 누른다고 해도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시점을 약간 미룰 뿐이었다.

델타 바이러스가 중국에만 영향을 미친 게 아니다. 호주 등 여러 국가도 전염병 확산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의 전력 대란은 바이든이 9월 10일 시진핑과 통화한 것과 관련이 있다. 현재 미국은 기후변화를 최우선 국책, 나아가 가장 중요한 국제 현안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양국 정상이 통화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은 전기 공급을 제한(전력이 부족해서가 아님)한다고 발표했고, 이어서 캐서린 타이 USTR 대표가 대중 고율 관세에 대해 ‘표적 관세 배제 절차’ 적용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적 관세 배제 절차’는 무엇을 의미하나? 쉬운 말로 풀이한다면 다음과 같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 정부와 새로운 협상을 해 ‘기존의 관세를 유지하면서 미국 수입 업자들이 관세 면제를 신청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게 한다’, 즉 관세를 면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세 문제가 해결되면 중국의 전력 공급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해상운송이 정체되는 문제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전례 없는 공급망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항만에서는 심한 정체가 빚어지고, 컨테이너 수십만 개가 바다에서 떠돌고 있고, 일부 마트는 상품 공급 부족으로 진열대가 점점 더 많이 비고 있다.

현실을 직시하는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미·중 양국이 하나의 국제 상품 공급망을 공유하고 있으며, 중국은 공급자로서, 미국은 수요자로서 오래전부터 상호 의존해왔다는 사실을 마침내 발견했다.

이상의 분석은 부동산이 더 이상 중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없으며, 중국 경제의 진정한 활력소는 미국의 ‘수요’임을 설명한다. 미·중 양국이 하나의 국제 상품 공급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분석하든 미국의 소비 수요가 ‘메이드 인 차이나’의 원천적인 활력소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경제 활력의 원천은 미국의 수요

8월까지 중국의 수출입 총액은 24조7800억위안(약 3조8700억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7% 증가했고, 무역흑자는 583억4000만달러로 2.2% 증가했다. 교역량 1, 2, 3, 4위는 아세안, 유럽연합, 미국, 일본이다.

중국은 1~3위 국가를 상대로 무역흑자를 이루었다. 이 중 아세안과의 교역에서 이룬 무역흑자는 3660억2000만 위안(약 572억1500만달러)으로 8% 증가했고, 대(對)유럽연합 무역흑자는 7519억6000만위안(약 894억 805만달러)으로 21.2% 증가했다. 대일 무역적자는 1822억5000만 위안(약 284억8870만달러)으로 47.8% 증가했다.

이 같은 중국 세관 수출입 데이터는 중국 경제가 미국의 수요에 전폭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미·중 무역 총액은 3조500억위안(약 4767억1679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8% 증가했다. 이는 중국 총무역량의 12.3%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 중 대미 수출은 2조2900억위안(약 3579억2835만달러)으로 22.7%, 대미 수입은 7524억2000만위안(약 1176억1452만달러)으로 36.5% 증가했다.

주목할 것은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1조5400억위안(약 2406억9474만달러)으로 16.9%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대아시안 무역흑자(3660억2000만위안)는 물론 대유럽연합 무역흑자(7519억위안)보다 많은 액수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올 들어 8월까지 약 1170억 달러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에 대한 미국의 데이터는 조금 다르지만 큰 차이는 없다. 중국 세관의 데이터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미·중 무역관계는 경제적 요소로 결정되는가 아니면 정치적 요소로 결정되는가?

미중의 무역관계는 경제적인 요소, 즉 돈으로 결정될 수도 있고 정치적인 요소로 결정될 수도 있다. 현재 양국은 사실상 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서방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이고, 국가 간의 관계는 무역 관계가 결정 요소였다. 영국과 중국 간의 아편전쟁은 영국이 청나라와의 무역에서 발생한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아편을 판 것이 발단이었다.

1990년대 이후 미중 관계도 사실상 경제적인 요소가 주도적으로 작용했지만 미국은 대국이기에 클린턴 대통령은 강대국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인권외교를 폈다. 미중 간에는 정치적인 충돌이 종종 있지만, 경제적인 연계는 오히려 갈수록 밀접해지고 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제조업이 중국으로 대거 이전했고, 미국 내 제조업은 공동화됐다. 이렇게 30년이 지난 지금 미·중 간에는 이미 안정적인 국제 상품 공급망이 형성됐다.

현재 미국의 공급망 위기는 산업사슬의 중국 의존도가 심각한 데서 비롯됐다.

미국은 뒤늦게 이를 인식했다. 스리드할 코타(Sridhar Kota) 미시간대 교수와 싱크탱크 MForesight의 토머스 마호니(Thomas C. Mahoney)는 2018년 6월 ‘여기서 발명하고 거기서 제조한다’는 공동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대외 의존도가 저비용 상품에 그치지 않고 가치사슬을 타고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확대됐는데, 그중 알맹이는 대부분 중국이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선진 제조업의 해외 생산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고, ‘여기서 발명해 저기서 제조한다’는 전략은 이미 ‘저기서 발명해 저기서 제조한다’는 전략으로 바뀌었다고도 했다.

미국은 이러한 발전을 저지하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국가의 부와 안보를 위해 ‘전환적 기술(transformational technology)’을 이용해 제조업을 재건해야 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과감한 조치를 하는 단계에는 포괄적인 전략을 가진 중앙 기구와 지속적인 공공·민간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와 제조업의 혁신에 투자하고 ▶국내 시범 생산과 대규모 생산을 독려하며 ▶중소형 제조업체가 선진기술을 배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미국 내 엔지니어링 및 기술 인재를 육성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이 같은 선택을 하지 않으면 “혁신과 제조능력이 계속 퇴화해 미국이 최고의 군사력을 지탱할 수 없는 제2의 경제체로 전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보고서는 현실에 근거해 멀리 내다보았다. 하지만 미국 재계와 정치권은 안목이 갈수록 짧아져 3년 이상의 전략적 포석은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대표가 ‘자신이 이끄는 하원은 유권자의 표를 끌어들일 수 없는 의안은 아예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 말이 이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바이든 정부의 소위 ‘유권자의 표를 끌어들이는’ 의안은 거의 케이크를 어떻게 나누느냐는 것이고, 케이크를 만드는 식재료가 어디서 나오는지는 아무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중국 경제의 호황이나 붕괴를 바라는 글은 여러 해 동안 많이 봤다. 필자는 중국 경제가 서방 투자은행 인사들이 전망하는 것처럼 장밋빛이 아니라고 줄곧 말해왔다.

경제적으로 잠시 번영을 이룰 수도 있지만, 선택하는 발전 방식과 길이 매우 근시안적이기 때문에 반드시 병폐를 남긴다. 예를 들면 부동산 버블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외부의 예측과는 달리 결코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현재의 미중 무역 현황을 보면 중국의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은 미국 시장이 필요하고 미국은 중국을 대체할 제조국을 당분간 찾지 못한다. 이런 강력한 수요는 중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천이다.

경제는 ‘이윤’의 말을 가장 잘 듣는다. 미국 재계가 중국 시장을 포기한 적은 없다. 이것이 바로 중국 경제가 위기 속에서도 지금까지 버틴, 그리고 앞으로도 일정 기간 버틸 수 있는 요인이다.

여전히 이를 못 믿겠다면 WSJ이 지난 22일 게재한 놀라운 소식을 보기 바란다.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화웨이에 부품과 기술을 공급하는 업체들에 610억 달러(약 71조9000억원) 규모의 수출허가(113건)를 승인했고,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에도 420억 달러(49조 5000억원) 규모의 수출(188건)을 허가했다.”

화웨이와 SMIC는 각각 2019년 5월과 2020년 12월에 미국의 ‘블랙리스트(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랐다. 이들 수출허가는 2020년 11월 9일부터 2021년 4월 20일 사이에 발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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