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러-우 전쟁에서 드러난 세계 군사력 1·2·3위의 합동작전 능력

저우톈(周田)/군사전문 칼럼니스트
2022년 05월 4일 오후 11:39 업데이트: 2022년 05월 5일 오후 1:37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중국이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세계 군사력 1위 미국과 2위 러시아, 3위 중국의 실력 차를 가늠해볼 수 있는 가장 최근의 생생한 사례가 되고 있다. 필자는 이 시리즈를 통해 3국의 군사력을 ▲정보 능력 ▲장거리 타격 역량 ▲공습 능력 등 분야에서 비교했다. 이번 합동작전 능력을 분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육군 작전 단위의 3분의 2, 공군 주력 전투기 절반 이상, 해군 함대 4개 중 하나, 그리고 우주군을 동원했다. 각 부대는 북부합동사령부를 비롯해 서부·중구·남부·동부 등 러시아 5대 군구에서 차출됐다.

군구(軍區·military district)는 지역별로 군의 권한을 나누는 것을 가리킨다. 러시아 5대군구는 각각 러시아의 동서남부과 중앙을 담당해 작전 계획을 수립하고 병력을 운용해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서부군구와 직접 맞닿아 있다. 나머지 4개 군구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군구 밖 전쟁이다.

이 때문에 육·해·공·우주군 등 서로 다른 군종(軍種)과 서로 다른 군구의 부대를 어떻게 통합적으로 조직하고 지휘하느냐 하는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또 하나의 중대한 과제가 됐다.

미국은 글로벌한 범위에서 작전을 수립하고 병력을 운용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북부(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남부(중·남미), 유럽, 중부(중동·중앙아·이집트), 아프리카(이집트 제외 아프리카 전역), 인도·태평양 등 6개 사령부를 편성했으며 2019년 우주사령부를 추가로 창설했다.

유럽 사령부의 작전 범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하고 있으며, 미군 부대가 이 지역에 진입하면 해당 사령부가 직접 지휘한다. ‘지구 방위군’이라는 미군의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러시아는 본토에서만 5개 군구로 나눴고, 해외 작전을 계획하는 상설 지휘체계가 없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임시 전선 지휘기구를 구성했다. 여기에 러시아 국방부의 명령, 심지어 크렘린궁의 명령까지 수시로 받아야 해서 지휘체계의 혼선이 더 가중됐다.

임시로 만든 지휘체계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은 러시아의 ‘1단계 작전’ 성과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전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고, 실전에서 지휘는 원활하지 못했다. 전장에 대한 판단과 대응이 늦어지면서 1단계 작전은 당초 목표를 상당 부분 달성하지 못한 채 ‘동부지역 집중’으로 조정됐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달 3일 키이우 인근 부차를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 우크라이나 국방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던 사전 계획

러시아군의 목표는 지나치게 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제2 도시인 하리코프,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대부분 지역을 전면적으로 침공하려고 약 20만 명의 병력을 배치했지만, 이를 4개 노선으로 분산시켰다.

가장 중요한 임무를 지닌 제1노선은 키이우에서 가장 가까운 벨라루스에 배치됐으며, 벨라루스에서 남하해 키이우를 바로 침공했다.

제2노선은 우크라이나 북부와 러시아가 국경을 맞댄 지역에서 시작했다. 사실 여기서 또 두 갈래로 나뉘었으며, 하나는 하리코프를 공격하고 하나는 키이우에 접근해 제1노선과 합동 작전을 폈다.

제3노선은 흑해함대와의 협력 아래 우크라이나 남부 연해 지역을 침공했으며, 우크라이나 동부와의 연결을 뚫었다.

제4노선에 병력을 가장 적게 배치했으며,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배치했다.

러시아 지상군은 총 약 170개의 대대급 전술 단위가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장에 3분의 2인 120여 개가 동원됐다. 이때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사고가 일어나는 등 본토가 침공을 당했다면 러시아군은 방어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

러시아군은 최소한의 국토방위를 유지하는 것 외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지상군을 모두 동원했다. 비장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러시아 최정예 공수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전력을 온전히 보존한 채 예비하고 있어야 하지만, 일부는 전쟁에 동원됐다.

러시아 공군은 주력 전투기인 수호이(Su)-35, Su-34, Su-30 전투기를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배치했으며, Su-25 공격기 등 러시아 주력 전투기 절반 이상인 총 300여 대를 동원했다. 나머지 전투기는 러시아의 영공·영해를 방어하고 있지만, 광대한 범위에 비해 부족해 보인다.

러시아는 강습상륙함 함대가 강한 편이 아니다. 유일한 항공모함은 정비 중이어서 출동할 수 없었다. 태평양 함대, 북방함대, 발트함대는 전장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주둔지에서 이동시키기도 쉽지 않다. 그 대신 상륙함, 호위함 등 북해함대가 주로 참전했다.

구소련의 상비군은 685만 명인 데 비해 러시아 상비군은 약 100만 명이다. 가장 좋은 장비를 보유한 주력 부대는 대부분 동원됐다. 사실상 병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4개 노선으로 분산시킨 러시아군의 계획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게다가 전쟁 개시 전까지 병력을 배치한 기간이 지나치게 길었다. 처음 배치한 부대는 2개월 동안 대기만 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에 충분히 대비할 시간을 준 셈이 됐다.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연합 군사훈련 2017 자파드에 동원된 헬기와 군용이 보인다. 2017.9.20 | SERGEI GAPON/AFP via Getty Images

전쟁 개시 전 시간 끌다가 기선제압 기회 놓쳐

러시아군은 병력 이동 상황과 훈련이 미군에 의해 속속들이 파악당했다. 러시아군은 공격은 신속해야 하며 실전에서는 항상 돌발변수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러시아 정부는 공격 개시 명령을 내리는 일을 주저했다.

러시아 지도부는 먼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직접 개입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려 외교적 타진을 거듭했다. 러시아 지도부는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중재 노력을 하고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참전하지 않겠다고 한 뒤에야 침공 명령을 내렸다. 나토에는 개입 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중국의 정치적·경제적 지지가 필요했다. 러시아 지도자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면서 중국 지도자의 지지를 얻었으며,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나토를 반대하고 석유, 천연가스 거래 등 일련의 협력 협의를 체결했다. 또한 러시아 지도자는 중국에 협조해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난 후에야 침공을 선포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과 맞서 싸울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미군의 권고에 따라 부대를 후퇴시킨 후 러시아군을 유인하고 도시 주변 또는 숲 지대에서 매복 공격을 실시해 미국과 나토의 대전차 무기의 효과를 충분히 발휘했으며, 핵심 교량을 제때 파괴해 러시아군이 진퇴할 수 없게 만들었다.

우크라이나군은 또한 열세에 있는 대규모 정면 전투를 포기하고 소부대로 지형과 지세를 이용해 잠복하며 마지막 시가전을 준비했다. 미군은 아마 우크라이나군에 홀로 깊숙이 진입한 러시아군 부대를 타격하고 러시아군 보급로를 파괴하라고 건의했을 것이다.

러시아군은 지나치게 오랫동안 배치돼 있었고 우크라이나군은 미군의 도움으로 충분한 준비를 했다. 러시아군은 압도적 병력을 가지고도 우세를 발휘하지 못하고, 정확한 타격 목표를 찾지 못해 시간을 낭비했다.

2022년 3월 19일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공개한 격추된 러시아군 헬기. | 우크라이나 국방부

러시아, 입체적 합동작전 거의 실종

러시아군은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방공시스템을 파괴하지 못해 이후의 전투기 공습이 위험했을 뿐 아니라 목표물 타격 능력도 부족했다.  러시아군의 마구잡이식 장거리 타격과 공습 후 거짓 전황 보고는 러시아군 지휘관을 속이고 러시아군 전방부대도 속였다.

러시아군은 장거리 타격의 전과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나머지 임무를 지상부대에 내팽개쳤으며, 지상 작전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각 군종은 각기 전투를 치렀으며, 합동작전 개념을 보여주지 않았다.

러시아군의 대대급 전술군도 입체 작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격헬기는 적시에 지상전을 지원하지 못했고 돌격에도 협조하지 못했으며, 기갑부대를 매복으로부터 엄호하지도 못했다. 러시아군의 대포와 미사일은 목표물 인도가 부족해 결국 무분별하게 발사됐다. 러시아군의 통신이 원활하지 않았고 쉽게 해독되어 보급 부대는 잇따라 습격을 당했다.

우크라이나군의 1차 목표는 키이우 방어, 그다음은 하리코프 방어였다. 그 결과 러시아군은 북부 전선에서 번번이 좌절했고 최정예 공수군도 중무기와 효율적인 지원이 부족해 실패했다. 러시아군은 시가전은커녕 심지어 키이우조차 포위할 수 없었고 큰 피해를 입어, 결국 가장 중요한 목표를 포기해야 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의 정부, 무기 지원, 참모 서비스를 받아 키이우 방어라는 주요 목표를 달성했고 사기가 치솟았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가장 적은 저항을 받았다. 따라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 대부분 지역을 점령했지만, 동부와 연결하는 마리우풀에 대한 공격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2개월이 지났지만, 러시아군은 여전히 마리우풀의 마지막 보루인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점령하지 못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에 가장 적은 병력을 배치하여 큰 진전을 이룰 수 없었다. 한 달 후 러시아군은 키이우, 하리코프를 포기하고 다시 동쪽으로 병력을 집결시켰다.

러시아군은 자신을 과대평가했고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을 과소평가했으며, 미군과 나토의 강력한 지원을 예상하지 못했다.

러시아군 지휘관은 전장에 대한 판단 착오로 대응이 너무 늦어 인원과 장비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전술을 조정하지 않고 탄약을 무분별하게 소모한 후에야 가장 주요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러시아 지도자는 전장의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거나, 실제 정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아 의사결정에 큰 차질을 빚었다. 이는 러시아군 전체 지휘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존재함을 나타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한국전쟁(1950~53년) 참전 70주년을 하루 앞둔 2020년 10월 22일 베이징 자금성 외곽에서 사열을 하고 있다. 뒤쪽으로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의 사진이 보인다. | NICOLAS ASFOURI/AFP via Getty Images/연합

결론

세계 군사력 2위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실전에서 현대적인 합동작전을 보여주지 못했고 전쟁 전 계획이 실제 상황에 부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작전 과정에서 군종은 각기 전투했으며, 적시에 상호 지원하지 않았다.

러시아군 최고 지휘부는 크렘린의 지시에 굴복해야 했다. 실제 상황을 보고하는 것을 두려워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러시아군 지휘관은 전장에서 대응이 더디고 부대 통신, 조율이 원활하지 않아 치명적인 매복 공격을 당하고 심각한 피해를 입어 작전 임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 2단계 전투에서도 러시아군은 뚜렷한 변화가 없다.

러시아군의 합동작전 능력은 미군뿐만 아니라 3위권 밖의 일부 군사 강국에도 못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역시 합동작전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중국 지도자는 고위 장교의 충성도를 우려해 쉽게 권력을 이양하지 않고 있고 전문화된 기준으로 인재를 뽑지 않고 있다. 세계 군사력 1~3위의 합동작전의 거대한 격차는 전체 군사력 격차의 극적인 지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