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中 공산당, 인도·태평양서 공격적 확장…진전과 좌절

왕허(王赫)
2022년 06월 19일 오전 11:30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0

8일 중국 정부의 원조로 건설된 캄보디아 레암 해군기지에서 항만시설 현대화 및 확장 사업 착공식이 열렸다. 지난 3년간 중국과 캄보디아 당국이 ‘중국이 캄보디아에 비밀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서방 언론의 보도를 부인해왔지만 이제는 스스로 사실임을 인정한 셈이다.

캄보디아 남서부에 위치한 레암 해군기지(Ream Naval Base)는 타이만(灣)을 마주하고 남중국해와 말라카해협에 인접해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복수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공군이 이 기지의 일부를 쓸 수도 있지만 전체를 ‘전용기지’로 쓸 가능성도 있다. 중공군은 이 해군기지를 통해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중요한 해상 통로를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주 레암 해군기지. | 구글 지도 캡처

레암 해군기지는 2010년 이후 캄보디아군과 미군이 연례 합동훈련을 실시했던 곳이다. 하지만 캄보디아 당국은 2016년 12월 캄보디아와 중공군이 처음으로 ‘진룽(金龍)’이라는 이름의 합동훈련을 실시한 뒤 갑자기 미군과의 오랜 협력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2019년 8월 미군은 캄보디아와 중국이 레암 기지에 중공군 해군기지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2020년 9월 캄보디아는 이 기지 중 미국이 건설한 해군전술본부와 소형 순시선 정비창고를 철거했고, 이어서 2021년 이 지역에서 건설 공사를 하는 모습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됐다.

6월 8일 열린 착공식은 중국 공산당이 캄보디아에 해군기지를 건설할 계획이 확정됐음을 의미한다. 이는 최근 중국 공산당이 인도·태평양 지역 확장 전략에서 거둔 세 가지 진전 중 하나다.

또 다른 진전은 25년 넘게 추진해온 중국-키르기스-우즈베크를 잇는 철도(CKU 철도)가 내년에 착공한다는 점이다. 이 계획은 6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밝혔다.

5월 30일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더는 반대하지 않기 때문에 CKU 철도 공사를 2023년 착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CKU 철도의 총 길이는 중국 213km, 키르기스스탄 260km, 우즈베키스탄 50km를 포함해 약 523km이다. CKU 철도는 중국과 유럽을 잇는 신유라시아대륙교 남쪽 통로를 보완해 중국 본토에서 유럽과 중동까지 화물을 수송하는 최단 노선으로, 기존 3개의 중국∼유럽 철도 노선들보다 운행 거리가 900㎞가 짧아 화물 운송 시간이 7∼8일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은 1997년에 이 철도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실행되지 못한 채 장기간 표류했다. 러시아가 중국 공산당이 중앙아시아에 깊숙이 침투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의외로 변화의 물꼬를 튼 건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중국 공산당의 도움이 절실한 푸틴 대통령이 스스로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계획 추진이 급물살을 탄 것이다.

세 번째 진전은 중국 당국과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가 안보협정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인터넷에 유출된 정보에 따르면, 솔로몬제도는 중공군 함정이 솔로몬제도에 정박하는 것을 허용하고, 중국 당국은 솔로몬제도의 ‘사회 질서 유지에 협력’하는 차원에서 무장경찰을 파견할 수 있다.

4월 19일과 20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솔로몬제도 총리가 각각 안보협정에 서명했음을 확인했다. 이 협정은 미국·호주·싱가포르에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이 될 것이다. 이를 두고 “호주 외교정책의 최대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세 가지 진전을 성취했다는 것은 2022년 들어 중국이 극단적인 방역 정책으로 경제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도 경제적·군사적 확장을 도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의 확장 전략은 일부 진전도 있었지만 좌절도 있었다.

가장 두드러진 좌절은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남태평양 10개국과 맺으려던 포괄적 경제·안보 협정이 불발됐다는 것이다.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남태평양 8개 섬나라를 순방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5월 30일 피지에서 남태평양 수교 10개국과 중국·태평양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는 중국 당국이 지난해 만든 회의체로 이번이 두 번째다.

남태평양 도서국 순방의 일환으로 피지를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30일(현지시간) 수도 수바에서 열린 프랭크 바이니마라마 피지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LEON LORD/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왕 부장은 중국과 이들 도서국이 양자 협의체 외에도 다자 협의체를 신설해 중국-태평양 외무장관 회의를 정례화, 시스템화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국은 단일 국가 간 협력 협약은 여러 나라와 체결했지만 가장 중요한 10개국 경제·안보 협정은 일부 국가의 반대로 체결하지 못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외교장관회의에 앞서 남태평양 10개 수교국에 ‘중국-태평양 도서국 공동발전 비전’과 ‘중국-태평양 도서국 공동발전 5개년 계획(2022~2026)’ 등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는 베이징 당국이 이 지역과 경찰, 보안, 데이터 통신 분야에서 포괄적인 경제·안보 협의를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이징 당국은 이들 국가에 안길 선물 패키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선물은 수천만 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중국 시장 진입 지원 등 24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미크로네시아연방 등은 이에 우려를 표시하며 안전 보장 협력을 강화하는 협정안에 서명하지 않았다. 데이비드 파누엘로 미크로네시아연방 대통령은 21개 태평양 국가 정상들에게 친필 서한을 보내 이번 협정이 체결되면 중국과 서방 사이의 신냉전을 촉발할 수 있다며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중국이 이 지역의 통신망과 해양·자원·안보를 통제한다면 주권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호주·뉴질랜드·일본·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결국 중국은 사전에 작성한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15개 원칙을 제안하는 입장문만 냈다.

피지는 왕 부장이 방문하는 첫날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의 14번째 창설 멤버로 가입했다. 태평양 섬나라로는 처음이다. 출범 10여 일째를 맞은 호주 노동당 새 정부가 중국계인 페니 웡(黃英賢·53) 외교장관을 왕 부장이 방문한 남아시아 3개국에 보낸 것도 호주와 이들 국가의 전통적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중국 공산당의 인도·태평양 지역 확장을 제약하는 3가지 요소

위에서 언급한 중국 공산당이 이룬 3가지 진전은 ‘점(點)’ 차원이고, 좌절은 ‘면(面)’ 차원이다. 총체적으로 보면 중국 공산당의 인도태평양 확장 전략은 진전에 한계가 있다. 일각에서는 베이징이 최근 아시아 외교에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어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더욱 깊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인도·태평양 지역 확장을 제약하는 요소는 크게 3가지다.

하나는 중국의 국력이 약화됐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하향 곡선을 긋고 있는 중국 경제가 올해 들어서 더욱 빠르게 추락하고 있어 현재의 경제력으로는 과도한 확장을 뒷받침하기 어렵다.

주지하다시피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중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전 세계 공급망을 혼란에 빠뜨리고 외국 자본과 기업이 떠나게 만듦으로써 중국 경제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였다.

또 하나는 중국 공산당의 공격적인 전랑외교가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불렀다는 점이다.

일례로 2018년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 중 중국 외교관 4명이 주최국인 파푸아뉴기니 외무장관실에 들이닥쳐 정상회담 발표문의 표현을 수정하려다 쫓겨났다. 이 나라 관리는 사석에서 중국 측의 협상 작태를 “횡포”라고 비판했고, 각국 정상들은 APEC 정상회의 사상 처음으로 공동성명도 발표하지 않았다.

또한, 스웨덴 주재 중국대사 구이충유(桂從友)는 공격적인 언행 때문에 대사 재직 2년 동안 40여 차례나 스웨덴 외교부에 초치당했고, 이 나라 3개 정당은 일제히 그를 축출하라고 요구했다.

마지막 하나는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이 인도·태평양의 구도의 재편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계승했다. 백악관은 2월 11일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이 경제·외교·군사·기술력을 결합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세력권을 확보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국으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에 따라 앞으로 12~24개월 동안 추구할 10대 액션플랜을 제시하며 중국 견제에 나섰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선도, 억지력 강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계 강화, 인도의 지속적 부상과 역내 지도력 지지, 쿼드 (Quad) 협력 구현, 한미일 협력 확대 등이 그것이다.

5월 20~24일,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지로 한국과 일본을 택했다. 그는 쿼드(Quad) 정상회의를 열고 IPEF를 출범시켰다. 5월 26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투자, 공조, 그리고 경쟁’이라는 제목으로 대중국 전략에 관한 연설을 했다. 그는 이 연설에서 미국의 국력 강화를 위해 투자하고, 비슷한 미래 비전을 가진 동맹·파트너와 공조하며 중국과 전방위적으로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국제 질서를 위한 비전 실현을 위해 베이징 주변의 전략 환경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중국 공산당의 인도·태평양 확장 전망은 어둡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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