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중국 스파이 활동 본산, 국가안전부

최창근
2023년 02월 13일 오후 2:01 업데이트: 2023년 02월 13일 오후 2:01

전 세계에서 발견되고 있는 이른바 ‘스파이 풍선’으로 인하여 중국의 스파이 공작이 주목받고 있다.

손무(孫武)의 ‘손자병법(孫子兵法)’에도 향간(鄕間), 내간(內間), 반간(反間), 사간(死間), 생간(生間) 등 5가지 간첩 활용법을 명시했을 정도로 중국에서 스파이 활용 역사는 길다.

특히 중국 공산당은 전통적으로 스파이 활동을 중시한다. 지난날 제1·2차 국공내전 승리의 주요 요인도 국민당 내에 심은 간첩 활동이었다. 결과적으로 중국 공산당은 양적·질적 열세를 극복하고 국공내전에서 승리하였고 중국 본토 패권을 차지할 수 있었다.

중국 공산당이 스파이를 활용하여 적을 무력화한 사례에 대해서는 ‘중국공산당의 스파이 전쟁(홍윤표 저)’이나 ‘중국의 정보조직과 스파이 활동(옹연경 저)’ 등에 상세히 소개되기도 했다.

중국 스파이 활동의 본산은 국무원 국가안전부(國家安全部·Ministry of State Security)이다. 영어 약칭 ‘MSS’로 해외에 알려진 국가안전부는 공식적으로는 행정부에 해당하는 국무원(國務院) 산하 부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통제한다.

국가안전부의 시원은 국공내전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공산당과 내전을 벌인 국민당은 군사위원회 조사통계국(약칭 ‘군통(軍統)’), 중앙집행위원회 조사통계국(약칭 ‘중통(中統)’)을 위시한 정보기관을 운영하며 명성을 얻었다. 그중 장제스의 심복 중 하나인 다이리(戴笠)가 지휘하던 국민당 군사위원회 조사통계국은 각종 스파이 공작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에 대응하여 마오쩌둥의 중국 공산당도 스파이 조직을 신설했다. 국민당의 토벌작전에 패하자 이른바 대장정을 감행하여 산시성 옌안(延安)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던 중국 공산당은 1937년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산하 기구로 중앙사회부를 신설했다. 오늘날 국가안전부를 비롯한 중국 공산당 정보기관의 모체이다.

제2차 국공내전(1946~49년) 시기 중앙사회부의 주요 공작 대상은 국민당이었다. 정보수집, 간첩 활동, 통일전선(統一戰線)공작 업무를 수행했다.

1949년 제2차 국공내전에서 중국 공산당이 승리한 후 중앙사회부는 중앙연락부로 개편했다. 그러다 1955년 중앙조사부로 이름을 바꾸었다. 중국공산당 직속 기구인 중앙조사부는 중국의 재외공관(대사관, 총영사관, 대표부)에 요원을 파견하여 해외 첩보 수집 활동을 수행했다.

1946~1949년 국공내전 발발 당시 중앙사회부의 주요 임무는 중국 국민당에 대한 정보, 간첩, 통일전선 등이었고 업무 내용이 중첩되고 상호보완적이었다. 정보 조직도 당내 군사 조직인 중앙군사위원회에 설치되어 당군 지도부의 지휘통제를 받았다. 그 후 중국 국민당을 완전히 몰아내고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1949년 이후에 중앙사회부는 중앙연락부로 개편되었다. 1955년에 중앙조사부로 다시 개편되었다. 1950년대 중국의 재외공관은 예외 없이 중앙조사부 요원으로 구성된 조사연구 단위를 갖추고 정보수집 활동을 하였다.

문화대혁명(1966~76년) 기간 동안 중앙조사부는 해체됐다. 간부들도 대거 숙청되거나 농촌으로 하방되어 재교육을 받았다. 종전 중앙조사부 기능은 인민해방부 총참모부 산하 정보부서들로 분산되었다.

덩샤오핑 집권 후 중국은 정보기관 재정비를 추구했다. 당(黨), 정(政), 군(軍)으로 분산된 정보 기능을 통합하여 효율성을 추구한 것이다.

국가안전부 휘장.

1983년 당시 공안부장 류푸즈(劉復之)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중앙조사부, 국무원 공안부,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등 제(諸) 기관의 정보·방첩 조직을 통합하여 ‘국가안전부’를 설립할 것을 제안하였고,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의 승인을 받았다.

그 결과 1983년 6월, 국무원 공안부 내 기존 방첩 조직(1~4국), 중국공산당 중앙조사부 일부 기능, 인민해방군 총참모부의 일부 인력을 통합해 ‘국가 안전 및 반간첩 공작을 영도관리하며,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 및 조국통일의 대업을 보위하고 촉진’할 목적으로 국무원 산하에 국가안전부가 신설되었다.

국가안전부 설립 초기, 9개 내부 공작국과 4개 직할 지원기관으로 구성되었다. 이후 개혁개방 추진으로 인한 대외 접촉 증가, 컴퓨터, 정보통신,위성,무인 항공기 등 첨단기술을 이용한 첩보활동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업무 범위와 조직이 확대되었다.

오늘날 국가안전부는 총 18개 내부 공작국(局)으로 구성된다. 현황은 다음과 같다. ▲제1국: 기요국(機要局) 중요 기밀정보 관리 ▲제2국 국제정보국(國際情報局): 국제 정보수집 국제 정보 수집 ▲제3국 정경정보국(政經情報局): 정치 및 경제 주요 정보 수집 ▲제4국 대만홍콩마카오지구정보국(臺港澳地區情報局): 대만, 홍콩, 마카오 지역 정보 수집 ▲제5국 정보분석통보국(情報分析通報局): 정보 분석과 통보, 수집 지도 ▲제6국 과학기술정보국(科技情報局): 과학, 기술 정보 수집, 연구 및 통신 공작, 활동 지휘 ▲제7국 반간첩정보국(反間諜情報局): 반간첩 정보 수집 ▲제8국 반간첩정찰국(反間諜偵察局): 외국 간첩 추적 정찰, 체포 ▲제9국 기술정찰국(技術偵察局): 우편물 검사 및 통신 정찰 ▲제10국 대외보방정찰국(對外保防偵察局): 중국 재외공관 안전 공작 담당, 유학생 및 반중국 세력 감시 ▲제11국 정보자료중심국(情報資料中心局): 문서 자료 수집, 연구, 관리 ▲제12국 사회조사국(社會調查局): 사회단체 연락, 여론 조사 ▲제13국 기술과기국(技偵科技局): 과학 기자재 관리, 연구 ▲제14국 기술정찰국(技術偵察局): 과학 기술 정찰 ▲제15국 종합정보분석국(綜合情報分析局): 수집 정보 분석 ▲제16국 영상정보국(影像情報局): 영상 자료 정보 수집 ▲제17국 기업국(企業局): 기업 관련 정보 수집 ▲제18국 반공국(反恐局): 대테러 정보 수집

직속 기관으로 판공청(辦公廳), 정치부(政治部), 보법판공실(普法辦公室), 교육배훈부(教育培訓部), 종합기획국(綜合計劃局), 행정관리국(行政管理局), 노간부국(老幹部局), 기록실(檔案室) 등의 부서를 두고 있으며 산하 기관으로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中國現代國際關系研究院), 국제관계학원(國際關系學院), 저장 제2인민경찰학교(浙江第二人民警察學校), 장난사회학원(江南社會學院) 등을 두고 있다. 이 밖에 각 직할시·성·자치구별로 직할시에는 지방 ‘안전국(安全局)’을, 나머지 행정 단위에는 지방 ‘안전청(安全廳)’을 두고 있다.

국가안전부 본부 청사는 베이징시 둥청(東城)구 둥창안가(區東長安街) 제14호 공안 빌딩에 있으며, 국무원 공안부도 같은 청사에 입주해 있다.

국가안전부의 수장인 부장(部長)은 천이신(陳一新) 총경감(總警監)으로 중국공산당 우한시위원회, 원저우시위원회, 진화시위원회 서기 등을 거쳐 2022년 10월 국가안전부장에 임명됐다. 부장 휘하에 부총경감이 맡는 3인의 부(副)부장, 역시 부총경감 계급인 1인의 감찰조장, 정치부주임이 있다.

국가안전부의 구체적인 인력·예산은 공개되지 않으나 정보력에서 미국 CIA, 모사드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이스라엘 중앙공안정보기관(Central Institute for Intelligence and Security), 영국 비밀정보부(MI6)와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