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중공 스피커, 후궁, 스파이…중국 관영 매체의 민낯

최창근
2023년 04월 24일 오전 7:53 업데이트: 2023년 04월 24일 오전 10:45

인민일보와 인민망, 신화사와 신화망, CCTV와 CGTN 등 중국 매체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신의 절대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 매체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문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헌법과 법률, 제도로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향유하는 이 매체들은 중국 공산당 매체의 특성상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으로 기능하기보다는 중국 공산당의 선전선동 기구 역할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과 중국의 대표적인 매체의 현황은 어떠하며 이들의 민낯은 어떠할까.

중공(中共)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은 당(黨)이 국가(國家)를 이끄는 당국체제(party-state system)이다. 정부기관, 군(軍)을 비롯한 중국 내 모든 조직은 중국 공산당을 따라야 한다. 매체(媒體)도 예외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중국에는 ‘환경 감시자(watch-dog)’로서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言論)’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의 선전선동(propaganda) 기구이거나 앵무새처럼 공산당의 입장을 독자나 시청자에게 전하는 ‘매개체’에 불과하다.

공산당은 역사적으로 프로파간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도 중앙위원회 산하에 중앙선전부(中共中央宣傳部·Publicity Department of the Chinese Communist Party)를 설치하여 중앙통일전선공작부(中央統一戰線工作部·United Front Work Department)와 더불어 통일전선공작과 이를 위한 선전공작을 수행하고 있다.

문화대혁명 시기 중국 공산당 프로파간다 선전물. | 바이두.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관영 매체들도 통제하고 있다. 그중 통신사인 신화사(新華社), 신문사인 ‘인민일보(人民日報)’, 방송사 중국중앙텔레비전(中國中央電視臺·CCTV)은 이른바 3대 매체로 꼽힌다.

이들 3대 매체와 관계사는 중국 공산당 정부의 ‘스피커’이다. 사실을 취재해서 보도하기보다는 당과 정부의 입장을 충실하게 전파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구체적으로 이들 매체들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스피커

3대 매체 중 중국 공산당의 ‘스피커’ 역할에 가장 충실한 것은 ‘인민일보’와 온라인 플랫폼 인민망(人民網) 그리고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이다.

지난해 10월, 시진핑(習近平) 현 국가주석의 중국 공산당 총서기 3연임이 확정된 후 ‘인민일보’는 1면의 절반 정도를 할애하여 시진핑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시진핑 얼굴로 1면을 도배한 ‘인민일보’. | 바이두.

신문은 시진핑 주석을 비롯해 리창, 자오러지, 왕후닝, 차이치, 딩쉐샹, 리시 등 신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권력 순으로 소개했다.

‘인민일보’ 1면에는 ‘시진핑’이라는 단어가 모두 15차례 나온다. 2면에도 시진핑 주석이 1중전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기자 대면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당 대표들과 인사하는 모습 등 개인 사진 3장이 게재됐다.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자 ‘개인 홍보지’ 역할에 충실한 셈이다.

이 밖에도 ‘인민일보’와 그 온라인 플랫폼 인민망에는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일거수일투족이 상세하게 보도된다.

인민망 한국어판도 예외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인민망 한국대표처(피플닷컴코리아) 사이트에는 매일 시진핑과 공산당 지도부, 중국 공산당, 정부, 군의 정책 홍보 뉴스들로 넘쳐난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에서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이라 칭하는 1950년 6·25전쟁 관련 선전선동이다.

2020년 10월 인민망 한국어판에는 ‘시진핑, 담화에서 항미원조 전쟁의 의미 밝혀’ 제하의 기사에서 시진핑의 담화를 소개했다. 기사는 “시진핑 주석은 항미원조 전쟁의 위대한 승리는 중국 인민 궐기 후 세계 동방에 우뚝 세워진 선언서이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이정표로 중국과 전 세계 모두에게 중대하고 심오한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이 작전으로 중국 인민은 침략자들의 침공과 신중국을 말살하려는 음모를 무찔러 이른바 ‘한 방으로 물리쳐 백 방을 아꼈다’. 따라서 제국주의가 다시는 무력으로 신중국을 침범하지 못해 신중국이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 작전은 국토와 국가의 안녕을 지켜 중국 인민의 강포에 굴하지 않는 투철한 의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라고 시진핑의 발언을 상세하게 인용 보도했다.

시진핑의 항미원조전쟁 관련 담화를 여과 없이 보도한 인민망 한국어판. | 화면 갈무리.

중국의 전쟁 개시 동의, 중국 인민지원군 참전으로 6·25전쟁이라는 민족상잔의 동란을 겪고 국토가 분단된 한국인에게 있어 수용할 수 없고 불쾌감을 가지게 하는 기사이지만 인민망은 이를 개의치 않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로서 소명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민망 한국법인인 ‘피플닷컴코리아’는 회사 홈페이지 소개란에 “(중국 공산)당 중앙 차원의 대외홍보 사명을 담당하고 있다.” “피플닷컴 코리아㈜는 인민망의 중국 내 강력한 영향력과 권위성은 물론 고퀄리티의 한국어 뉴스 내용과 혁신 정신이 담긴 부가가치 서비스에 힘입어 ‘중국의 한국 대상 전파 첫 번째 미디어’로 발전했다.”고 밝혀 중국 공산당 스피커로서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있다.

후궁

영어 약칭 ‘CCTV’로 널리 알려진 중국중앙텔레비전은 국무원 국가라디오영화텔레비전총부(廣播電影電視部) 소속 ‘국영’ 방송 텔레비전 방송사이다.

중국 국내 20개 채널, 해외에서는 중국국제텔레비전(中国环球电视网·CGTN)을 통해 6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중국 대표 텔레비전이다.

CCTV에는 명예롭지 못한 별칭도 있다. 다름 아닌 ‘중국 공산당의 후궁(後宮)’이다. CCTV 여성 아나운서들이 중국 정·재·관계 고위층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공공연한 비밀’이던 CCTV와 중국 공산당 간부의 유착관계는 시진핑 집권 후 발생한 이른바 ‘新4인방’ 부패 사건 처리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 서기,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링지화(令計劃) 중국 공산당 중앙통일전선공작부 등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부정축재와 더불어 축첩(蓄妾) 문제도 불거졌다.

링지화의 혐의는 정치기율·정치규범·조직기율·비밀준수 위반, 거액 뇌물 수수, 간통 등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다수 여성과 간통하고 권색거래(權色交易·권력과 성관계 거래)를 했으며, 부부가 타인의 재물을 취득했고 부인은 경영 활동으로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중국 권력층과 CCTV 아나운서 간 부적절한 관계를 폭로한 ‘CCTV 후궁’. | 구글 이미지.

알려진 또 다른 사실은 링지화의 아내 구리핑(谷麗萍)과 CCTV의 유명 남성 앵커 루이청강(芮成鋼)의 간통이다. 루이청강은 구리핑 외에도 다른 중국 공산당 고위층 아내들과도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홍콩, 대만 등 중화권 매체에서는 ‘CCTV의 공공 정부(情夫)’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400명 이상의 여성들과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진 저우융캉의 정부(情婦) 명단에서도 CCTV 아나운서들은 빠지지 않았다. 링지화의 정부로는 펑줘(馮卓) 당시 CCTV 시사뉴스부 부주임 등 다수 아나운서들이 이름을 올렸는데 이들의 출세 배경에 권력자 저우융캉이 있었다는 평가들이 쏟아졌다. 저우융캉이 2001년 재혼한 자샤오예(賈曉燁)도 CCTV 경제 채널 기자 출신이다.

이 속에서 중국 공산당 고위층과 CCTV 아나운서의 부적절한 관계를 폭로한 ‘CCTV 후궁(央視後宮)’이라는 책이 홍콩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책은 언론인으로서 책임과 사명감은 망각한 채 권색거래로 입신양명만 추구하는 CCTV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스파이

신화사(新華社)는 중국 국무원 직속 국가 통신사이다. 공식 명칭은 신화통신사(新華通訊社)이지만 중국의 미칭(美稱)이기도 한 신화사라는 명칭도 통용된다. 1931년 설립된 홍색중화통신사(紅色中華通訊社)가 모체이며 1937년에 현재의 명칭으로 개칭되었다. 중국신문사(中國新聞社)와 더불어 중국의 양대 국영 통신사이다.

신화사는 온라인 플랫폼 신화망(新華網)을 설립하여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한국어, 일본어 등 다국어로 언어로 번역하여 24시간 내내 중국 소식을 전파하고 있다. 외견상 신화사와 신화망은 미국 AP, 영국 로이터, 프랑스 AFP 등 세계적인 통신사에 비견될 만한 규모를 갖추고 있다.

신화사는 공식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도 운영한다. 중국 외교관들의 SNS 계정, 프로파간다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더하여 인권, 외교 관련 뉴스는 십중팔구 서방국가의 정책을 비난하는 논조를 띤다.

중국 기간통신사 신화사는 ‘통신사업자’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특별한 임무도 수행하고 있다. 중국의 첩보기관 역할이다. 이 때문에 통상 차관급 인사가 보임되는 ‘인민일보’, CCTV 등 다른 중국 매체와는 달리 신화사는 부장(장관)급 인사를 사장으로 임명한다. 해외에 파견되는 중국 국가안전부 등 ‘스파이’들이 신분을 세탁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하는 명함에는 ‘신화사 기자’가 있다. 각국 정보·방첩 기관은 신화사의 동태를 예의주시하고 ‘선을 넘을 경우’ 추방하거나 체포하기도 한다.

홍콩 민주화 시위 시 시위대의 공격으로 파손된 신화사 홍콩지사. 홍콩 시민들은 사실상 정보기관 신화사에 반중국 정서를 표출했다. | 신화/연합뉴스.

2018년 미국 법무부는 신화사가 스파이 행위를 하고 있다며 신화사와 CGTN의 기자들이 미국 공무원들을 면담하려면 사전에 법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조치를 강화했다. 2020년 미국 국무부는 신화사를 ‘외국사절단’으로 지정하여 예산, 활동 내역 등을 보고하도록 했다. 정상적인 언론사가 아닌 스파이기관으로 간주한다는 의사 표시였다.

신화사가 스파이기관으로 활약한 대표적인 곳은 홍콩이다.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전 중국은 ‘주홍콩대표부’ 기능을 수행하기 위하여 ‘신화사 홍콩·마카오지사’를 설립했다. 책임자로는 중국 공산당 홍콩·마카오공작위원회 주임위원을 임명했고 직원 다수는 국가안전부, 공안부, 인민해방군 소속 정보원이었다.

이러한 현실들로 인하여 ‘신화사=스파이 기관’이라는 인식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다. ‘신화사 기자=공인 스파이(White)’로 평가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