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살 빠진 김정은 모습 대대적 보도…전문가 “정치적 의도”

한동훈
2021년 06월 29일 오후 4:22 업데이트: 2021년 07월 8일 오전 11:30

김정은 “식량 형편 긴장해지고 있다” 이례적 언급
힘든 시기, 인민과 함께 견딘다는 ‘정치쇼’ 가능성

북한 관영매체는 최근 주동적으로 지도자의 살 빠진 모습을 보도해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식량 위기에 처한 북한 당국의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국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TV’는 6.25전쟁 71주년이었던 지난 25일 한 주민의 인터뷰 장면을 내보냈다.

이 주민은 최근 북한 방송에 보도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모습을 언급하며 “수척하신 모습을 볼 때 인민들은 제일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이달 초 노동당 정치국 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15~18일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주재한 김 위원장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영상에 비친 그의 모습은 한 달 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체중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주요 외신들은 살 빠진 김 위원장의 모습을 전하며 건강 관리 차원에서 살을 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민을 위해 국정 수행에 몰입하느라 살이 빠졌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북한 전문가들의 발언도 곁들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건강 관리 차원보다 주민들을 향한 ‘정치쇼’라는 해석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식량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수척한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모두가 함께 고생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 NK를 인용해 “최근 한 달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김정은이 6월 초 관영매체에 등장했을 때, 그의 손목은 눈에 띄게 가늘어져 있었고, 시계 줄도 예전보다 더 조여진 것 같았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리덴대학교의 북한문제 전문가 크리스토퍼 그린은 “외국의 관찰자들이 김정은의 외모 변화에 주목할 정도라면, 북한 인민들 역시 이미 이런 변화를 더 빨리 알아차렸을 것”이라며 “내기해도 좋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기반을 둔 북한 분석 프로젝트인 ‘38 노스(North)’의 공동대표 제니 타운은 “현재 김정은의 체중 감량이 질병 때문인지 아니면 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또한 북한의 관영 매체 보도 배후 의도도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제니 대표는 “그들은 (김정은에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혔다. 이는 조금 이상하다. 그의 체중 감량을 강조한 것처럼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북한의 식량 사정은 김 위원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직접 언급할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 1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계획을 미달해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며 올해 흉년일 경우 식량 형편이 더 긴장해질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현재 북한은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지대에서 인력과 물자의 유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외부의 물자 유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내부 식량 생산 차질이 심화될 경우 식량 위기가 정권 차원의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NK뉴스를 운영하는 코리아리스크(Korea Risk)그룹의 채드 오 캐롤 대표는 “김정은이 빠르게 다이어트를 하게 된 동기가 무엇이든 (북한 주민에 대한) 선전 효과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식량 위기를 함께 견디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리덴대 북한전문가 그린은 “김정은이 어려운 시기에 인민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는 사실을 선전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중요한 것은 북한 정권이 다양한 통로를 통해 김정은의 상황이 주민들의 관심사임을 알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린은 “북한 정권은 선전 전략 수립을 통해 정권에 유리한 대중 여론을 형성하고 일반 백성들이 관심을 가지는 화제에 대답할 수 있다”며 북한 매체의 흔한 선전 전략으로 ‘가짜 거리 인터뷰’를 들었다.

그는 “북한 관영매체는 진짜처럼 보이는 인터뷰를 치밀하게 기획해 김정은 정권에 대해 미화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