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힘 안 빌려도 되는 니가 부럽다” LH, 행복주택 광고문구 논란에 자진 철거

이서현
2019년 12월 4일 오전 10:35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41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행복주택 옥외 광고를 내 건지 3일 만에 사과와 함께 광고를 철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LH는 지난 1일 서울 시내 대학가 버스정류장에 행복주택 광고를 시작했다. 광고는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행복 주택을 들어가는 A는 친구 B에게 “너는 좋겠다. 부모님이 집 얻어 주실 테니까”라고 부러움을 드러낸다.

그러자 B는 “나는 니가 부럽다. 부모님 힘 안 빌려도 되니까”라고 답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대화 내용 아래에는 ‘내가 당당할 수 있는가(家)! 행복주택’이라는 카피와 함께 ‘대한민국 청년의 행복을 행복주택이 응원합니다’라고 적혔다.

행복주택은 대학생·신혼부부·사회초년생 등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입주 자격은 소득을 기준으로 제한한다.

대화 내용으로 보면 부모님이 집을 마련해 줄 정도로 넉넉한 친구가 더 못한 형편의 친구를 부러워한다는 것.

이 광고는 게시된 지 하루 만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며 논란이 일었다.

누리꾼들은 “정말 공감 능력 떨어지는 광고다” “부모님 힘 안 빌리는 게 아니고 못 빌리는 거다” “도둑맞은 가난” “저 광고 기획이 결재를 통과했다는 게 더 놀랍다”라며 쓴소리를 남겼다.

한 누리꾼은 “어쨌든 둘 다 집이 있다는 말 아닌가?”라며 허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LH 측은 광고문구에 대해 사과하고, 3일 오전 해당 광고를 모두 철거했다.

LH는 “행복주택 공급의 목적을 강조하려고 SNS 상황을 가정한 표현방식을 사용했으나 당초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를 초래하게 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