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으로 20대 취준생 목숨 끊게 만든 ‘김민수 검사’ 드디어 잡았다

김연진
2020년 05월 15일 오후 2:10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32

지난 2월,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대 취업준비생이 있었다.

보이스피싱 사기 일당은 “서울중앙지검의 김민수 검사다”라고 속여 20대 취준생에게 돈을 갈취했다.

경찰은 이 ‘김민수 검사’를 잡기 위해 끈질기게 수사를 진행했고, 결국 사건 발생 약 3개월 만에 사기 조직의 중간책을 검거했다.

지난 13일 전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달책인 중국 국적의 30대 한모씨 부부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MBC ‘뉴스데스크’

앞서 지난 1월, 전북 순창에 살던 20대 취업준비생 김모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사기범은 “여기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범죄수사팀에 팀장을 맡고 있는 김민수 검사입니다. 담당 변호… 검사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에게 “당신의 계좌가 금융사기에 연루돼 있다. 당장 돈을 인출해라. 전화를 끊으면 구속된다”고 협박했다.

가짜 김민수 검사를 진짜 검사라고 믿었던 김씨는 은행에서 420만원을 인출했고, KTX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사기범의 지시대로 마포의 한 주민센터 보관함에 돈을 넣었다.

MBC ‘뉴스데스크’

이후 여의도에서 사기단을 기다리던 김씨는 통화를 시작한 지 11시간 만에 전화가 끊어지자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김씨는 “수사를 방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아들을 잃은 김씨의 아버지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내 아들을 죽인 얼굴 없는 검사 김민수, 잡을 수 있을까요?”라는 청원을 올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후 경찰 측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약 3개월 만에 보이스피싱 중간책 2명을 긴급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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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중국 국적의 37살 한씨 부부로, 자신들이 운영하던 환전소를 통해 자금 출처를 세탁하고 중국에 있는 총책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보이스피싱 등 범죄로 챙긴 돈이 3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현재 중국인 부부 중 남편만 사기 혐의로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아내는 “돌봐야 할 어린 아이가 둘이나 있다”는 이유로 불구속 입건됐다고.

경찰은 한씨 부부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을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