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에서 지내는 초등학생에게 ‘수천만원 소송’ 제기한 한화손보

이서현
2020년 03월 26일 오전 10:03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4:56

한화손해보험(이하 한화손보)이 보육원에 있는 초등학생을 상대로 수천만 원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한화손보는 즉시 소송을 취하했지만, 관련 내용이 담긴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동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 사연은 지난 23일 한문철 변호사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한문철TV’를 통해 사례를 공개하며 알려졌다.

한 변호사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초등학생인 A군의 아버지는 2014년 오토바이를 타다 승용차에 충돌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로 승용차 동승자 B씨도 부상을 입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사고 승용차의 담당 보험사였던 한화손보는 B씨에 대한 치료비 및 합의금으로 5383만원을 지급했다.

또, A군의 아버지 사망보험금으로 1억 5천만을 책정했다.

이에 한화손보는 6000만원은 A군의 후견인에게 지급하고 9000만원은 A군 어머니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6년째 지급되지 않고 있다.

A군의 어머니는 베트남인으로 사고 전 이미 본국으로 출국해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보육원에서 지내는 A군은 주말에 조모의 집에 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5년이 훌쩍 지난 후 한화손보가 B씨에게 지급된 보험금 중 절반인 2,691만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A군 상대로 제기한 것.

한화손보는 A씨와 승용차 운전자 측의 교통사고 과실 비율이 50대 50이기 때문에 상속인이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2일 해당 사안에 대한 이행권고결정을 내렸다.

A군이 한화손보가 요구한 금액을 반환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전액을 반환하는 시점까지 연 12%의 이자를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이행권고결정은 당사자가 14일 내에 이의신청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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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손보는 소장을 A군이 지내는 보육원으로 보냈고, A군 주변인이 소장 확인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정해진 기간 내 이의신청도 하지 못했다.

한 변호사는 “한화손보의 구상금 청구 결정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망보험금을 부인과 자녀에게 1.5:1의 비율로 분배하고, 구상금은 자녀에게만 청구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A군 아버지 사고 과실이 너무 높게 결정됐다는 의견과 함께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해당 방송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로 번지면서 누리꾼은 ‘해당 보험사가 어디냐’며 찾아 나섰고, 국민청원으로 이어졌다.

한화손보라는 사실이 공개되자 일부 누리꾼들은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소송 취하에도 비난이 계속 일자, 25일 강성수 사장 명의로 공개 사과했다.

한화손보 측은 “소송이 정당한 법적 절차였다고 하나, 소송에 앞서 소송 당사자의 가정 및 경제적 상황을 미리 당사가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고 법적 보호자 등을 찾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향후에도 해당 미성년 자녀를 상대로 한 구상금 청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