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미 대사관, 휘장서 ‘중국’ 삭제…같은 날 폼페이오는 대만 “국가” 언급

한동훈
2020년 08월 13일 오후 10:25 업데이트: 2020년 08월 14일 오전 10:36

주중 미국 대사관이 지난 10일(현지시각) 대사관 휘장을 변경하면서 ‘중국’이라는 단어를 삭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베이징이 더는 중국을 대표하지 못하며, 미국은 대만과 수교를 준비하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마침 이날 폼페이오는 대만을 두 차례 국가로 불렀고, 미 복지부 장관은 대만을 방문해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나타냈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은 공식 SNS 채널의 대사관 휘장을 변경했다.

휘장 중앙의 독수리 그림은 그대로 둔 채 주변에 적혀 있던 ‘미국 주중 대사관· 베이징·중국’이라는 문구를 ‘미국 주중 대사관·베이징’으로 바꿨다. ‘중국’이라는 단어만 쏙 뺀 것이다.

이날 상하이 주재 미국 총영사관도 공식 SNS 채널의 휘장을 변경했다. 마찬가지로 독수리 그림은 그대로였지만, ‘중국’이라는 단어만 빠졌다.

이 소식은 자유아시아방송(RFA) 등 언론과 SNS를 통해 알려지며 적잖은 관심을 모았다. ‘중국’이라는 단어가 빠진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많았다.

 

베이징 주중 미 대사관 휘장 변경. 왼쪽이 변경 후, 오른쪽이 변경 전 | RFA 트위터 화면 캡처

대사관 측은 특별 기고문을 내고 “(휘장 변경에) 많은 분이 관심을 보여 기쁘다”며 “이러한 변화는 미국의 글로벌 브랜드 계획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휘장을 변경한 시점과 맞물려 “의미심장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베이징이 더이상 중국을 대표하지 않는 것 아니냐” “미국이 대만과 본격적인 수교를 준비하려는 것 아니냐”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 주재 미국 총영사관 휘장. 왼쪽이 변경 후, 오른쪽이 변경 전 | 트위터 화면 캡처

마침 이날 앨릭스 에이저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만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에이저 장관은 단교 이후 대만을 방문한 최고위급 미 관료로 기록됐다.

게다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한 인터뷰에서 대만을 두 차례 ‘국가’(country)라고 불렀다는 점도 알려지면서 이러한 추측에 힘이 실린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뉴스맥스 TV에 출연해 진행자 숀 스파이서로부터 ‘이번 에이저 장관의 대만 방문으로 베이징 당국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 ‘미국 행정부 전체가 중국에서 대만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인가’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다른 국가에 보건장관을 보내는 것을 위협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의아하다”며 “보건장관이 특정 지역에서 방역에 노력하면 위협을 느끼거나 분노하거나 국가 안보에 도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보는 그들이 너무 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베이징은) 이번 방문으로 위협을 느끼는 것 같은데, 그게 중공의 약점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은 “에이저 장관 대만 방문은 목적이 단순하다”며 “전 세계 인류에게 중요한 의제를 중화민국(대만) 정부와 협력하고, 우한 바이러스(중공 바이러스)와 그 위협을 이해하고 대만이 어떻게 이 문제를 자국(their own country) 내에서 성공적으로 처리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