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상하이 코로나 봉쇄? 中 지방도시는 더 엉망”

강우찬
2022년 11월 28일 오후 5:41 업데이트: 2022년 12월 26일 오후 3:02

중소도시 주민들 “당국 언론 통제, 아무도 상황 몰라”
봉쇄 속 식량난…관리들, 업자와 짜고 식료품값 올려
“공산당 말 이제 더 이상 안 믿어…더 많은 사람 알기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봉쇄 구역이 확대되는 가운데, 지방 중소도시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남부 허난성의 인구 390만 중소도시인 주저우시는 코로나 봉쇄와 식료품 공급난, 상점 폐쇄로 주민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주저우 주민 왕모씨는 에포크타임스(중문판)에 “베이징, 상하이, 선전 같은 1선 도시와 달리 우리는 작은 도시다. 아무도 이 도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왕씨는 “당신들의 보도가 매우 도움이 된다”며 “주저우시 당국은 엄청나게 부패했지만 언론을 검열해 중요한 사건들이 하나도 보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신이라도 우리 상황을 다뤄줘야 정부 당국자들이 그나마 압박감을 느낀다”며 공산당의 통제를 받지 않는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저우시 당국은 24일 시내 9개 지역을 고위험지역으로 지정해 주민들의 외출을 금지했다. 전날 시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 15명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왕씨는 “우리 지역은 이달 2일부터 봉쇄 중”이라며 이미 한 달 가까이 봉쇄 중이라고 말했다.

봉쇄로 겪는 가장 큰 고통은 식량난이다. 중국 각 지방정부는 봉쇄 구역에 식료품 공급을 특정 업자들을 지정해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업체는 해당 구역에 대한 공급이 금지된다.

그 결과 중국 전역의 봉쇄 구역에서는 독과점에 따른 물가 폭등이 빈발하고 있다. 지방 당국이 업자와 결탁해 특정 업체에 부당한 이익을 안겨주고 뇌물을 받고 있다는 의혹도 무성하다.

왕씨는 “사람들은 정부가 지정한 업체에서만 식료품을 살 수 있다. 그 바람에 값이 아무리 치솟아도 별 방법이 없다. 비싸다고 안 사 먹고 굶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라고 하소연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주저우시 봉쇄구역에서는 배추 500g에 55위안(약 1만원)이 넘는다.

공식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최근 통계인 올해 1월 주저우시 시립시장과 가격감시원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배추 가격은 현재 시세의 20분의 1 수준인 500g당 2위안(약 380원)이었다. 그나마 악천후로 5~20% 인상된 가격이었다.

왕씨는 “그나마 일선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줘야 구매할 수 있다”며 “배달 담당 공무원이 안 가져다 주면 방법이 없다. 뇌물을 주고도 순번이 한참 밀리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주저우시의 혼란상은 봉쇄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과 일선 관리들의 부패에만 그치지 않는다. 봉쇄구역으로 지정된 상점가의 자영업자들은 연말 대목은커녕 파산 위기에 놓여 있다.

의류 도매업자인 량모씨는 “루쑹구 의료도매시장이 지난 2일부터 폐쇄돼 들어갈 순 있지만 나올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량씨는 23일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시장 안에 일단 발을 들이면 봉쇄가 풀릴 때까지 그 안에서 살아야 한다”며 “겨울옷 대목이 보통 11월부터 시작되는데 올해는 거의 망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겨울을 앞두고 패딩 수천 벌을 확보한 량씨는 “시장을 빠져나가 다른 곳에서 팔 수도 없고, 손님들은 당연히 시장이 들어오지 않는다. 하루하루 매우 초조하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왕씨는 “겨울 쇼핑 시즌이 끝나기 전까지 일정 수량 이상 팔지 못하면 시장의 자영업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을 것”이라며 “많은 도매상이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의류 매입비용에 직원 임금, 상가 임대료를 내야 한다. 아파트 대출금이 밀린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줄도산할까 봐 다들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7일(현지시간) 오전 중국 상하이에서 고강도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며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중국 공산당은 2020년 9월 코로나19 방역 승리를 선언했지만, 지금까지 코로나19 봉쇄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봉쇄로 인한 부작용도 심각하다. 생활고와 의료난에 비관한 사람들의 극단적 선택도 줄잇고 있다.

왕씨는 “2일부터 지금까지 시내에서 5건의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주저우시 철도역 맞은편 건물에서 두 명이 투신했다”고 말했다. 다만 왕씨는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는 못했고, 에포크타임스는 해당 사건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또 다른 주저우시 주민 다이모씨 역시 “21일에 진룽호텔, 쿠이구 주거단, 샹인 주거단지에서 한 명씩 투신해 총 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들었다”며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게 투신자살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반체제 인사이자 인권운동가인 화용과 왕챠오링도 “진신 가든 주거단지에서 자살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는 주저우시가 봉쇄된 이후 발생한 여섯 번째 자살 사건”이라고 말했다.

에포크타임스는 주저우시 보건당국에 사실확인을 요청하고 공식 입장을 문의했으나 기사 송고 전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다이씨는 중국 공산당이 코로나19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엄격한 방역 정책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요즘 코로나19는 증상과 치명률이 감기나 독감 수준이라고 알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중앙(CC)TV에서는 미국에서 매일 수십만 명이 코로나에 걸려 사망하고 있다고 방송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CTV만 접하는 중국인들은 공포에 빠져 봉쇄에 대해 어쩔 수 없이 따른다”며 “중국 공산당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민들을 세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이씨는 “봉쇄로 학교가 폐쇄돼 아이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 사람들은 아파도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지 못한다. 가정은 아파트 대출금을 갚지 못해 파탄지경이다. 코로나19를 퇴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국이 하는 일이라고는 목구멍에 면봉을 찔러 넣는 것(PCR검사)일 뿐이다. 정말로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봉쇄하는 것이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의류도매업자 왕씨는 “얼마 전 도매시장 자영업자들이 손님 발길이 끊긴 것에 항의하며 현지 공안과 싸웠다. 그 뒤로는 주변에 장갑차가 순찰을 돌기 시작했다”며 “이게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공안이 할 일이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왕씨는 “이제 시장 사람들은 더는 중국 공산당의 말을 믿지 않는다. 내 부모님도 봉쇄기간 굶주림에 시달린 뒤로는 중국 공산당을 신뢰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광저우 같은 대도시 상황도 비슷하다고 들었지만, 중소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이 기사는 소피아 램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