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정치운동가 출신 청년들, 미국 순회강연 “내가 겪은 사회주의”

캐서린 양
2020년 04월 28일 오후 4:31 업데이트: 2021년 05월 16일 오후 12:30

베네수엘라 출신의 호르세 갈리시아는 지난해 가을부터 미국 전역을 돌며 젊은이들, 특히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같은 베네수엘라 출신 친구 안드레스 길라르트와 22개 주 순회를 마친 그는 올봄 중공 바이러스가 유행하자 모든 오프라인 미팅을 취소하고 온라인으로 학생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 강연 제안을 받았을 때, 갈리시아는 다소 어리둥절했다. 베네수엘라에서 20년의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이 자유주의 국가인 미국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 대학 상당수가 사회주의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그곳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 역시 사회주의 실상을 모른 채 이론적으로 막연한 환상을 품고 있음을 갈리시아는 곧 알게 됐고, 미국에서 새로운 사명감을 품게 됐다. 강연은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체제의 실상을 알리는 일이었다.

호르헤 갈리시아가 청중에게 베네수엘라의 상황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The Fund for American Studies

정부에만 의존하게 된 사람들, 잃어버린 존엄성

친구 길라르트 역시 같은 꿈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베네수엘라에 살 때, 사회주의 정책이 사람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했다.

길라르트는 다른 많은 학생과 마찬가지로 변혁을 원했고 학생운동에 자연스럽게 뛰어들게 됐다. 자유를 외치는 일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던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학생회장에 뽑히기도 했다.

그랬던 길라르트에게 전환점이 된 건 미국 인턴 경험이었다. 2014년 대학에 들어간 그는 2019년 초 미국 워싱턴의 공공정책 싱크탱크 케이토 연구소(Cato Institute)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정말 인상 깊었다. 정말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나라를 보았다”며 “베네수엘라에서 평생 가졌던 기회의 두 배를 누렸다”고 말했다.

그 이후 베네수엘라 상황이 급변하자, 고국에 돌아간 후 신변안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된 길라르트는 결국 미국 망명을 결심했다.

길라르트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를 들어봤겠지만 실제는 더 하다며 “사람들은 동네 식당이 몇 시에 쓰레기를 버리는지 안다. 쓰레기를 버리면, 두세 가족이 쓰레기를 뒤지려고 기다린다”고 했다.

이어 “어린아이들이 쓰레기통에서 함께 식사하거나, 사람들이 음식을 찾기 위해 쓰레기 트럭 뒤를 따라가는 것을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국의 동포들을 모욕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유지되는 자유주의 국가의 시스템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이야기였다.

안드레 길라르트가 베네수엘라의 상황에 대해 발표한다. | The Fund for American Studies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 정책은 정부의 힘을 끊임없이 확대해 모든 것을 중앙 집권화해 나갔다. 그 결과 전 국민은 자주성과 독립성이 부족하게 됐다는 게 길라르트의 설명이다.

그는 “의존할수록 더 벗어나기 어렵다. 이 단계에 이르자 사람들은 원시적인 생존 기술을 익히게 됐다”며 “음식, 물, 쉼터를 찾아다니고 쓰레기를 파헤치는 사람들은 여전히 국가에 생활을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에 절망해 자유를 요구했던 갈리시아와 길라르트를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정부는 “정치범”으로 낙인찍고 탄압했다.

갈리시아는 “정치적 탄압, 굶주림, 도피 생활이 일상이었다. 마실 물과 전기가 없는 건 당연했고, 전기나 가스 등 공공시설은 매년 더 나빠졌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꺼내자 모두가 충격받은 모습이었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자신이 겪은 일이 평범한 게 아님을 알아차렸다고 했다.

사회주의 정권에 항의한 혐의로 체포된 친구들을 본 베네수엘라 정치 운동가 호르헤 갈리시아는 이제 미국 전역의 학생에게 사회주의와 베네수엘라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 호르헤 갈리시아 제공

”사회주의 독재,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라 점진적”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는 한 명의 독재자가 폭력적 수단으로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 이행한 게 아니다. 한 분야씩, 갖가지 사업과 정책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행됐다.

석유 수출국인 베네수엘라는 1970년대 오일 쇼크로 엄청난 이익을 얻었고 그 바람에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경제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석유로 번 돈은 산업화와 제조업 발전에 투자되지 않고, 주요 산업은 오히려 국유화가 이뤄졌다. 엄청난 자금을 바탕으로 막대한 규모의 경기부양책과 복지 지출이 이어졌지만,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후 80년대에 석유 가격이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경제는 발전기반을 닦지 못했다. 기업과 국민은 파산할 때까지 정부에 손만 벌렸다.

갈리시아와 길라르트가 미국에서도 비슷한 조짐을 발견했다고 했다.

갈리시아는 “미국인들이 ‘사회주의는 지지하지만, 차베스와 마두로의 정책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둘은 다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사회주의를 말할 때 정말 그럴듯하게 들린다”면서 “하지만 실행에 옮기려 하면 삶을 파괴한다”고 했다. 사회주의 도입은 그 정도가 어떠하든 항상 중앙집권적인 정부라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중앙집권적인 정부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역사가 증명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수백만 명이 탈출했고, 이제 그 피난민들은 자신들의 국가에서 일어났던 일이 다른 국가에서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