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유엔 인권이사회 가입…NGO·야권 반발 “현 정부 인권침해 심각”

LUKE TAYLOR, SPECIAL TO THE EPOCH TIMES
2019년 10월 21일 오후 9:07 업데이트: 2019년 10월 23일 오후 6:23

인권 침해국으로 비판받던 베네수엘라가 UN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되자 국제 인권단체와 베네수엘라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17일(현지시간) 뉴욕 UN 본부에서 비밀투표로 진행된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105표를 얻어 새 이사국으로 선출됐다.

UN 인권이사회는 소수 선진국 국가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대륙 별로 총 47개 국가가 이사국을 맡고 있다. 중남미에 할당된 8개국 중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된 2개 이사국을 새로 뽑았다. 브라질과 함께 베네수엘라가 공석을 차지했다.

2006년 설립된 UN 인권이사회는 국제사회의 인권 보호 및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중대하고 조직적인 인권침해에 대처하고 권고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베네수엘라의 이사국 선출에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충격을 받았다고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HRW에 따르면, 2016년부터 베네수엘라에서 1만8000명의 국민이 ‘현 정권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경찰과 보안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또한 특별 보안 군이 빈곤 지역에서의 정치적 반대 세력을 폭력적으로 억압하고 있다.

HRW 호세 미구엘 비번코 미주 담당 국장은 이사국 경쟁 후보였던 코스타리카를 재치고 베네수엘라를 임명하는 것은 “가장 높은 수준의 인권을 옹호하는 단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의 대표적 인권단체 프로베아(PROVEA)의 로돌포 몬테스 데 오카 변호사 또한 “우리는 깜짝 놀랐다. 조직적으로 배타 정책을 쓰고, 인도주의적 비상사태를 초래한 인권침해 국가가 UN 인권 이사국에 선출된 것은 끔찍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현 마두로 정권에 맞서 정권 교체 선봉에 섰던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측의 일부는 이 소식에 당황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이사국 선출에 논란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누엘라 볼리바르 의원은 “우리는 놀랍지 않다. 이번 사태가 처음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이것은 심각한 경고다. UN은 (엄중한) 선정 절차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과거 논란이 됐던 이사국에는 중국, 쿠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있다.

국제 비정부 기구(NGO)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경제 및 정치적 혼란에 빠지면서 인권 유린 사태가 급증했다. 식량과 의약품이 광범위하게 부족하고, 정전이 거듭되고, 무차별적인 폭력을 피해 4백만 명 이상이 해외로 이주했다.

마두로 정권은 50여 개국이 합법적인 지도자로 인정하는 과이도 국회의장과 장기간에 정치적 싸움을 계속하는 동안 반대파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합법적인 절차를 벗어난 살해와 잔인한 인권 유린을 벌여 비난을 받았다.

지난 6월, UN 인권 최고대표 미셸 바첼렛은 마두로 정권의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각종 고문 방식을 폭로하고, 실종 및 성폭력 사건에 마두로 정권에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세르지오 구즈만 콜롬비아 리스크 분석국장은 “이번 임명은 국제기구의 정통성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마두로 정권을 전복하려는 후안 과이도의 시도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며 국제 사회에서 마두로를 차단하려는 노력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마두로에게 더 큰 힘을 실어주게 됐다고 평가했다.

과이도 국회의장은 1월 23일 ‘강탈자가 집권하면 국회의장이 국가의 지도자가 된다’는 베네수엘라 헌법 조항을 근거해 스스로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해 5월 마두로 대통령이 불법선거로 당선됨이 널리 알려지면서 과이도 의장은 미국 및 국제적인 지지를 얻었으나, 여전히 마두로는 대통령 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