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양당파 의원들, 새 인프라 투자법안 협상 타결”

한동훈
2021년 07월 29일 오후 12:01 업데이트: 2021년 07월 29일 오후 4:24

미국 백악관 관리들과 몇몇 상원의원이 28일(현지시각) 5500억 달러(약 632조 원)의 새로운 인프라 투자법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백악관과 양당파(bipartisan) 상원의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인프라 투자의 세부사항에 관한 합의’를 발표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르면 다음 달 4일 합의안을 첫 표결에 부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서에 따르면 “이 협정은 급여가 좋은 노조 일자리(union jobs)를 창출할 것이다. 대통령의 ‘더 나은 재건 계획(Build Back Better)’을 통해 향후 10년에 걸쳐 연평균 2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미국의 완전 고용을 앞당기고 노동자들의 참여도를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화당 측 협상단 대표 롭 포트먼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제 주요 현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고, 의원들은 협상을 진전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딜’을 했다고 전했다.

포트먼의 협상 카운터 파트였던 민주당 커스턴 시내머 의원 역시 이날 의사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거래를 하게 돼 기쁘다”며 “합의서 작성이 마무리 단계다. 곧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에 따르면 합의안은 집행되지 않고 남은 코로나19 부양자금의 용도 변경, 기업 사용자 수수료 부과,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강화,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제성장 등을 담고 있다.

앞서 상원의원들은 합의안 도출을 위한 협상에 돌입할 것인지 묻는 절차적 투표에서 찬성 67, 반대 32로 협상을 가결했다. 민주당은 전원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도 17명이 찬성했다.

반대표를 던진 린지 그레이엄, 제리 모란 등 공화당 의원들은 이달 초부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그레이엄 의원은 “실제 투자가 어떻게 이뤄질지 모른다”고 우려했고, 모란 의원은 3조5000억 달러(약 4027조 원)짜리 기존 인프라 투자법안과 함께 표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하원 지도부는 기존 인프라 투자법안부터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며, 양당파 상원의원들과 다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앞서 지난 24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양당파의) 새 인프라 투자법안 가결을 지지하고 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안다”며 “기존 인프라 투자법안을 상원에서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양당파의 새 투자안을 심의하지 않겠다고 했다.

미국의 법안은 상원과 하원을 모두 통과한 뒤, 대통령이 서명해야 발효된다. 하원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수주(週)간에 걸쳐 어렵게 이뤄낸 양당파 상원들의 합의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민주당 상원 내부에서도 ‘더 큰’ 기존 투자법안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공화당이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로 법안 통과를 저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민주당의 인프라 투자법안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급진 좌파적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새 인프라 투자법안 협상을 그만두라고 요구하며 “민주당은 협상에서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이름만 공화당원(RINO·Republican In Name Only)’인 의원들이 백악관을 들락날락하면서 아무것도 얻어낸 것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고 꼬집었다.

그의 지적은 이틀 뒤인 28일 협상 타결을 전하며 민주당과의 구체적인 거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공화당 측 협상단의 발표와 맞물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을 겨냥해 “그 사람들은 언제쯤이나 자신들이 급진 좌파에 놀아나고 이용당하고 있는지 알아차릴 것인지…”라며 “당초 상원을 내주지 말았어야 했다. 수고했다. 미치!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조속히”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이 추진 중인 천문학적 규모의 인프라 투자법안은 1930년대 대공황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New Deal)정책에 비유된다.

그러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더만은 뉴딜이 대공황을 끝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기화했다고 지적했으며, 역사학자 짐 파월은 저서 ‘뉴딜정책의 신화를 벗긴다(FDR’s Folly)’에서 뉴딜이 공황을 장기화하고 빈부 격차를 키운 사회주의적 정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동훈 기자

*이 기사는 잭 필립스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