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러의 우크라 지역 합병 인정 못해…주권 훼손 행위” 맹비난

김태영
2022년 09월 21일 오후 9:06 업데이트: 2022년 09월 21일 오후 9:06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자국 영토로 편입하기 위해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것을 두고 미국 백악관이 ‘국제 체제의 기반인 주권 및 영토 보전 원칙을 모욕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백악관 “러의 우크라 영토 합병은 국제법 위반…인정 안 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9월 20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지역을 러시아에 편입하려는 ‘주민투표’ 계획에 반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는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의 기세등등한 공격에 대응하겠다며 국제 체제의 기반인 주권 및 영토 보전 원칙을 모욕한 행위”라며 “러시아는 주민투표 결과를 조작하고 이를 근거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강제로 러시아에 편입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투표를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을 합병하더라도) 해당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권리를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동원할 군인을 모집하고 있다는 보고서 내용을 언급하며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고전한다는 의미”라며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주민투표)은 전쟁에서 입은 막대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친러 반군 세력, 러시아에 편입되자며 주민투표 지지

한편 영국 일간지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친러 반군 세력이 장악한 헤르손·루한스크에서는 20일부터,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지역에서는 오는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러시아와 합병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반군 지도자이자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 수장 데니스 푸실린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 일대) 사람들은 그들이 항상 조국으로 여겨온 위대한 나라(러시아)의 일부가 될 자격이 있다”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도네츠크 지역이 가능한 한 빨리 러시아에 합병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헤르손 지역의 전 시장 볼로디미르 살도는 성명을 통해 “헤르손이 러시아에 편입되는 것은 역사적 정의가 회복되는 일”이라며 “전쟁 상황에서 위험에 처한 민간인들을 위해 현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라고 했다.

서방진영 “주민투표 합법성 결여…러, 침략자란 사실 변함 없어”

그러나 미국 등 서방사회는 러시아가 주민투표를 통해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합병한 뒤 우크라이나군에 되려 ‘자국 영토 침범’을 주장하며 핵무기 사용 등 극단적인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이번 주민투표를 포함해 국제법 위반에 관여한 러시아 정부, 정치 지도부와 그 밖의 모든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 드미트로 쿨레바는 “이러한 ‘가짜’ 투표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러시아가 어떤 일을 벌이든지 우크라이나는 영토 수복을 위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침략자라는 사실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가짜 주민투표는 합법성이 없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대한 성격도 바뀌지 않는다”면서 “국제사회는 이러한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 행위를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푸틴, 주민투표 전폭 지지…“지역 관료들과 시민들 결정할 문제”

한편 러시아 정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해당 지역 현지 관료들과 시민들이 결정할 문제”라며 서방 진영의 비판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성명을 통해 “이번 (돈바스·헤르손 등의) 지역 주민투표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며 “서방국들은 공격적인 반(反)러시아 정책으로 선을 넘었다. 러시아는 (서방의 공격에 대응하고 러시아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