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여권 뭐길래…민주당 소속 주지사도 “발급 안할 것”

하석원
2021년 04월 7일 오전 11:27 업데이트: 2021년 04월 7일 오후 3:07

스마트폰 앱 형태, 출입시 QR코드 출력…제시 후 입장
백신접종 이력 등 개인정보 포함, 공화당 “개인자유·사생활 침해”

미국에서 백신여권에 관한 논쟁이 치열해지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주정부가 늘어나고 있다.

캔자스와 미주리 주지사는 5일(현지시각) 여행을 위한 교통편 이용이나 스포츠 경기 관람, 공연전시회 입장 시 백신여권 제시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인 로라 켈리 켄자스 주지사는 이날 “백신 여권을 시행하는 대신 전염병 대유행 대응에 있어 더 중요한 부분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켈리 주지사는 “백신여권에 관심이 없다”며 “내 권한으로 발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민들의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처리해야 할 여러 가지 다른 일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로라 켈리 캔자스 주지사 | 연합뉴스

공화당 소속 마이크 파슨 미주리 주지사는 민간기업이 백신여권을 채택하는 것은 괜찮지만 주 정부 차원의 백신여권 의무화에 대해서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파슨 주지사는 “주 정부는 백신여권을 의무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민간 부문이 그렇게 하기를 원한다면 괜찮다고 본다”고 했다.

백신여권은 소지자의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포함해 건강 정보 등 개인정보를 기록하고 필요할 때 제시할 수 있도록 한 인증서다. 스마트폰 앱 형태의 디지털 백신여권이 일반적이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말 연방정부가 보건복지부 주도로 민간기업과 백신여권을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백신여권에 대한 우려 여론이 고조됐다.

특히 민주당 소속인 앤드류 쿠오모 주지자가 이끄는 뉴욕주 정부가 민간기업인 IBM과 함께 디지털 백신여권 앱인 ‘엑셀시어 통행증’을 미국 최초로 출시하면서 논쟁에 불을 붙였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은 백신 접종은 문제가 없지만, 백신여권은 심각한 자유 침해라며 행정 수단을 동원해 백신여권 저지에 나서고 있다.

텍사스 그렉 에버트 주지사와 플로리다의 론 드산티스 주지사는 행정명령을 발동해 백신여권의 발급과 사용을 금지했다.

여기에 민주당 소속인 캔자스 주지사와 공화당 미주리 주지사가 행정력을 동원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힘을 실어 준 것.

백신여권에 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자 조 바이든 행정부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연방정부 차원에서 직접 추진하지는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각)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이나 앞으로도 미국민들에게 신분증을 지참하고 다니도록 요구하는 시스템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연방 차원에서 백신 접종 데이터베이스가 없으며 모든 사람들에게 단일한 접종 증명서를 발급받으라고 요구하는 의무 조항도 추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신여권은 미국에서 방역을 위한 보건 통제와 개인의 자유 사이에서 어떠한 타협점을 찾을 것인지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백신여권을 반대하는 측에서도 백신 접종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접종을 포함한 방역 지침 준수는 개인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2일 백신여권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정부기관이나 기업, 단체가 시설물 이용 시 백신여권 제시를 요구하면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백신여권은 스마트폰 QR코드를 출력해, 공중이용시설 출입 시 제시하는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