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테슬라 때리기’ 배후에는 ‘배터리 공산화’ 야욕…시진핑, 美 패권다툼

차이나뉴스팀
2021년 04월 29일 오전 11:57 업데이트: 2021년 04월 29일 오후 12:00

상하이모터쇼 ‘깽판’으로 불거진 공산주의 중국(중공)의 ‘테슬라 때리기’가 간단한 사건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브레이크 고장’으로 죽을 뻔 했다는 테스라 모델3 차주의 기습 시위를 신호탄으로 쏟아진 중공 언론과 온라인의 테슬라 비난 배후에는 향후 세계 제조산업을 주도할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둘러싼 미중의 주도권 다툼이 깔려 있다.

중공 총서기 시진핑은 예전보다는 위상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제조업을 기반으로 사나운 늑대전사(戰狼·전랑) 외교로 타국의 경쟁업체들을 몰아세우고 있다.

신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국제기준 선점과 발언권 쟁탈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美 배터리 업계, 중공 그늘 이탈에 어려움

지난해 10월 미국 콜로라도주에 소재한 배터리 스타트업 회사 ‘솔리드파워’(Solid Power)의 전고체(Solid-state) 리튬 배터리가 정식으로 생산∙배송됐다. 고체 배터리는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더 안전하게 충전하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미국 신에너지 업계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한 줄기 빛이다.

미국 매체 와이어 차이나(Wire China)의 올해 4월 보도에 따르면 고체 배터리는 리튬 배터리의 일부 근본적인 결함을 해결했는데, 기술 자체는 복잡하지 않지만 대규모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솔리드파워의 개발 성공으로 설립 8년 만에 이 업체는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즉시 업계 선두 주자가 됐다.

솔리드파워의 돌파가 미국 배터리 업계의 권토중래를 이끌지는 알 수 없지만, 여전히 중공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와이어 차이나의 보도에 따르면 솔리드파워의 성공은 미국 정부의 2016년 리튬-황 화학 특허 라이선스 및 3100만 달러(약 345억)의 지원금과 계약을 빼놓을 수 없다. 또 솔리드파워는 많은 투자자로부터 약 7000만 달러(약 778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투자자에는 포드, BMW, 현대자동차, 삼성SDI뿐만 아니라 중국 완샹그룹(Wanxiang Group)에 인수된 미국의 배터리 제조사 A123사도 포함되어 있다. 솔리드파워는 완샹A123이 가진 권리를 밝히길 꺼렸다.

A123은 한때 미국의 최첨단 리튬 배터리 업체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총애와 수억 달러를 지원받았지만 2012년 파산했고, 오바마 행정부의 외국투자위원회(CFIUS) 심사를 뚫고 완샹그룹에 2억 5700만 달러(약 2859억)에 매각됐다.

와이어 차이나는 미국 정부가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얻은 것은 없고 남(중공) 좋은 일만 시켰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했다.

완샹그룹은 중국의 민간기업으로 중공과 관계가 밀접하다. 고(故) 루관추(魯冠球) 창업주는 여러 차례 시진핑의 찬사를 받았으며 미국 방문길에 동행하기도 했다.

미국의 신에너지 배터리와 자동차에 투자를 집중한 완샹은 A123과 전기차 제조사 피스커(Fisker)를 사들인 데 이어 지난 2017년과 2018년 A123을 통해 스타트업 배터리 회사, 솔리드파워와 이온 소재 회사, 아이오닉 머테리얼(Ionic Materials)에 투자했다. 두 곳 모두 미국 고체 배터리 분야 기술의 선두 주자다.

2019년 7월 아이오닉 머테리얼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완샹A123과 아이오닉 머테리얼은 당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기념비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얻은 첨단 기술로 슬그머니 ‘커브길에서 추월하기(彎道超車)’를 함으로써 완샹 그룹은 신에너지 배터리 산업에 잠복해 있는 거대한 악어로 성장했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2017년 상하이GM(SAIC-GM)의 BEV2 프로젝트 동력 배터리 공급 업체로 선정된 완샹A123이 10억 달러를 수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완샹 공식 홈페이지에서 삭제됐지만 완샹 측은 부인하지는 않았다.

한편 지난 3월 17일 중공 관영 신화통신에서 발행하는 ‘상하이증권보’는 자동차 거물인 폭스바겐그룹(중국)의 펑스한(馮思翰) CEO에 따르면 완샹A123이 폭스바겐의 동력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돼 앞으로 2년 안에 납품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산업, 중공이 선점

미국 A123과 중국 완샹의 변천은 지난 10년간 미국과 중국의 신에너지 산업의 축소판이었다.

와이어 차이나에 따르면 A123과 같은 배터리 회사는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고 첨단 기술이 있었는데도 미국의 인프라 및 제조 능력 부족으로 패했으며 미국 CFIUS는 완샹의 A123 인수에 관여했다가 A123이 파산을 선포하자 결국 완샹의 인수를 허가했다.

더그 캠벨 솔리드파워 CEO는 미국 배터리 업계에서 활력 넘치는 스타트업 회사는 자기 회사 한 곳밖에 없다고 직언한 바 있다.

와이어 차이나는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배터리 공급사슬에서 중국을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했다.

미국과 비교해 중공의 포석은 훨씬 크고 깊었다. 이미 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 시기에 신에너지 차량을 발전 중점 사업으로 삼아 ‘에너지 절약 및 신에너지 차량 산업 발전 계획(2012~2020년)’을 내놓은 데 이어 2013년에는 지난 3년간 시행해 온 신에너지 차량 보조금 정책을 이어갔다. 당시 신에너지 차량은 1대당 최고 6만 6천 위안(약 1134만 원)을 중앙과 지방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2013년 연간 1만 7600대에 불과했던 중국의 신에너지 차량 판매는 보조금을 비롯한 자금 정책 지원으로 2015년 33만 대로 껑충 뛰며 세계 최대 신에너지 차량 시장으로 부상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신에너지 차량 생산량은 136만 6000대로 집계됐다.

전기차 산업에 힘입어 중국의 배터리 산업도 장족의 발전을 이뤄 이미 전 세계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UBS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업체들이 자동차 동력 배터리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으며,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는 80%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 신에너지 따라잡기 안간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국의 전기버스 제조사 프로테라(Proterra)의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생산 공장을 둘러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공장 견학 후 “미국은 반드시 전기자동차 생산량을 늘려 중국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는 이날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를 키우려다 배터리 부족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2020년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130만 대가 넘는 승용 전기차를 팔았고 미국은 32만 8000대를 파는 데 그쳤다.

폴리티코는 동력 배터리를 석유에 비유하며 배터리 세대가 다가오면서 미국이 배터리 제조에서 중국에 크게 뒤처져 바이든의 야심 찬 기후와 전기차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의 가격 데이터 제공업체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는 미국에 현재 3개뿐인 주요 배터리 공장이 2030년까지 10개로 늘어나면 중국에는 140개 공장이 들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벤치마크 분석가는 미국이 지금부터 2030년까지 최소 20개의 배터리 공장을 더 지어야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폴리티코는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광산물과 법률적 제약이 바이든의 전기차 사업 계획을 현실적으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배터리뿐 아니라 충전소 부족 역시 미국 전기차 산업의 발전을 억제하는 장애물이다.

바이든 정부가 3월 말 내놓은 2조 3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건설계획은 미국의 신에너지 차량 산업에 1740억 달러의 자금을 남겨두었는데, 여기엔 150억 달러를 투자해 50만 개의 공용 충전소를 세우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시장 데이터 사이트 Statista.com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미국에는 약 10만 대의 공용 충전기가 있다. 중국 업계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중국에 있는 공용 충전기는 약 80만 7000대에 달해 중국과 미국의 공용 충전소 비율이 8대1이다.

한편 바이든은 앞서 연방정부에 약품∙반도체∙희토류 금속∙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체인 심사를 지시해 미국의 외제 의존도를 낮추려 했다. 앞서 오바마 정부가 이미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해 봤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중공, 광물 자원을 인질로 ‘배터리 중공화’

중공이 신에너지 배터리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 핵심 광산물 장악에 있다.

배터리 생산에는 코발트∙리튬 등 핵심 원소와 희토류 금속이 필요하다. 이러한 광산물의 채굴과 정제는 엄청난 오염과 위험을 야기한다.

이 중 리튬은 주로 호주와 남미 국가에 분포해 있지만, 통제권은 이미 중공의 손아귀에 넘어간 상태다.

미국 에너지부(DOE)의 2020년 12월 보고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리튬 배터리 생산능력의 80%를 독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이 두 번째로 높지만 8%에 불과하다.

코발트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미국 광산업체의 거물, 프리포트 맥모란(Freeport-McMoRan)은 콩고 민주공화국에 세계적인 구리 코발트 광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지만, 2016년과 2020년 차례대로 텐케 푼구룸(Tenke Fungurume) 구리∙코발트 광산의 지분 56%와 키산푸(Kisanfu) 구리∙코발트 광산의 지분 95%를 각각 26억 5천만 달러, 5억 5천만 달러에 중국 기업 ‘낙양몰리브덴’(洛陽業)에 매각했다.

프리포트 맥모란이 매각한 콩고 광산 두 곳 모두 세계에서 가장 큰 구리∙코발트 광산 중 하나다. 이로써 낙양몰리브덴은 세계 굴지의 코발트 생산업체가 됐다. 낙양몰리브덴은 전형적인 중공 국영기업 개혁 사례로, 명목상 민간기업이지만 중공 국유자산 감독 관리 위원회의 통제를 받는다.

지난 11일 낙양몰리브덴은 지난해 12월 인수한 콩고 키산푸 광산 개발에 중국의 동력 배터리 1위 업체 ‘닝더스다이’(寧德時代)의 전략적 지분 참여를 발표했다.

중국 현지 시장조사업체 가오궁산업연구원(GGII)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위로, 2020년 전 세계 동력 배터리 설비 상위 10개 기업 중 6개가 중국 기업인데 ‘닝더스다이’(전세계 시장 점유율 26.0%), 비야디(6.6%), CALB(2.8%), 비전AESC(2.5%), 국헌하이테크(2.4%), 이브에너지(0.8%) 등이다. 이들을 합하면 시장 점유율은 41.1%에 달한다.

중국의 배터리 거물이 광산물의 거물과 손잡은 것은 신에너지 배터리의 글로벌 공급체인 면에서 중공의 지배력이 한층 강화됐음을 의미한다.

독일의 경제 잡지 ‘캐피털 매거진’(Capital Magazine)은 지난 11일 희토류∙리튬∙코발트 등 광물을 ‘새로운 석유’라 부르며 중공을 ‘새로운 사우디’로 비유했다. 캐피털 매거진은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70%가 콩고에서 나오지만, 코발트 정제 생산능력의 3분의 2는 중국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호주, 칠레, 아르헨티나 등 주요 리튬 생산국 중 호주만이 유일한 미국의 우방이라며 역사적으로 ‘석유 전쟁’이 벌어졌고 미래에는 ‘광물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 상원의원은 12일 바이든의 기후 정책은 중공에 큰 선물을 주는 것이라고 경고하는 글을 발표했다. 루비오 의원은 바이든 기후 계획의 핵심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인데 이는 수백만 개의 태양 전지판, 전기차 충전소 등 값비싼 녹색 인프라를 사들이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들 모두 중공이 생산을 주도하는 산업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컨설팅 업체 우드 매켄지(Wood Mackenzie)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중공이 청정에너지 경쟁에서 승리함으로써 대외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 세계의 ‘탈(脫)탄소화’에 필요한 자원과 기술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신에너지 경쟁에 대한 정치인과 국제 언론의 우려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2월 15일 자 보도에 따르면 중공 정권은 여전히 희토류 공급 차단으로 미국에 타격을 주려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중공 공신(공업∙정보화)부는 ‘희토류 관리 조례(회의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등 희토류 수출 제한을 떠보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가 중공을 향한 무역 전쟁을 벌이자 중공은 외국의 제재에 반격할 수 있는 희토류 전략 수립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관영 매체는 직접 ‘희토류 카드’를 꺼내며 미국을 압박했다.

2010년 중국과 일본 사이에 동중국해 분쟁이 발생하자 중공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고, 이에 따라 일본과 미국 등은 공급원을 분산해 중공에 대한 공급사슬 의존도를 낮추려 했다.

매슈 포틴저 전 미 NSC 보좌관은 지난 15일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가 실시한 청문회에서 “중공이 공급사슬에서의 우위를 강화해 무역을 ‘무기화’하고 경제적 협박을 이용해 더 많은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틴저는 중공은 우선 대규모 보조금과 비관세 장벽, 지식재산권 절도로 베이징의 첨단기술 수입을 줄인 뒤, 다른 나라들이 첨단기술 공급에 크게 의존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리린이(李林一) 시사평론가는 미국의 신에너지와 배터리 산업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며 “시진핑과 중공의 포석 아래 바이든 정부와 중공은 같은 출발선에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더 나쁜 것은 시진핑이 신에너지와 핵심 광산물을 포석으로 깐 만큼 그 의도가 전기차와 배터리에 그치지 않고 마스크 외교, 백신 외교를 추진한 것처럼 세계를 협박해 중공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와 규칙을 세우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