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서요…” 편의점에서 음료수 훔친 ’80대 할머니’ 체포한 경찰관이 조용히 향한 곳

김연진
2019년 11월 20일 오후 2:36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48

너무 배가 고팠던 80대 할머니는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훔쳤다. 2500원어치였다.

그러다 적발돼 경찰관들에게 체포됐다.

할머니는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잘못을 뉘우치며 “배가 고파서 그랬어요. 다시는 경찰서에 안 오겠습니다”라고 빌었다.

할머니의 사정을 알게 된 경찰관은 무언가를 결심한 뒤, 주민센터로 향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9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80대 할머니 A씨가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적발됐다.

해당 사건을 조사하던 강남경찰서 형사1팀 김정석(50) 경위는 허름한 옷을 입고 있던 A씨를 보며 의아했다. 전과 기록도 하나 없는 할머니가 편의점에서 음식 2500원어치를 훔친 것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먹을 것이 없어서, 너무 배고파서 그랬다”고 말할 뿐이었다.

이후 확인해보니, 할머니는 인근 반지하 단칸방에서 고등학생 손자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생계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에 김 경위는 동료 형사들과 함께 A씨가 사는 지역 주민센터를 방문했다. 할머니를 돕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주민센터 측은 “할머니가 아들과 떨어져 살고 있긴 하지만, 할머니 아들이 대리운전 일을 하고 있어 기초수급자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할머니는 정부 지원금조차 받지 못하고 어렵게 생활하다가, 결국 편의점 물건에 손을 댔던 것이었다.

경찰관들은 주민센터 직원들에게 부탁했다. “할머니 손자의 학비나 생활용품 등이 부족하지 않은지 관심을 가져달라”.

이에 직원은 “생활비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할머니가 굶으시지 않도록 구호물품 등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경찰 측은 A씨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벌인 경미한 범죄임을 고려해, 훈방 등 선처 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경위는 “최대한 할머니에게 좋은 방향으로 선처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할머니를 경찰차로 집까지 데려다주며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 오늘 경찰 조사받으신 일로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