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체제 인사 강제 송환하는 中해외경찰서 전 세계 100여곳…한국에도 있다

김태영
2022년 12월 7일 오전 11:45 업데이트: 2022년 12월 29일 오후 3:56

중국 공산당(CCP)이 국외로 망명한 중국인을 탄압할 목적으로 전 세계에서 불법으로 운영하는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이하 해외 경찰서)’이 최근 한국·일본을 포함한 48곳에서 추가 확인됐다고 CNN이 보도했다.

CNN은 지난 4일(현지시간) 스페인에 본사를 둔 국제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 인권단체는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 당국이 해외 거주 중국인 반체제 인사 등을 감시하고 중국으로 강제 송환할 목적으로 30개국에서 해외 경찰서 54개를 불법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최근 이 단체가 업데이트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CCP는 53개국에서 102개 이상의 해외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보고서 보기).

“中해외경찰서, 국외 반체제 인사 강제 송환이 주된 목적”

중국 해외 경찰서는 대외적으로 해외 중국 교민들의 운전면허 갱신이나 각종 공문서 처리 등 행정업무 지원을 주된 임무로 한다고 내세운다.

하지만 실제로는 CCP가 국외로 망명한 중국인 민주화 활동가, 반체제 인사 등을 감시하고 이들을 자국법으로 처벌하기 위해 중국으로 강제 송환하는 것이 주된 임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이사 로라 하스는 “CCP는 세계 각국에 설립한 해외 경찰서를 통해 국외로 망명한 중국인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고 침묵시키기 위한 공세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CCP는 반체제 인사 등을 중국으로 강제 송환하기 위해 중국에 있는 그들의 친인척을 체포해 임의로 구금하거나 미성년 자녀의 등교를 방해해 교육권 등 사회 보장권을 박탈한다”면서 “이에 겁에 질린 가족들을 이용해 그들(반체제 인사 등)이 중국으로 귀국하도록 종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CCP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며 “외국 영토에서의 불법 정치 탄압 활동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영매체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경찰서는 작년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23만 명의 해외 거주 중국인들을 ‘설득’해 중국으로 귀국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中외교부 해외경찰서 논란에 “과장된 해석…중국 비방 용납 못해”

이러한 논란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지난 11월 CNN에 “중국은 불필요한 국제 긴장을 조성하는 과장된 해석이 중단되길 바란다”며 중국 당국이 외국 영토에서 불법적인 경찰권을 행사해온 사실을 부인했다.

이어 중국 외교부는 “이러한 시설(해외 경찰서)은 해외 중국 교민들의 운전면허 갱신이나 여권 재발급과 같은 행정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구실로 중국을 비방하려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중국 측 해명이 사실이라도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르면 공식 외교공관이 아닌 곳에서 현지 정부의 승인 없이 영사 업무를 처리하는 일 또한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

中, ‘치안 협정’ 명목으로 외국 영토에 ‘해외경찰서’ 늘려와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 당국이 지난 수년간 외국 영토에 대놓고 해외 경찰서를 설립해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로 ‘치안 협정’을 꼽았다.

치안 협정은 주로 관련 양국이 국제 공조가 필요한 범죄자 체포나 테러 범죄 등을 예방하기 위해 체결한다. 하지만 CCP는 이를 명분으로 외국 영토에 ‘해외 경찰서’를 설립해 중국 공산 정권을 위협하는 해외 중국인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하는 용도로 악용해왔다는 게 단체의 분석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 이탈리아, 2018년 크로아티아, 2019년 세르비아와 치안 협정을 맺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과는 약 20년 전에 치안 협정을 맺은 이후 오랜 기간 수사 공조를 해왔다.

이들 나라에는 모두 중국의 ‘해외 경찰서’가 설립돼 있으며 이탈리아에는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11개가 있다. 이처럼 중국 당국은 치안 협정을 맺은 나라에 어김없이 이 시설을 설립해 왔다.

세계 각국 ‘中 해외경찰서’ 관련 조사 착수…“中과의 사법·경찰 협정 재검토해야”

한편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세계 각국에서는 CCP의 외국 영토 주권 침해에 대해 비판하며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는 “중국 공안이 적합한 절차 없이 미국 뉴욕 한복판에 경찰서를 차렸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이는 미국 주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사법 절차와 법 집행에 관한 국제법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아일랜드와 네덜란드, 캐나다는 자국 내 중국의 해외 경찰서에 폐쇄 명령을 내렸다. 독일, 스페인 등은 관련 시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이사 로라 하스는 “CCP는 갈수록 절제력을 잃고 있으며 담당 기관들은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면서 “이들은 전 세계에서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면서도 딱히 감추려 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각국 정부에 중국과의 사법·경찰 관련 협정을 재검토하고, 자국 내 중국인 망명 인사들이 적법한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