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단체 이사장이 중국 스파이, 뉴욕 이민자 사회 발칵

김정희
2022년 03월 26일 오후 4:26 업데이트: 2022년 03월 28일 오전 9:28

재미 중국 민주화 단체 임원이 중국 정보기관 공작원 역할을 해온 것으로 확인돼 현지 중국계 이민자 커뮤니티가 충격에 빠졌다.

이 임원은 중국 반체제 단체를 이끌며 공산당에 반대하는 인사들의 신원과 활동정보를 입수해 중국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중국계 이민자 왕수쥔(王書君)을 체포했다. 왕씨는 2015년부터 중국 국가안전부 지시를 받아 미국 내 중국계 이민자 사회에서 정보수집을 하는 등 스파이 행위를 한 혐의다.

1994년에 방문학자로 미국에 건너온 왕씨는 2003년 시민권을 획득했으며, 2006년 뉴욕의 중국인 밀집지역에서 중국 민주화 운동 단체 설립에 참여하며 이사장을 맡게 됐다.

왕씨는 이후 이 단체 이사장 신분을 이용해 미국 내 여러 지역에서 중국 민주화 관련 단체 인사들과 인맥을 형성했고, 이 과정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홍콩 민주화 운동가, 신장 위구르족과 티베트 관련 단체 주요인사들의 정보를 확보해 중국 국가안전부에 넘겼다고 미 법무부는 밝혔다.

법무부가 공개한 기소장에 따르면, 왕씨는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고충을 들어주면서 정보를 캐냈다. 왕씨는 평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흔쾌히 도움을 제공했으며, 학자 출신임을 내세워 기고문 작성을 도와주거나 연설문을 작성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중국 방문 시 정보요원을 만나 직접 전달하거나 간단한 내용은 문자나 이메일로 전달했다. 또한 온라인 일지를 상세히 기록하고 계정을 정보요원에게 공유하는 수법도 활용했다.

왕씨는 수사기관에 허위진술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17년 8월 FBI가 자신을 조여오자 자진해서 FBI 조사에 응했으며 “중국 정보요원들과 어떠한 접촉도 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허위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19년 4월 중국을 방문하고 미국으로 귀국할 때도 이민국 관리들에게 중국 정보요원들과 만나지 않았으며 연락처도 없다고 말했으나 FBI 조사결과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그러던 왕씨가 꼬리가 잡힌 것은 작년 7월 FBI의 함정수사에 걸리면서다. FBI 요원은 중국 정보요원으로 위장해 왕씨에게 접근했고 왕씨는 이 요원에게 범죄 증거를 넘겨 결국 체포당하게 됐다. 혐의가 입증되면 왕씨는 최고 20년 징역형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