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 개혁 여파에 홍콩 연예계 ‘술렁’

리전
2016년 02월 19일 오전 9:06 업데이트: 2019년 12월 18일 오전 11:56

체포된 인민은행 행장 사위’ 처펑중국·홍콩 연예계 실력자 
장쩌민파 고위층에 은밀한 접대’ 행적 드러나쩡칭훙 연루 

지난해 체포된 중국 인민은행 행장의 사위 처펑(車峰·46)에 대한 조사 내용 일부가 전해졌다. 다수의 중국 언론에 따르면 그는 현재 창샤에 수감돼 있으며 고위층 관료들이 연루돼 사건의 내막이 철저하게 감춰져 있다.

미국 특수효과업체 디지털도메인의 실소유주인 처펑은 권세가의 사위 신분을 이용해 중공 고위층과 직통인맥을 쌓았다. 디지털도메인는 장쩌민 파 거물 여러 명과도 관계가 있다. 처펑 사건을 통해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장쩌민 파 인사들의 홍콩 연예계 내 행적이 드러났다. 이들은 반부패 호랑이 사냥으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여파가 중국과 홍콩 연예계로도 확산됐다.

중국 검색포탈 넷이즈(網易·왕이)의 ‘이정표(路標)’ 코너는 1월 27일 서로 다른 두 소식통을 인용, “지난해 6월 베이징에서 체포된 처펑은 현재 창샤에 수감 중이며 사건은 여전히 조사 중으로 아직 공소가 제기되지 않았다. 처펑사건에 중공 고위층이 연루돼 사건의 내막은 베일이 싸여있다”고 보도했다.

이틀 전인 25일 홍콩증시 상장기업인 디지털도메인은 홍콩에 있는 5성급 호텔에서 대규모 기자회견을 열어 “셰팅펑(謝霆鋒․사정봉)이 이끄는 영화 작업사 PO자오팅(朝霆)의 지분 85%를 1억 3천5백만 홍콩달러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재보(財報)에 따르면 PO자오팅은 오랜 기간 적자 누적 상태였다. 이번 지분인수로 셰팅펑은 무거운 짐을 벗을 수 있게 되었다.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셰팅펑은 기자회견 석상에 등장, 체면치레했다.

디지털도메인은 향후 중국 동영상 서비스업체 러스(樂視·LeTV)와 합작, 체육 프로그램을 제작할 것이라고 밝힌 한편 ‘맥먹앤맥덜(McMug and McDull)’시리즈와 합작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다양한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중화권 최대 스타인 셰팅펑까지 자리를 빛냈지만 이날 매체의 관심은 체포된 처펑에게로 쏠렸다.

디지털도메인 측은 처펑의 근황을 묻은 기자들에게 “우리도 보도를 통해서 그(처펑)의 상황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처펑의 전환사채는 내년에 만기가 도래한다”고 말했다. 처펑은 디지털도메인 전환증권 47억 6천 2백만 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당 행사가액은 0.04위안, 만기는 2017년으로 전부 현금으로 환산 시 금액은 17억 위안이 넘는다.

처펑의 체포로 인해 디지털도메인 주가는 지난해 6월 3일 하루 새 41% 폭락, 시가총액 87억 홍콩달러가 증발했다. 디지털도메인은 지난달 28일 2.43% 하락한 0.4위안으로 마감했다.

인민은행 행장 외동딸과 결혼, 거물로 부상

처펑은 안후이성 허페이 출신으로 중졸 학력에 사회 초년생 시절 상하이에서 청바지를 팔았으나 준수한 외모로 인민은행 다이샹룽(戴相龍) 행장의 외동딸 다이룽(戴蓉)과 결혼, 순식간에 출세가도를 달리게 됐다.

블룸버그 중국판에 따르면 처펑은 중국 주식투자자들과 홍콩 자본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로서 전성기에는 회사 30여 곳 이상의 지배주주 자격을 보유하고 있었다. 재신망(財新網)에 따르면 처펑은 하이썬테크놀로지, MI에너지, 디지털도메인, 다칭 데어리 등 홍콩 상장기업 최소 4곳의 지분을 보유 중이거나 보유했었다.

처펑은 홍콩에 있는 모 4성급 호텔 지하에 호화 유흥업소를 개점했다. 이 업소를 이용해봤다는 익명의 사업가는 시설과 서비스 수준이 높았고 여성 종업원 모두 스튜어디스 수준이라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처펑은 홍콩에 3대의 자가용 비행기를 소유하고 러시아 출신 승무원 8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자신이 이용할 한 대를 제외하고 나머지 두 대는 고위층 2세인 관얼따이(官二代)들에게 무료로 대여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주식전문가 저우셴(周顯)의 칼럼에 따르면 처펑은 홍콩에서 ‘처꺼(车哥․처 형님)’로 통하는데, 홍콩섬 북부 상업지구인 노스포인트에 ‘있을 것 없을 것 모두 갖춘’ 대형 클럽을 소유하고 있어 “금융계 인사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처펑은 홍콩에서 지낼 때면 포시즌스 호텔의 고급 스위트룸에서 묵으며 업무를 보고 사람을 만나는데, 중국에서 ‘신비의 거부’로 불리는 샤오젠화(肖建華)와 자주 차를 마신다고 한다. 또한 연예인 다수가 포시즌스 호텔을 분주하게 드나드는데, 처펑은 여자 연예인을 중국부호와 관료들에게 소개해주면서 꽌시(關係·인맥)를 쌓았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에포크타임스 그래픽

처펑의 연예계 제국장쩌민 파 인물 다수 출입

처펑이 관리하는 디지털도메인은 최근 몇 년간 홍콩 내 톱스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높은 가격으로 셰팅펑을 끌어들여 주주로 만드는가 하면, 3억 1천2백 50억 위안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연예인 유가령이 보유한, 당시 창립 3개월에 불과했던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또한 가상기술을 사용해 이미 고인이 된 가수 등려군의 콘서트를 대만에서 열기도 했다.

디지털도메인의 배후에는 베일에 싸인 부호들이 여러 명 있다. 체포된 처펑 이외에 디지털도메인의 배후에 있는 주요 인물로는 미스터리한 인물인 광고사인 샤오마번텅(小馬奔騰)의 리밍(李明) 이사장이 있으며, 리밍의 배후에는 놀랍게도 리둥성(李東生) 前 공안부 부부장, 저우융캉 前 정법위원회 서기의 내연녀 탕찬(湯燦), 그리고 쩡칭훙 前 국가부주석 등 중공 장쩌민파 주요 인물들이 있다.

당국에 따르면 리밍이 보유한 광고회사는 1990년대부터 이미 중공 CCTV와 밀접히 협력해 왔으며 ‘뉴스 30분’ 등 간판급 프로그램의 광고 대리권한을 독점 취득했다. 이들 프로그램의 제작자는 바로 15년형을 선고받은, 저우융캉 前 정법위원회 서기의 심복으로 前 공안부 부부장이자 CCTV 부사장이었던 리둥성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리밍과 리둥성은 서로 각별한 사이다.

리밍은 이후 영화 산업으로 투자방향을 선회, 샤오마번텅을 통해 2009년부터 영화 10여 편에 투자했는데 그 가운데는 ‘건당위업(建黨偉業)’이라는 영화도 포함됐다. 해당 영화의 고문은 바로 쩡칭훙 중공 前 국가부주석의 친동생인 쩡칭화이(曾慶淮)였으며, 리밍 외의 다른 투자자 가운데는 현지 부호인 양쇼우청(楊受成) 등이 있었다.

샤오마번텅 미국 지사는 2012년 9월 24일 인도의 미디어 거물 리라이언스 미디어 웍스와 공동으로 3천 20만 달러를 출자, 미국 특수효과 업체인 디지털도메인을 인수해 중국과 미국 영화업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샤오마번텅은 2013년 7월 디지털도메인을 홍콩 아오량(奧亮)그룹에 매각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디지털도메인 그룹으로 이름을 바꿔 홍콩 거래소에 차명 상장했다. 아오량그룹의 주주로는 처펑, 그리고 저우융캉의 내연녀 탕찬의 어용 시인으로서 정계 고위층 출신이자 문단 내 인맥을 보유한 거근타나(葛根塔娜)가 있다.

장쩌민 파 2인자인 쩡칭훙과 그 심복인 마젠(馬建) 前 국가안전부 부부장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업가로서 베이징 팡구 인베스트먼트의 실권자인 궈원구이(郭文貴)라는 인물이 샤오마번텅의 디지털도메인 인수 8일 전 주당 0.083 홍콩달러에 아오량그룹 주식 8억4천5백50십만 주를 매입했다는 사실은 사건의 장쩌민파 개입 색채를 더욱 농후하게 한다. 디지털도메인의 자산은 반년 후 아오량그룹으로 넘어갔으며 주가는 급등했다. 언론의 묘사에 따르면 궈원구이의 투자 안목은 가히 정확하다고 할 만하다.

한편 디지털도메인의 복잡한 지분 양도거래에 관련됐던 리밍은 두 달여 후인 2014년 1월 불과 47세의 나이에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나이를 고려할 때 너무 이른 그의 죽음은 사건에 석연치 않은 분위기를 더해준다.

중국·홍콩 연예계에 뻗은 쩡칭훙의 검은 손

처펑 사건은 중국과 홍콩 연예계 내 중공 장쩌민 파 고위관료들의 행적을 보여 준다. 관계자가 폭로한 바에 따르면 쩡칭훙 일가는 대륙 및 홍콩 연예계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다. 2003년 당시 국가부주석으로 재임하고 있던 쩡칭훙은 홍콩 및 마카오 관련 사무를 맡게 되었는데, 같은 해 10월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홍콩 영화계 베이징 방문단을 직접 맞이한 자리에서 청룽(成龍·성룡), 장바이즈(張柏芝·장백지), 셰팅펑 등 스타들과 악수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는가 하면 용조아에게는 광둥어로 “정말 아름다우시네요(你好靚)!”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문화부 특별 시찰원을 맡고 있는 쩡칭훙의 친동생 쩡칭화이 역시 줄곧 홍콩 및 대륙 내 정재계와 문화계에서 활약, 중국 문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막후의 실권자로 부상했다. 그는 영화계 내 스폰서 제도를 가장 먼저 만들고 적용한 인물로서 그 자신 스폰서가 됐을 뿐 아니라 리둥성, 처펑 등과 함께 스폰서 알선사업에 나서 쩡칭훙 등 다른 고위관료들과 연예인들 간 만남을 주선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이들 연예인 가운데는 송쭈잉(宋祖英)이 포함됐는데 그녀는 쩡칭훙의 스폰을 받다가 이후 장쩌민으로 갈아탄 것이라고 한다.

일각의 분석에 따르면 처펑 사건은 일부 고위관료를 위한 자금 융통과 자금 세탁과 관련이 있으며, 리둥성, 쩡칭화이의 스폰서 알선사업 이득을 취하는 과정에서 관련된 인물이 무척 많아 연예계를 뒤흔들 수 있을 정도다.

중공 제18대 당 대회 이후 시진핑 당국이 반부패 호랑이(고위 부패관료) 사냥을 통해 장쩌민 파 주요 인물을 집중적으로 숙청함에 따라 처펑 사건에 연루된 장쩌민파 거물들은 현재 무사한 이가 별로 없는 상태다. 저우융캉은 지난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리둥성은 올해 15년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연금 상태라는 소문이 파다한 쩡칭훙 역시 최근 관영매체에 의해 ‘경친왕(慶親王·청나라 세습귀족으로 탐관오리의 대명사)’으로 묘사돼 저격당하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다. 일각의 분석에 의하면 거물들에 의존해 돌아가는 분위기였던 연예계 역시 비빌 언덕이 무너짐에 따라 연이어 일대 파란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