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국’ 네덜란드 “중국이 경제안보 최대 위협”

한동훈
2023년 04월 20일 오후 3:41 업데이트: 2023년 04월 20일 오후 5:19

반도체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네덜란드 정보당국은 중국 공산당의 기술 절도에 대해 경고했다.

네덜란드 정보기관인 종합정보보안국(AIVD)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 평가 보고서에서 “불법으로 첨단기술을 입수하려는 중국은 경제안보상 최대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산업 스파이와 은밀한 투자 등 경제안보 위협을 분석한 이 보고서는 중국을 네덜란드의 주요 교역국으로 인정하면서도 “중국은 기업 인수, 학술 협력, 불법 스파이 활동 등을 통해 네덜란드 기업의 첨단기술을 획득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민영’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나 중국 공산당 정부나 인민해방군과의 연관성을 은폐하는 경향이 있어, 네덜란드의 파트너 기업들이 사업 리스크를 평가하기 어려우며, 시간이 지날수록 이익보다 폐해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은 민간기업과 군수업체들이 협력해 민간과 군사 분야에 모두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자는 전략인 ‘민군융합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문제는 민간기업이 외국 기업 혹은 연구소와의 기술협력이나 공동연구 결과를 인민해방군에 제공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러한 첨단기술의 군사적 이용을 차단하기 위해 자국 기업의 대중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역시 이에 발맞춰 반도체 생산의 핵심 설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대중 수출을 규제하기로 했다.

특히 전 세계에서 반도체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은 중국의 핵심 목표물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ASML은 중국 법인의 전 직원이 제품 관련 기밀을 빼낸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ASML에 따르면 중국이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을 빼돌렸다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중국은 EUV 독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과 밀접한 기업인 화웨이는 지난해 12월 EUV 설비의 최첨단 기술 중 하나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은 아직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EUV 장비를 생산하지는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독자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최소한 10~15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