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왕이 첫 외교장관 회담, 칩4 참여, 사드 3불 정책 등 현안 논의

최창근
2022년 08월 9일 오전 11:27 업데이트: 2022년 08월 9일 오전 11:27

박진 외교부 장관이 왕이 중국 국무원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첫 회담을 가진다.

8월 8일, 박진 외교부 장관은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을 위해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로 출국했다.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 고위급 인사의 첫 방중이다.

8월 9일 회담에서는 8월 24일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한·중관계, 북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와 더불어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 이른바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가입 관련 입장 조율이 있을 예정이다.

칩4는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3월 제안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로서 팹리스(미국), 파운드리(한국, 대만), 소재·장비(일본) 등 각 분야에서 장점을 보유한 4개국이 모여 반도체 공급에 협력하는 것이 핵심이다. 칩4는 우호국·동맹국들과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협의체 목적이 대(對)중국 견제인 만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를 경험한 한국 입장으로서는 부담 요소이기도 하다.

박진 장관은 8월 8일 오후, 칭다오로 출국하기에 앞서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중 기간 한·중 외교장관 회담, 만찬을 통해 북한 비핵화, 반도체 공급망 안정 등 안보와 경제 분야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이다. 당면한 현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현안 과제인 ‘칩4’에 대해서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위한 협의체이며, 어느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중국 측의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8월 8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칩4’ 참여와 관련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관련 부처와 잘 살피고 논의해서 우리 국익을 잘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미국 측에 전달한 상태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칩4 참여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미국산 반도체 설계·장비가 없다면 국내 반도체 생태계 자체가 붕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칩4와 더불어 박진-왕이 회담에서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운용에 관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측은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언급된 이른바 ‘사드 3불(不)’이 양국 간 합의사항이며, 윤석열 정부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사드 3불은 △한국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한국이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결성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경북 성주 사드 기지 정상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박진 장관은 “우리 안보 주권에 관한 사항이다. 중국도 한국의 안보 주권을 존중해야 한·중 관계가 원만히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칩4 참여와 더불어 한중간 입장 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