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교육부 장관 사퇴, 윤석열 1기 내각 첫 사임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외고 폐지 등 정책 혼선 책임

최창근
2022년 08월 8일 오후 5:57 업데이트: 2022년 08월 8일 오후 11:30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전격 사퇴했다.

박순애 장관은 8월 8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1층 로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장관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취임 34일 만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직을 사퇴하고자 한다.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고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순애 장관은  “제가 받은 혜택을 돌려드리고 싶었는데 많이 부족했다.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한다.”고 밝히고는 문답 없이 회견장을 떠났다.

박순애 장관 퇴진은 형식상 자진 사퇴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된 사실상 경질이라는 해석이 붙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박순애 장관 경질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국정 지지율이 20%대로 내려앉은 와중에 국정을 수습하기 위해선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 정부 첫 교육정책을 놓고 빚어진 정책 혼선으로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8월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도어스테핑에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방침으로 논란을 빚은 박순애 장관 경질 등 인적 쇄신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든 국정 동력은 국민들로부터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 국민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잘 살피겠다. 그런 문제(인적 쇄신)들도 이제 일이 시작되는데 집무실에 올라가서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고 그렇게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면 쇄신용 개각을 시사한 셈이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임명 과정에서부터 음주 운전, 논문 표절, 논문 중복 게재 등 ‘도덕성’ 논란이 제기됐다.

박순애 장관은 연세대 행정학과 졸업 후 동(同)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수료했다. 이후 미국 미시건대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시정개발연구원(현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 숭실대 행정학과 조교수를 거쳐 2004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임용됐다. 교수 시절 기획재정부 공기업·준정부기관경영평가단장을 역임했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인사혁신추진위원회, 지방자치발전위원회 민간위원 등으로 활동하는 등 ‘관계(官界)’와 인연을 쌓았다. 이후 제20대 대통령직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으로 참여했고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초대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 26일, 낙마한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전 한국외대 총장) 대신 박순애 장관을 교육 수장으로 지명한 후 두터운 신임 의사를 보여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에서 박 순애 후보자 등에 대한 ‘부실 인사’ 지적에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논란과 부정적 여론 속에서도 7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은 박순애 장관 임명안을 재가했고 결과적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임명됐고 7월 5일 공식 취임했다.

교육부 장관 지명 시부터 박순애 장관에 대한 여론은 줄곧 부정적이었다. 지명 후인 2022년 6월 10~11일 교통방송(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순애 당시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으로 적합하다.’는 의견은 14.9%에 그쳤다. 반면 ‘부적합하다.’는 63.9%에 달했다.

장관 취임 후에도 박순애 장관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외국어고등학교 폐지 등 민감한 교육 정책을 의견 수렴 없이 깜짝 발표하여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박순애 장관은 8월 2일,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정책이 폐기될 수도 있다고 학부모들과 만남에서 밝혔지만 여론의 질타를 잠재우지 못했다. 7월 말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책보고를 할 때만 해도 학부모들의 즉각 반발에도 정책 유지를 고수했다. 다만 여론의 반발 속에서 국무총리실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정책 수정을 요구하자 박순애 장관의 입지는 좁아졌다. 이 속에서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야당뿐만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도 사퇴 여론이 비등했고 박순애 장관은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사퇴는 불가피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박순애 장관을 경질하는 ‘원포인트’ 개각을 넘어서 전반적인 국정 수습 차원에서 대통령실 참모진 일부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광우병 쇠고기 사태’로 인한 국정 지지율 하락 문제로 대통령실장 이하 수석비서관급 참모진 대부분이 사퇴했던 선례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