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동성간 결합 축복 불허…“죄를 축복할 수 없어”

이은주
2021년 03월 16일 오후 1:55 업데이트: 2021년 03월 17일 오전 7:50

바티칸은 15일(현지시간) 동성애자 커플에 대한 축복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교황청 내 신앙 감시 기구인 ‘신앙교리회’는 이날 가톨릭 교회가 동성 커플을 축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이 답변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인을 받았다. 

바티칸은 선언문에서 “동성 간 결합에 축복을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축복은 하나님의 설계에 따라 객관적이고 긍정적으로 은혜를 받고 표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성애 성향을 지닌 개인에 대한 축복은 허용한다고 했다. 

선언문은 “동성 간 결합은 남자와 여자의 결합인 결혼과 가족에 대한 신의 계획과는 다르기 때문에 축복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은 죄를 축복하지 않으며 할 수도 없다. 신은 죄인을 축복한다”고 말했다. 창조주 신은 동성애 성향을 가진 개인에 대한 축복을 배제하지 않는다고도 설명했다. 

아울러 기독교 공동체와 목회자들은 “존중과 세심함으로” 동성애자를 환영하기 위해 부름을 받았다며 바티칸의 이번 선언은 “부당한 차별이 아닌 진리를 일깨워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 커플에게 동성 결합을 통해 법적 보호가 제공되는 것을 인정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9년 멕시코 방송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도 가족 일원이 될 권리를 갖고 있다. 그들의 하나님의 자녀”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을 쫓아낼 수도 없고, 인생을 비참하게 만들 수도 없다”면서 동성 커플도 ‘시민결합법(civil union law)’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의 이 같은 발언은 바티칸에 의해 삭제됐지만 지난해 이브게니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공개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로 있을 당시 동성 결혼 합법화에는 반대하면서도 이들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을 견지해왔다. 당시 아르헨티나 의회에서는 동성 결혼 합법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었다. 

사회 정의 운동가인 시몬 캠벨 수녀는 바티칸의 선언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캠벨 수녀는 바티칸의 선언은 동성 간 결합은 축복할 수 없지만 개인은 축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면서 “교회 안에 더 많은 LGBTQ를 포함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LGBTQ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등의 성 소수자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