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31일 철수 시한 고수”…영국 “시한 후 대책 필요”

하석원
2021년 08월 25일 오전 6:20 업데이트: 2021년 08월 25일 오전 6:2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일로 예정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 시한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24일(현지 시각) AP통신, 로이터 통신 등은 미국 행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같이 결정했다면서, 아프간 내 미국인과 아프간 조력자들을 오는 31일까지 대피시키고 미군도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는 국가안보팀 권고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미군이 탈레반과 합의한 철수 마감 시한 이후에도 계속 아프간에 머물 경우 안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아프간에서 자국민과 아프간인들의 안전한 탈출을 위해 미군 철수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불가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G7 회의 후 연설할 예정이었으나, 연설은 4시간 넘게 지연됐고 그 사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바이든 대통령이 목표 달성에 따라 카불에서의 임무가 끝날 것임을 (참석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우리가 31일까지 철수를 매듭짓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확인했고 귀국을 희망하는 미국인, 제3국 국민, 아프간 조력자들의 대피 진행 상황을 업데이트했다”고 설명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역시 회의 후 독일에서 자국 언론에 “오늘 회담은 새로운 날짜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미군 철수 마감 시한은 연장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에포크 타임즈 사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2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Sergey Dolzhenko/Pool via AP/연합

메르켈 총리는 “철수 이후 상황에 대해 집중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면서 “미군 철수 이후에도 지역 요원과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G7 관리들이 모여 향후 탈레반에 대처하는 행동 계획을 구성하고 있으며, G7이 통일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갔으나 “미국 없이 철수를 계속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G7 긴급회의를 주최한 올해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철수 이후에도, 아프간을 떠나길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안전한 통행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 로이터/연합

현재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미국인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고 있지만, 혼란 상황을 이용해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IS) 계열인 ISIS-K가 미군과 민간인들을 공격 목표로 삼았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위협이 지속되고 있다.

내부 소식통이 AP통신 등에 전한 바에 따르면, 행정부 관리들은 이들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아프간을 떠나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15일 탈레반 무장 세력이 아프간을 빠르게 점령하자, 미국 안팎에서는 민간인이 모두 대피하기 전에 기지를 폐쇄하고 철군을 시작한 바이든 대통령의 조치가 성급했다는 비난 여론이 치솟았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못 박은 철군 마감 시한을 변경할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으며, 이번에 국가안보팀 권고를 받아들이는 형태로 당초 방침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군은 아프간에 체류 중인 미국인 전원을 대피시킬 충분한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미군의 수송능력은 하루 1만5천명 이상이며 23일까지 아프간에 남은 미국인은 1만5천명 이하로 추정돼 이들이 공항에만 무사히 도착할 경우 대비시키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설명이다.

미국은 아프간 수도 카불이 포위됐던 지난 14일부터 22일까지 3만7천명을 대피시켰으며, 22일 하루에만도 28대의 항공기를 띄워 1만명 이상을 대피시켰다.

미 국방부는 이번 주말까지 하루 수송 능력을 약 2만명까지 끌어올려 10만명 이상을 탈출시킨다는 계획이다.

한편,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기한 내 철수 임무 완료는 탈레반과의 지속적인 협력에 달려 있다”면서 “31일까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국방부와 국무부에 비상 계획을 수립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