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트럼프 시절 ‘멕시코 잔류’ 정책 재개

한동훈
2021년 12월 3일 오후 4:14 업데이트: 2021년 12월 3일 오후 4:14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시행한 ‘멕시코 잔류’ 정책을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2일 ‘이민자 보호 의정서(MPP)’ 정책을 재개하기로 멕시코 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정책은 불법이민자를 멕시코로 돌려보내 이민법정 출석 때까지 대기하도록 해 멕시코 잔류 정책으로 불린다.

이번 결정은 지난 8월 연방 대법원이 해당 정책을 즉각 복원하라고 한 하급심(항소법원) 결정을 그대로 유지한 데 따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대통령 취임 당일 “위험하고 비인간적”이라며 해당 정책 폐지를 명령했다. 멕시코로 돌려보내진 불법 이민자들이 폭력에 노출돼 한시도 늦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올해 6월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이 정책 폐기를 공식 발표했다. 그는 정책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보다 불법 이민자들을 돌려보내는 운영 부담과 비용이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마요르카스 장관은 또한 이들이 멕시코에 대기하면서 살인과 납치 등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며 해당 정책을 위험한 것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멕시코와 남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텍사스, 인근 미주리 주정부의 입장은 달랐다. 최근 국경 지역에서 체포되는 불법 이민자수가 2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정책 폐지에 따른 부작용으로 지역사회가 위협받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 1심 재판부였던 텍사스 북부 연방지방법원의 매튜 캐스매릭 판사는 “(멕시코 잔류 정책이) 불법 이민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을 국토안보부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명자인 캐스매릭 판사는 마요르카스 장관과 국토안보부는 미국 남부 국경에서 발생하고 있는 위기를 해결하고 이민 시스템을 보완하는 데 해당 정책이 유용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했다며, 정책 재개에 성실히 임할 것을 명령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에 상고를 거듭했지만, 결국 대법원에서 결정이 확정되면서 이후 멕시코와 정책 재개를 위한 협상을 이어오다가 이번에 합의를 보게 됐다.

멕시코 정부는 멕시코 잔류 재개와 관련해 “미국에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으며, 미국이 이를 해소하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며 합의 이유를 밝혔다.

마르셀로 에브라드 멕시코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멕시코에 대기하는 이민자들을 보호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것”이라며 인도주의적 결정임을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자카리 스티버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