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새 정부 정책 전반에 ‘인종 형평성’ 이념 도입

하석원
2021년 01월 21일 오후 1:31 업데이트: 2021년 01월 21일 오후 2:33

결과의 평등 의미하는 마르크스주의적 비판이론
정책 전반에 도입 지시…정부기관, 공무원 등은 평가

조 바이든 차기 미 행정부가 연방정부 전체에 마르크스주의에 준하는 비판이론을 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는 행정 조치를 발표했다.

바이든 인수위는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정부 전반에 걸쳐 인종 형평성(racial equity)을 높이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착수하기 위한 문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형평성은 결과의 평등을 의미한다. 어떤 집단이 억압받고 있는지, 억압을 가하는 집단은 누구인지, 계급에 따라 억압받는 자인지 등을 가리며 사회를 정체성 집단으로 나누는 마르크스주의적 사회 비판이론과 결부된 개념이다.

인수위는 성명에서 “대통령 당선자는 연방 정책 입안 전반에 형평성을 포함시키고, 인종차별적 제도와 연방 프로그램 및 기관에 설치된 기회 차단의 장벽을 제거하는 작업을 시작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행정명령은 형평성을 흑인, 남미와 북미 원주민, 아시아계 미국인, 태평양 섬 주민, LGBTQ+, 장애인, 종교적 소수자, 농촌 거주자와 그외 지속적인 가난이나 불평등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 모두에 대한 공정하고 합당하며 지속적인 대우로 정의한다”고 성명은 밝혔다.

LGBT+는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를 포함해 수많은 세분화된 성 성수자를 모두 포괄하는 용어다.

모두를 공정하게 대하겠다는 발언은 인구통계학적으로나 혹은 역사적으로 대접받지 못했거나 소외된 이들을 ‘더 평등하게 대우’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바이든은 모든 연방정부 기관에 “기관 내 형평성 상태에 대한 기본 점검을 실시하고 정책과 프로그램에서 균등한 기회를 가로막는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 계획을 200일 이내에 제출하라”고 지할 예정이다.

연방 예산관리국에는 유색인종과 소외된 지역을 배려해 예산을 공평하게 배분하도록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이밖에 각 정부부처에 정책이 형평성을 증진시키는지 점검하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바이든은 작년 9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발표한 ‘비판적 인종이론’에 대한 행정명령도 뒤집을 예정이다.

비판적 인종이론은 1980년대에 나타난 법학 운동 이론으로 혐오발언의 피해자인 비(非)백인의 경험을 강조하면서 차별 철폐를 위해 혐오발언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내용이다.

트럼프는 이 이론을 “파괴적 이념”으로 지적하며 “현재 고도로 발전된 통찰력인 것처럼 둔갑해 팔리고 있다”며 연방 정부기관과 정부 공무원은 물론 정부와 사업 계약을 맺거나 보조금을 지원받는 개인, 단체에도 교육 및 보급을 금지시켰다.

그는 “정부 계약자들이 직원들에게 이런 견해를 주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작년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비판적 인종이론에 맞서 고독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크리스토퍼 루포 ‘부와 빈곤 발견연구소’ 소장의 연구결과를 인용했다. 이 이론이 미국의 여러 정부기관에서 도입 추진되고 있으며 미국 사회에 침투하고 있다는 경고성 내용이었다.

루포 소장은 바이든이 취임한 20일에도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인의 삶의 방식을 무덤으로 보내버릴 수준의 위협”이라며 이론을 구성하는 유해한 개념들이 가짜 ‘사회정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적 인종이론은 출장강연 산업으로 형성됐다. 기업과 정부기관을 방문해 ‘암묵적인 편견’이나 ‘백인의 특권’ 같은 주제로 직원들을 교육하는 컨설턴트와 강연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에서 이 이론을 구성하는 개념들이 “분열적”이며 “인종과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고착시키고 희생양을 양산한다”고 했다.

루포 교수는 이 이론이 일종의 유사 종교처럼 확산된다며 협박과 괴롭힘을 동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이론의 위험성에 공감하는 법무법인, 법률단체들과 손잡고, 이 이론이 미국 수정헌법과 1964년 제정된 시민권 법안에 위반된다는 대법원 최종판결을 목표로 3건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법원에서 승소하면, 전국의 모든 학교, 정부기관, 개인 사업체에 즉각 효과를 낼 것이다. 미국인의 삶에서 비판적 인종이론을 확산시키는 프로그램을 실효성 있게 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루포 교수는 덧붙였다.